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오타구 산타페 가든 힐즈에서 어르신들이 로봇의 시범에 맞춰 체조를 하고 있다. /젠코카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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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하우징 시장은 단순한 주거 공간 제공에서 나아가 첨단 기술이 결합된 ‘스마트 돌봄’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급증하는 돌봄 수요와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0여 년 뒤면 돌봄 서비스 분야에서 최대 155만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즉 돌봄을 사람의 노동에만 의존하는 방식이 한계에 직면한 셈이다.
1월 23일 찾은 일본 도쿄 오타구에 있는 산타페 가든 힐스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스마트 돌봄의 선두 주자다. 고령자 개호(요양) 시설인 이곳은 돌봄 로봇을 비롯해 인공지능(AI) 등 각종 정보기술(IT)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전(前) 일본 총리, 고노 다로 전 디지털상 등 일본 핵심 각료를 비롯해 국내외 관계자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찾는 미래형 스마트 돌봄의 최전선 시설로 통한다.
침대 매트리스 아래에 호흡과 심박수, 수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기기 '슬립 스캔(Sleep Scan)'이 설치돼 있다(왼쪽). 여기서 수집된 수면 데이터는 'Nemuri CONNECT'에 나타나게 되고, 개인별 맞춤형 돌봄 계획을 짜는 데 도움을 준다. /도쿄=정민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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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돌봄을 돕는 스마트 기기가 다양하다. 각 방에 놓인 침대 매트리스 아래엔 호흡과 심박수, 수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기기가 설치돼 있다. 천장에는 AI 기술이 적용된 적외선 카메라 ‘히토미큐 케어 서포트(HitomeQ Care Support)’가 어르신의 움직임을 분석해 낙상 사고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배에 부착해 초음파로 방광 속 소변량을 알려주는 기기 ‘디 프리(DFree)’도 있다. 젠코카이는 여기서 취합된 수면·식사·배변·투약 등 정보를 데이터화한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골전도 이어폰을 두르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든 개호 복지사들은 더 효율적으로 어르신을 돌볼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요시무라 아야코 젠코카이 실장은 “스마트 돌봄을 도입하기 전에는 하루 2만보 이상 걷는 건 일상이었다”면서 “지금은 위험 신호가 있을 때 적시 적소에 대응할 수 있게 돼 체력·정식적 부담이 줄었을 뿐 아니라, 어르신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아 돌봄 품질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돌봄 로봇으론 이동 보조 로봇 ‘허그(Hug)’가 있다. 허그는 이동의 부담을 덜어주는 로봇이다. 이름 그대로 포옹을 하려 양팔을 활짝 벌린 듯한 모양의 허그를 직접 체험해 봤다. 몸에 힘을 다 빼고 로봇 전면의 푹신한 쿠션에 가슴을 기댔다. 직원이 버튼 몇 번을 누르자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고, 따로 힘을 주지 않아도 자리에서 일어나게 됐다. 미끄러질까 봐 불안하긴 했으나, 생각보다 허그는 견고하게 몸을 받쳐줬다. 이어 고정 장치를 푼 바퀴 달린 허그는 적은 힘으로도 이동할 수 있었다. 과거라면 건장한 직원 두 명이 붙어 힘을 써야 했던 일이지만, 지금은 혼자서도 어르신의 안색을 살피며 화장실로 이동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게 됐다.
그래픽=정서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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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건설사들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시니어 하우징에 돌봄 로봇을 접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삼성물산 C&T 건설 부문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경기 용인시에 있는 실버 주택인 삼성노블카운티,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래미안원펜타스 거주자를 대상으로 ‘홈 AI 컴패니언 로봇’ 서비스 실증을 진행했다. 1인 또는 부부 시니어를 주된 고객으로 개발한 이 로봇은 높이 30㎝·폭 21㎝·가로 20㎝·무게 4㎏ 가량으로 5인치 스크린을 통해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현대·GS건설 등도 로봇은 아니지만 입주민 대상 AI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확대하고 있다.
다만 국내의 경우 스마트 돌봄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돌봄 로봇은 간단한 대화 기능이나 음성 호출, 사물인터넷(IoT) 기기 제어, 응급 상황 알림 등에 머물러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연구원이 장기요양기관 시설장을 설문 조사한 결과, 돌봄로봇을 활용하는 기관은 3.9%에 불과했다. 이들은 직원들의 신체적·정신적 부담 완화를 위해 로봇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높은 비용 부담과 현장 인력의 사용 난이도가 걸림돌로 지적됐다.
이와 달리 일본은 2010년대부터 정부 차원에서 스마트 돌봄 도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2012년에는 돌봄 로봇, 현지 표현으론 ‘개호 로봇’ 개발·보급을 위한 6대 중점 분야를 선정해 관련 제품에 보조금 지원을 시작했다. 후생노동성은 지정된 개호 로봇 구매 비용의 최대 75%를 보조하는 제도를 시행해 왔고, 경제산업성도 로봇 개발업체에 연구 자금을 지원해 오고 있다. 2026년 후생노동성 예산안에는 개호 기술 개발과 요양 시설 도입 지원 사업에 대규모 재원이 편성됐다.
지난 1월 23일 일본 도쿄 오타구에 있는 고령자 개호(요양) 시설 ‘산타페 가든 힐즈’에서 젠코카이 직원들이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왼쪽부터 토야마 타츠야 시설장, 요시므라 아야코 실장, 그리고 안도 유나씨. /도쿄=정민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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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 개호 로봇 활용 연구를 시작한 젠코카이도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곳 중 하나다. 젠코카이는 개호 로봇 연구를 전담하는 연구소를 설립했고, ‘스마트 개호사’ 양성을 목표로 한 민간 자격증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약 1만2000명이 이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실습을 위해 이 시설에 오는 개호사도 있다고 한다.
토야마 타츠야 시설장은 “초기에는 제조사가 시범적으로 제품을 제공했는데 최근 10년간은 후생노동성·경제산업성에서 기기 도입 비용의 4분의 3 또는 2분의 1을 지원받는다”면서 “스마트 돌봄의 목적은 개호사를 편하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단순 반복 업무는 로봇에 맡기는 등 신체적 업무 부담을 줄여 직접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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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김보연 기자(kb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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