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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햇빛 아래 차량 과열, '투명 냉각 필름' 하나로 잡는다[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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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력 소모 없는 복사 냉각 기술…여름철 냉방 에너지 20% 절감

    여름철 직사광선에 노출된 차량 실내 과열 문제를 전기를 쓰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는 '투명 복사 냉각 필름' 기술이 국내외 공동연구로 개발됐다. 실제 차량을 활용한 실험에서 실내 온도를 최대 6.1℃ 낮추고 냉방 에너지를 20% 이상 줄이는 효과가 확인되면서 전기차 효율 개선과 탄소 저감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고승환 서울대학교 교수 연구팀과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강 첸 교수, 현대자동차·기아 연구진이 공동으로 차량 유리에 적용 가능한 대면적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을 개발하고, 다양한 기후와 주행 조건에서 실차 검증을 완료했다고 1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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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면적 투명복사냉각 필름의 차량 적용 개념도. 가시광 투과, 근적외선 반사, 중적외선 방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4층 구조의 STRC 필름과 차량 유리 적용 개념을 나타낸다. 그림 및 설명: 고승환 서울대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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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 없이 열만 내보낸다…차량 유리에 맞춘 '투명 복사 냉각'

    여름철 차량은 태양 복사에 의해 실내 온도가 빠르게 상승해 냉방 에너지 소비가 급증한다. 기존 로이(Low-E) 코팅이나 틴팅 필름은 태양광 유입을 일부 차단하는 데 그쳐 이미 실내에 축적된 열을 외부로 배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대면적 투명 복사 냉각 필름(STRC)은 가시광 투과율 70% 이상을 유지해 운전자 시야를 확보하면서, 태양열의 주요 성분인 근적외선을 반사하고 중적외선 영역에서는 차량 내부 열을 외부로 방출하도록 설계됐다. 별도의 전력이나 제어 장치가 필요 없는 완전 수동형 냉각 기술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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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철·겨울철 차량 평가를 기반으로 한 미국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량 분석 결과. 여름철과 겨울철 주차 조건에서 STRC 적용 차량의 실내 온도 및 냉난방 에너지 소비량을 평가한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기술을 미국 전역의 차량에 적용했을 때 예상되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량을 분석했다. 그림 및 설명: 고승환 서울대 교수 제공


    한국·미국·파키스탄 실차 검증…냉방 에너지 20% 절감

    연구진은 한국, 미국, 파키스탄 등 서로 다른 기후 지역에서 여름·겨울, 주차·주행 조건을 모두 포함한 실차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STRC 필름을 적용한 차량은 모든 조건에서 실내 온도가 일관되게 낮게 유지됐다.

    여름철 주차 조건에서는 실내 공기 온도가 최대 6.1℃ 감소했고, 냉방 에너지 소비는 20% 이상 절감됐다. 겨울철에는 태양열 유입 감소로 난방 에너지가 소폭 증가했지만, 증가 폭은 0.4% 수준에 그쳐 여름철 냉방 절감 효과가 이를 크게 상회했다. 실차 데이터를 반영한 시뮬레이션에서는 에어컨 작동 후 쾌적 상태에 도달하는 시간이 최대 17분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이 기술을 미국 전체 승용차에 적용할 경우 연간 약 2540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이 가능하다. 이는 도로 위 차량 약 500만 대를 줄이는 효과와 맞먹는다. 특히 냉방 에너지 절감은 전기차의 주행거리 증가로 직결돼 전동화 시대의 차량 효율 개선 수단으로 활용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STRC 필름은 폭 1600㎜ 이상의 롤투롤 공정으로 제작돼 차량 전면 유리와 선루프 등 대면적 적용이 가능하며, 장기간 자외선 노출과 극한 온도 조건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내구성을 확보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이민재 연구원은 "실험실 성능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계절·주행 조건을 달리한 실제 차량 환경에서 기술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고승환 교수는 "투명 복사 냉각 기술이 차량 환경에서도 실질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글로벌리더연구사업으로 수행됐으며, 에너지·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에너지 및 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지난 4일 온라인 게재됐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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