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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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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시대, 손맛으로 돌아간 미술…기획전 '프롬 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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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의 떨림·압력·속도까지 남긴 도자·직물·조각…수공의 감각 재조명

    정창섭·이인진·홍영인 등 6인 참여 71점 출품…PKM 갤러리서 3월21일까지

    연합뉴스

    PKM 갤러리 기획 단체전 '프롬 핸즈' 전시 전경
    [PKM 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인공지능(AI)이 이미지와 디자인을 만들고 3D 프린터가 실제 물건으로 뽑아내는 시대다. 하지만 손의 떨림과 압력, 속도와 망설임이 고스란히 남는 수공예 작품들은 AI 시대에 인간 고유성을 증명한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 단체전 '프롬 핸즈'(From Hands)는 손이라는 가장 원시적이고 정직한 도구에 기대 작업하는 작가들의 손맛을 들여다보는 자리다.

    정창섭(1927∼2011)과 이인진(69), 김시영(69), 홍영인(54), 구현모(52), 이명진(31) 등 작가 6인이 손으로 빚어낸 도자와 조각, 직물 등 71점이 출품됐다.

    연합뉴스

    이인진 2018년 작 '무제'
    [PKM 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도자 대가 이인진은 50여년간 흙과 불, 장작의 재를 활용해 소박한 토기를 제작해 왔다. 물레로 흙을 빚은 뒤 유약을 바르지 않고 장작 가마에서 5∼6일간 끈기 있게 구워낸다. 작가의 손길이 묻어나면서도 나뭇재의 흩날림과 장작불의 일렁임이 만들어낸 우연성이 더해져 탄생한 도자는 재현할 수 없는 유일성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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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시영 2005년 작 '플래닛 TB_60'
    [PKM 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시영의 도자는 검은색 흑자다. 재료공학을 공부하던 대학 시절 산에서 우연히 흑자 파편을 발견한 뒤 40여년간 전통 고려흑자를 재해석하고 변주하며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만들어 냈다.

    '코스모스'라는 이름의 가마에서 만들어진 도자의 흑색은 단순한 검정이 아닌 곤충의 날개, 공작의 깃털, 조개껍데기와 같은 오색찬란한 우주의 빛을 머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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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진 2026년 작 '블록 선반 09'
    [PKM 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30대 젊은 도예가 이명진의 작품은 건축적 요소에서 영감을 받았다. 건축 구조와 비례에서 출발해 흙의 물성으로 조형을 구축한다. 그의 작품 '블록 선반'은 이름처럼 모듈형 블록을 쌓아 올린 선반 작업이다. 직선과 면, 표면의 질감이 어우러지며 건축적 질서와 손의 개입이 공존해 조형적 균형을 보여준다.

    연합뉴스

    홍영인 '이스턴, 브리스틀' 연작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 단체전 '프롬 핸즈'에 전시 중인 홍영인 작가의 '이스턴, 브리스틀' 연작. 2026.2.17. laecorp@yna.co.kr


    홍영인은 직물과 조각, 퍼포먼스를 통해 동물과 인간의 서사를 끌어내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시그널링' 연작은 코끼리가 위급 상황에서 내는 소리의 파형을 추상적인 직조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스턴, 브리스틀' 연작은 작가가 거주하는 영국 브리스틀 거리의 그라피티를 자수로 옮긴 작품이다. 작가는 손으로 실을 풀고 엮는 행위를 통해 소외된 목소리와 흩어진 이미지를 구축한다.

    연합뉴스

    정창섭 2003년 작 '묵고 23707'
    [PKM 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물에 불린 닥 반죽을 캔버스 위에서 두 손으로 주무르고 펼친 후, 서서히 응고시키며 만드는 정창섭의 단색화 연작 '묵고'와 흙과 나무 같은 천연 소재와 금속, 아크릴 물감 등의 인공 재료를 손의 감각으로 결합하는 구현모의 작업도 만나볼 수 있다.

    연합뉴스

    PKM 갤러리 기획 단체전 '프롬 핸즈' 전시 전경
    [PKM 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경미 PKM 갤러리 대표는 "현대 미술에서 배제됐던 손의 중요성과 기능 회복에 초점을 맞춘 전시"라며 "수공예와 순수 미술 사이의 관계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나름대로 제시하는 시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3월 21일까지.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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