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세계유산 주변 주거환경 정비방안 마련 토론회
서울시 “개정안 시행 시 모아타운 17개소도 영향권”
“태릉CC, 3000세대로 사업성 부족해 지연 경험”
9일 서울특별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세계유산 주변 주거환경 정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희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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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국가유산청이 추진 중인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안(세계 유산 반경 500m 내 세계유산영향평가 의무화)이 시행될 경우 서울 내 문화유산 주변 사업장 38곳, 총 3만 세대에 가까운 주택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지난 9일 서울특별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열린 세계유산 주변 주거환경 정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3만 세대의 주택 공급이 지연될 것”이라며 “특히 소규모로 진행되는 모아주택·모아타운 정비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앙준모 서울시 전략주택공급과장은 “(시행령 개정 시 영향을 받는) 문화유산 주변 모아타운 관련 사업지역이 17개소, 총 7000세대 규모”라며 “(이곳들은) 대형 사업장들에 비해 작은 이슈로도 사업이 멈춰질 수 있어 오히려 합리적 규제와 함께 인센티브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들 입장에서는 도시계획위원회, 건축위원회, 경관심의 등 거쳐야하는 절차가 많다”며 “이와중에 국가유산청이 만드는 새 규정이 생기면 관리계획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사업성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최근 논란이 됐던 세운4구역 외에도 성북구 의릉 주변 15개 장위동, 석관동 정비사업지 관련 1만2911세대 또한 개정안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재훈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서울 내 종묘, 창덕궁, 의릉, 정릉, 헌릉 등 10개의 세계문화유산이 존재한다”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성북구 의릉 앞에 있는 장위 뉴타운 개발들도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지상 45층, 2600여 가구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인근 역세권장기전세주택 사업 또한 높이가 149m로 사업 진행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 지역의 한 조합 관계자는 “반경 500m를 평가 의무화지역으로 하면 절반 넘게 포함되는 곳도 있다”면서 “구역이 해제됐다 소송을 통해 어렵게 사업을 정상화 시킨 곳도 있는데 사업이 멈출까 주민 불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의릉 인근에 거주하는 한 재개발 구역 주민은 질의응답에서 “실제로 그 유산을 보러 오는 외국인은 많지 않다”면서 “일반인은 사실 누구의 땅인지도 잘 모르는데 각종 평가나 심의가 갈수록 비용과 시간만 늘어나게 하는 이해가 가지 않는 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관련 발표 자료. 서울 내 세계유산 인근에는 총38개 사업장이 있어 관련 3만 세대의 주택 공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서울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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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서는 1·29 대책에서 언급됐던 서울 노원구 태릉CC도 문화유산으로 인한 사업 지연 사례로 소개됐다. 정 교수는 “2022년 세계문화유산평가를 받았고 그 결과, 3000세대로 공급 수가 축소된 태릉CC 사업은 사업성 결여로 지금까지 답보 상태”라며 “그럼에도 이 부분을 중앙정부에서는 다시 6800세대로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기준의 불확실성은 개발의 부담이 되고 이 ‘기준의 부재’는 평가 용역비 등 직접 비용 뿐만 아니라 금융비용 등 간접비용을 높이고 장기간 결정 불가 상태에 머무르게 한다”고 덧붙였다.
일 서울특별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세계유산 주변 주거환경 정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희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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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서는 세계유산평가 관련 해외 사례들을 통해 명확한 사전 기준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구강모 연세대 정경대학원 교수는 “영국 리버풀 항만 사례를 보면 동일한 개발 계획에 대해 세계문화유산평가를 3차례 받았는데 그 결과가 모두 달랐고 결국 세계유산 지위 대신 개발을 선택한 사례”라며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매번 평가가 달라졌다는 점이 평가가 가진 불확실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호주 맬버른의 칼튼 가든과 왕립전시관(REB) 인근에 지어진 ‘사파이어 바이 더 가든스(Sapphire by the Gardens) 사례를 소개했다. 당시 유산의 뛰어난 보편적 가치(OUV) 훼손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인근 60층 내외 트윈타워인 해당 건물은 약 218m의 최고급 주거용 타워였다. 구 교수는 “왕립전시관을 사람들이 볼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높이가 아닌 ‘조망간섭’을 중심으로 상층부를 가늘게 하는 등 설계 수정을 통해 개발 중단이 아닌 문제 해결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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