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2.16 (월)

    유승은·김상겸 시선으로 본 질주의 '비밀'[백종민의 딥테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속 100㎞ 넘는 스키 활강을 따라붙은 드론…‘체감’으로 바뀐 속도

    초경량·고속 중계 기술, 올림픽 중계 체험을 바꾸다

    한국 스노보드 대표 선수 유승은이 몸을 낮추고 거대한 높이의 구조물에서 '빅에어' 종목 경기에 나섰다. 시청자의 화면에는 유 선수의 뒤를 따라 설면이 빠르게 흐르고, 키커(도약대)가 점점 커진다.

    그리고 마침내 도약. '아 저렇게 높이 뛰는 구나'하는 생생한 느낌이 전해진다. 시청자는 '점프를 본 것'이 아니라 '점프를 박차고 떠오른 느낌'까지 공유할 수 있었다.
    아시아경제

    남자 스키 활강 경기 중 드론이 포착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승은이 동메달을 따낸 점프는 그렇게 기록됐다. 관중석에서 올려다보는 화면이 아니라, 도약 직전 가속과 공중 체공 구간을 함께 따라가는 화면을 통해 시청자는 선수의 시선에서 경기에 동참했다.

    스노보드 평행대회 전에서 은메달을 선사한 김상겸의 승리 장면도 마찬가지다. 두 선수가 게이트를 가르며 내려오는 장면이 선수의 시선에서 살짝 위 공중에서 바라본 모습으로 거실로 전해졌다. 멀리서 지켜봤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도 어렵지만,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선수를 추격하는 장면은 박진감을 극대화했다.

    이뿐이 아니다.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장거리를 내려오는 스키 활강, 슈퍼대회전에서도 선수들의 실제와 같은 모습이 전파와 네트워크를 타고 TV와 스마트폰으로 전해졌다. 한 스레드 이용자는 "엄청난 속도가 그대로 느껴졌다. 기존 중계에서는 왜 이렇게 느릴까 생각했던 장면이 이번 올림픽에서는 너무나 달라졌다"고 환호했다. 그동안 중계 화면에서는 시속 100~130㎞라는 설명이 따라붙었지만, 체감은 제한적이었다. 고정 카메라나 상공 샷에서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 변화를 만든 장비가 FPV(First Person View) 드론이다. 이번 동계올림픽을 통해 올림픽에 첫 데뷔다. 첫 시도부터 효과가 대단하다. 하계 올림픽과 달리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따라가기 힘든 속도를 다루는 종목이 많은 탓이다.

    기존 중계는 대개 측면과 상공에서 경기를 담았다. 기술의 높이와 회전, 게이트 간 거리와 코스 흐름을 설명하는 데는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선수의 시야와 감각은 공유되지 않았다.
    아시아경제

    듀얼 모글 경기 중 드론의 모습이 화면 중앙 상단에 포착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FPV 드론은 선수와 같은 고도, 같은 진행 방향, 같은 속도로 달린다. 그래서 "이제야 선수들이 느끼는 속도감을 알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알파인 스키 다운힐에서 시속 120~130㎞의 질주를 따라붙은 추격 샷은 숫자로만 듣던 속도를 체감 가능한 풍경으로 바꿔놓았다.

    마치 비디오 게임에서나 가능해 보였던 화면이, 최고 선수들의 경쟁으로 재현된 셈이다.

    이번 대회에 투입된 드론은 상업용 촬영 드론과 다르다. 레이싱 드론 구조를 기반으로 한 방송용 커스텀 FPV 기체다. 최고 속도 약 120㎞/h 이상, 무게 250g 미만이다. 프레임은 카본 파이버 경량 설계이며 고방전 리튬폴리머(LiPo) 배터리를 사용한다. 방송을 위해 파일럿용 저지연 카메라와 방송용 고해상도 카메라를 탑재했다.

    드론은 크지 않다. 중계화면을 자세히 보면 선수들의 따라 추격하는 드론을 볼 수도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아시아경제

    사진 우측 상단의 드론이 스노보드 빅에어 선수의 도약 순간을 촬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드론의 핵심은 신속함이다. 파일럿이 보는 화면의 지연을 50~80ms 수준으로 낮춰야, 선수들의 순간적인 동작에 대응할 수 있다. 순간 가속과 급상승이 가능한 모터 세팅도 필수다.

    FPV는 파일럿이 고글을 쓰고 1인칭 화면으로 조종한다. 드론 레이싱 출신 전문가들이 투입된다. 이 모두가 올림픽 브로드캐스킹 서비스의 일환이다.
    그동안 중계 화면에서는 시속 100~130㎞라는 설명이 따라붙었지만, 체감은 제한적이었다. 고정 카메라나 상공 샷에서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보였기 때문이다.

    단점도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멀미가 난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익숙하지 않은 모습인 탓이다. 일각에서는 선수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측면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올림픽 공식 채널은 드론을 포함한 혁신 중계가 "팬을 더 가깝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