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한 해 근로자가 3명 이상 사망한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번 법안은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후속 입법 조치로 최고 경영책임자 형사처벌 조항을 담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이어 기업에 대한 막대한 경제적 제재 조항을 신설한다는 의미여서 경영계는 "비현실적인 경제제재"라며 반발했고, 여당 간사인 김주영 의원은 "의결된 법안들은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실행을 위한 근거 마련과 후속 법안으로 더이상 일터의 죽음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국회의 최소한의 책임이자 약속 실현"이라고 밝혔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월 12일 국회 소위원회와 전체 회의를 잇따라 열고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에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해당 법안엔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해 1년간 근로자 3명 이상이 사망하는 경우 영업이익의 5%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공공기관 등 영업이익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는 30억 원 미만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건설사는 고용노동부가 관계부처에 등록말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신설했다. 등록말소 처분을 받은 건설사는 신규 사업·수주·하도급 등 모든 영업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 5년째를 맞고 있지만 중대재해가 전혀 줄어들지 않은 데 따른 고강도 대책으로 볼 수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전인 2021년도에 12만 2,713명이던 재해 근로자는 2024년도에는 14만 2,771명으로 외려 2만 58명이나 늘었다. 같은 기간 사망자도 2,080명에서 2,098명으로 18명이나 증가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22년 중대 재해자는 13만 348명으로 2021년(12만 2,713명)보다 늘었고 2023년과 2024년도 각각 13만 6,796명과 14만 2,771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산업 현장의 근로 인프라(Infra)와 일하는 방식의 개선이 기대만큼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 현실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 결과 기업의 63%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안전 업무 수행 인력이 늘었다. 안전 관리 예산이 증가한 비중은 72%였다. 문제의 심각성은 기업이 시간과 인력을 투자했는데도 중대재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벌칙 강화와 제재만으로는 당장 중대재해가 줄어들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방증(傍證)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오히려 중대재해를 양산하고 있다는 곡해(曲解)나 사시적(斜視的) 시각은 당연(當然)히 금물(禁物)이다.
어쩌다 부작용이 두드러지는 사례는 있어 보인다. 형사처벌에 위협을 느낀 우수 관리자가 대거 생산 현장을 떠나거나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면책용 서류작업에 에너지를 소진한다는 현장의 얘기도 나오고 있다. 사업주와 기업에 대한 과잉 처벌이 역설적으로 근로자의 '주의 수준'을 낮췄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박재옥 교수와 한순구 교수가 지난 2024년 1월 발표한 논문 '중대재해처벌법은 재해를 감소할 수 있는가'에 따르면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사고가 줄어들기 어렵다. 사고 발생 시 사업주의 책임이 강해지면 사고 예방을 위한 사업주의 '주의 수준'은 높아지지만, 근로자는 중대재해 발생 시 보다 높은 수준의 손해배상을 기대하게 되므로 '주의 수준'이 내려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사고도 예외 없이 책임을 져야만 한다면 투자 회피와 생산성 하락은 불가피할 수도 있다. 주한 유럽상공회의소(ECCK)는 한국 투자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이슈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콕 집어 지적한 바 있다. '스테판 언스트(Stefan Ernst)' ECCK 총장은 2024년 9월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2024년도 ECCK 백서' 발간 기념 기자회견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노동 시장의 유연화와 더불어 해외 직접 투자 기업들의 투자 결정 단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라며,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에 대한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유례없는 과잉 처벌법'으로 불리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과징금제도를 추가한다면 중복 제재 문제도 불거질 수도 있다. 통상 '불법 이득 환수'가 목적인 '과징금제도'를 불가피하게 산업재해에 적용하는 것이 과연 법적 '정합성(整合性 │ Consistency)'을 갖는지는 의문이겠지만 이로 인한 효과성도 따져볼 일이다. '영업이익 5%'라는 과징금의 규모도 너무 크다는 여론도 없지 않다. 지난 4년간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입을 해보면 최대 1조 6,0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대기업을 물론이고 생존을 걱정하는 중소기업에는 치명적인 규모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만큼 엄중히 다스려야 한다는 의견도 존중되어야만 한다. 최근 한 중견그룹 회장이 무리하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1심 재판을 받은 결과 무죄 선고가 나온 게 바로 엊그제다. 효과가 불분명한 엄중한 처벌 주의와 재해 예방 활동을 유인하는 인센티브(Iincentive)를 주는 새로운 방향도 귀를 기울이고 고민을 담아야만 한다.
