컨텐츠 바로가기

    02.25 (수)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압수수색 영장 경찰이 쓴 게 아니었어?…AI 경찰 수사업무 판도 바꾼다 [세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수사 업무에 ‘AI’ 적극 활용하는 경찰

    ‘AI 해킹 범죄’ 잡는 첨단기술도 개발

    헤럴드경제

    인공지능(AI)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인공지능(AI)이 경찰 수사업무 지형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수사 현장에선 생성형 AI를 도입해 영장 신청서 초안 작성은 물론 진술조서 요약, 관련 판례 검색까지 활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경찰은 최근 AI를 악용한 해킹 등 신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수사 기술 개발도 추진 중이다.

    ▶수사 업무에 ‘AI’ 적극 활용하는 경찰 = 경찰청은 지난해 11월 17일부터 AI 기반의 수사 지원 시스템인 ‘킥스(KICS)-AI’를 전국 일선 수사관 3만6000명에게 확대 도입했다. 경찰이 기존에 쓰던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에 생성형 AI를 결합한 플랫폼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공식적인 활용에 들어간 것이다.

    KICS-AI는 경찰 수사를 전방위적으로 돕도록 설계됐다. 사건 기록과 내부 데이터를 토대로 수사 쟁점을 정리하고 필요한 판례와 법령을 찾아 제시한다. 압수수색 영장 신청서의 초안을 작성해 주는 기능도 포함됐다. 수사 실무에 필요한 반복적인 서류 작업은 AI에 맡기고 ‘인간’ 수사관은 수사에 집중하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더불어 진술조서와 각종 문서를 정리하고 사건 개요를 요약해 수사보고서를 작성하고 분석하며 번역하는 기능도 탑재됐다. 수사 과정에서 따라야 하는 절차와 지침을 확인하고 비슷한 사건 보고서도 참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결제 정보로 금융회사를 찾을 수 있는 부가 기능도 있다.

    경찰 AI 수사 지원 시스템에는 LG CNS가 개발한 AI 모델인 엑사원(EXAONE)이 적용됐다. 경찰은 챗GPT 등 외부 AI 서비스 사용 과정에서 제기된 수사 기밀 유출 우려를 고려해 내부망에서만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특히 사건 관계자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는 자동으로 익명 처리되도록 구성됐다.

    일선 수사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서울의 한 경찰서 수사관은 “네이버나 다음에서 검색할 게 있으면 물어보듯이 수사 업무와 관련해 궁금한 판례가 있으면 수시로 킥스 AI를 쓴다”며 “요즘에도 계속 활용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일선서 수사과장은 “(킥스 AI가)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영장 신청서 초안 작성 같은 경우엔 내 스타일이 더 낫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건 관계인의 진술 조서를 대상자별 진술에 차이 있는 부분을 요약 정리해 보라고 시켰는데 생각보다 (결과가) 안 나왔다”며 “아직 초기니까 나중에 조금 더 활성화되고 나면 다시 써볼까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국가수사본부 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주 1회씩 세부 추진 과제를 지속해서 발굴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TF 팀장을 맡은 유승렬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치안감)은 “수사 업무는 기본적으로 보안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AI 시스템을 폐쇄형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어 학습 데이터가 충분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학습 자료를 계속 업데이트 시켜가면서 업무에서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럴드경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임세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I 해킹 범죄’ 잡는 첨단기술도 개발 = 경찰청은 지난달 ‘2026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범죄예방 및 민생범죄 대응 등 치안 역량 강화를 위해 AI 관련 연구개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재난 안전부처(행정안전부·해양경찰청·소방청) 중에서도 AI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오는 2030년까지 관련 예산을 1500억원까지 확보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도 수립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모두 치안 AX(AI-Transformation, AI 대전환) 전략의 하나로 추진되는 것이라고 한다.

    올해 예정된 신규 사업 가운데 ‘AI 모델을 대상으로 한 포렌식 기술 개발’ 프로젝트가 주목된다. 경찰은 딥페이크나 가짜뉴스 등 AI 악용 범죄에 대응하려고 지난해부터 ‘허위 조작 콘텐츠 감지 기술’을 구축했다.

    하지만 AI 자체를 해킹해 조작하거나 정보를 탈취하는 신종 기술 범죄들이 늘고 있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의 ‘치안전망 2026’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발생한 해킹 범죄는 2617건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다.

    생성형 AI가 학습한 해킹 기법을 토대로 공격을 설계하면서 기존과는 성격이 다른 신종 사이버 공격이 나타나고, 전문적인 코딩 능력이 없어도 코드 생성 AI를 통해 손쉽게 범행할 수 있어 해킹 범죄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은 아직 자체 역량이 이런 신개념 AI 해킹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자평한다. 이 때문에 AI가 단순히 오류를 일으키는 것인지, 혹은 외부에서의 악의적 공격인지를 판별하고 입증할 수 있는 포렌식 기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장 올해부터 2029년까지 약 100억원을 투입해 AI 모델에 대한 외부 공격을 탐지할 솔루션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더불어 AI 활용 확산에 장애가 되는 데이터 보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민감 데이터를 암호화 상태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