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지옥 향하는 K-반도체 투톱…우주 인프라 핵심 '두뇌' 실전 테스트
우주 데이터센터 실현 위한 '내방사성' 확보 초점…심우주 시장 선점 목표
아르테미스 2호에 탑재되는 큐브위성 'K-라드큐브(K-RadCube)'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가 실려 우주로 향하게 된다. (사진=우주항공청)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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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가진 우리 반도체가 올해 지상을 넘어 우주로 영토 확장에 나선다. 단순히 기업 로고를 새긴 홍보용 이벤트를 넘어 인류의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가 될 '우주 데이터센터'의 핵심 두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검증받는 실전 무대다.
현재 전 세계 데이터센터 산업은 전력 공급 부족과 냉각 비용 급증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직면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2030년까지 전력 수요가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무한한 에너지와 극저온 환경을 갖춘 우주가 최적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지상보다 5~8배 높은 태양광 발전 효율과 우주의 무한한 열소(Heat Sink)를 활용하면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OpEx)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구상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극한의 방사선 환경을 견뎌낼 반도체의 신뢰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우주 방사선은 미세 소자에 충돌해 데이터 오류(SEU, 싱글 이벤트 업셋)를 유발하거나 소자를 영구적으로 파손시킬 수 있어, 초고신뢰성 내방사선(Rad-Hard)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아르테미스 2호 타는 삼성·SK 칩…'우주방사선 지옥'에서 내구성 실증
올 상반기 예정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 탐사 임무인 아르테미스 2호에 동승하는 국산 큐브위성 'K-라드큐브(K-RadCube)'의 임무가 이 우주 반도체 시대 서막을 위한 상징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K-라드큐브에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멀티칩 모듈(K-RAD-SS)과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칩(K-RAD-SK)이 나란히 탑재된다. 이들 반도체는 위성에서 별도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우주방사선 환경에서 반도체의 내구성 및 성능 등을 확인하는 목적으로 우주로 향하게 된다.
K-라드큐브는 원지점 고도 7만㎞에 달하는 혹독한 궤도를 돌며 '지옥의 방사선대'라 불리는 밴앨런 복사대를 통과한다. 이곳에서 국산 반도체는 실시간 방사선량 측정 데이터와 대조하며 실제 우주 환경에서의 생존력과 동작 특성을 검증받게 된다.
우주항공청은 반도체 고집적화로 인해 생활 방사선에도 에러가 생기는 만큼 우주 산업 성장에 맞춰 방사선에 강한 반도체를 만드는 것이 공정상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K-반도체'의 진화…지상 넘어 우주 인프라 시장 선점 나서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이 위험한 궤도에 자사 칩을 올린 이유는 명확하다. 실험실 데이터가 아닌 '진짜 우주'의 데미지 리포트를 확보해 미래 먹거리인 우주 데이터센터 및 심우주 탐사용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진행된 우주항공청의 K-라드큐브 관련 브리핑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측이 자사 반도체의 우주행이 갖는 의의에 대해 직접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도 우주방사선은 계속 노출되고 있는데, 반도체 소자가 소형화·미세화되면 극미량의 방사선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미 지상에서도 이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위해 실험실 환경을 조성하기도 하지만, 실제 우주 환경에서의 이해도를 높여야 향후 상용 반도체에서도 이를 응용·접목할 수 있는 기술이 축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또한 "현재도 지상까지 내려오는 우주방사선을 다 고려해서 반도체 소자를 제작하고 있는데, 이제 칩을 고궤도 위성까지 올려서 우리 칩들이 어느 조건까지 살 수 있는지, 언제 죽는지, 어떻게 죽어가는지까지 직접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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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서도 우리 반도체를 우주로 쏘아 올려 내방사성을 검증, 강화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항우연 원장을 지내기도 했던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국회에서 진행된 우주데이터센터 토론회에서 "엔비디아 칩 등만 봐도 2나노, 3나노 칩을 쓰면 방사선에 엄청 취약해진다"며 "완전히 칩이 죽어버리면 차라리 대응이 쉬운데, 데이터 비트(0 또는 1)가 의도치 않게 반대로 뒤바뀌는 비트 플립 오류 등이 일어나면 AI가 엉뚱한 답을 계속 내놓게 된다. 이런 것을 소프트웨어적으로 대응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주 분야는 우리가 열심히 하면 따라갈 수 있는 곳이다. 우리도 삼성전자 칩을 넣든 SK의 메모리를 넣든 더 빠르게, 더 많이 우주로 올려야 한다"며 "반도체들이 우주 방사선에 취약한 건 다 비슷하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나 SK에서 쓰는 반도체 등을 쓰면 훨씬 더 안전해진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전 테스트가 지상 중심의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우주용 서버 및 AI 반도체로 다변화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구글, 스페이스X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상황에서 검증된 내방사선 기술은 K-반도체의 새로운 초격차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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