하지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애초 대기업을 처벌하고자 하는 것이 취지지만, 실상은 중소업체 사장 처벌에 치우칠 것이란 우려가 컸다. 그러나 검찰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관련 기소 건수가 지난해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 당시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은 법리가 법원 판결을 통해 구체화하면서 수사와 기소에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월 1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이 지난해 9월까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한 사건은 총 64건이다. 연간 기소 건수는 매년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첫해인 2022년에는 11건에 불과했지만, 이듬해인 2023년 22건, 2024년에는 41건으로 해마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추세다. 검찰의 사건 처리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불기소를 포함한 최종 처분 건수는 2022년 11건(불기소 0건)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9월까지 79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검찰에 접수된 중대재해 사건 누적 245건 중 처분이 내려진 것은 174건(71%)이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법원에서 잇달아 확정판결이 나오고 있다. 현장 안전관리 체계가 미흡했고, 대표이사도 이를 인지했다면 죄책을 인정할 수 있다는 판결이 대부분이다. '중대재해 1호 기소' 사건으로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3년)이 확정된 'D 산업'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D 산업' 대표 C씨는 독성 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Trichloromethane)'이 에어컨 세척제에 포함됐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사상자가 발생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C씨가 받은 작업환경측정 보고서에 트리클로로메탄이 함유된 제품을 사용할 계획이 명시된 점을 근거로 "구체적인 함량까지는 몰랐더라도 최소한 첨가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재명 정부가 산업재해 엄중 대처를 기조로 삼으며 관련 법안들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산재 사망사고 1위로 꼽히는 건설 현장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작업중지권 확대 법안도 지난 2월 12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2024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도 기소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중소기업 등 영세 사업장은 사고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경우가 많아 기소부터 선고까지 빠르게 결론 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1호 50인 미만 사업장 사건'으로 알려진 대구 조경공사업체 'A사'는 2025년 2월 기소돼 불과 두 달 만인 4월 1심 선고가 내려졌다. 이에 대해 중대재해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사회적 효과 책임(공익)과 경제적 효율 책임(수익)의 비교 우위가 법적 정합성(整合性 │ Consistency)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 5년째를 맞고 있지만 중대재해가 전혀 줄어들지 않은 데 대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에 반론을 제기하지만, 이런 강화된 무거운 처벌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가 전혀 줄어들지 않은 데는 안전에 대한 심각성이 그만큼 크다는 인식과 통찰을 가져야만 한다. 무엇보다 "입으로는 안전이 중요하다고 외치면서 사람 목숨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악귀(惡鬼)가 천벌(天罰)도 안 받고 감옥만 가는데 뭐가 가혹하다는 것인가?"란 현장의 따가운 울부짖음에도 귀를 기울일 때다.
일찍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는 "우리가 어느 날 마주친 재난은 우리가 소홀히 보낸 지난 시간의 보복이다."라고 말했고, '요한 크리스토프 프리드리히 폰 실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는 "가장 큰 죄는 무관심이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구조적 미비점을 알면서도 방관(傍觀)하고 방치(放置)하며 방기(放棄)하는 행태야말로 사회가 짊어져야 할 가장 엄중한 책임을 방임(放任)하는 해악(害惡)이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By failing to prepare, you are preparing to fail)"란 '벤자민 플랭클린(Benjamin Franklin)'의 선각(先覺)을 떠 올리고, 곡돌사신(曲突徙薪)의 심정으로 거안사위(居安思危)와 초윤장산(礎潤張傘)의 지혜 그리고 유비무환(有備無患)과 상두주무(桑土綢繆)의 혜안(慧眼)과 안목(眼目)으로 우리 사회에 해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중대재해(重大災害)'만은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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