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검사가 수사통제·경찰 근무평정…독일, 검사만 수사권 행사
이탈리아, 사법부가 경찰 통제…일본·미국은 검경 협력 체제로 수사
'검찰개혁의 향후 방향은?' |
[※ 편집자 주 =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함께 수사-기소 분리를 대원칙으로 한 '검찰 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해왔습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기소는 공소청이,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 맡는 큰 틀의 개혁안이 윤곽을 드러냈지만 각론을 두고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합니다. 특히 최근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검찰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절차 개선을 넘어 형사사법 체계의 공정성과 효율성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에 연합뉴스는 보완수사권 논의의 주요 쟁점을 짚어보고 현행 제도의 운용 실태와 문제점, 현장 실무자 목소리, 전문가 의견 등을 전하는 5건의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전재훈 기자 = 해외 주요국의 수사시스템은 어떻게 운용될까.
김종민 법무법인 MK파트너스 변호사와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공정한 검찰권 행사와 국민의 기본권 강화를 위한 형사사법제도의 합리적 개혁방안에 관한 연구'를 보면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대륙법계 형사사법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는 검찰이 사법경찰을 지휘하는 관계를 채택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는 공통으로 검사가 수사의 중심에 있는 구조를 택했다. 경찰은 독자적인 수사기관이 아니라 법적으로 검사의 지휘와 통제를 받는 집행기관에 가깝다.
프랑스는 사법경찰의 모든 수사가 검사의 통제 아래에 있고, 경찰 조직의 상관과 검사의 지휘가 경합할 때는 검사의 지휘를 따르도록 형소법을 통해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사법경찰이 직무상 의무에 위반해 검사의 지휘를 따르지 않을 때는 고검장이 부여된 사법경찰권을 박탈하는 등 제재할 수 있다. 또 고검장은 관내 사법경찰관의 근무평정을 하고, 사법경찰관의 인사 관련 서류도 별도로 보관한다.
독일과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로 검사가 경찰을 지휘한다.
독일의 검사는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을 통해 수사할 수 있다. 동시에 수사 활동의 법률 적합성에 대해 책임진다.
경찰은 현행범 발생 등 긴급한 경우 초동 조치할 수 있지만, 이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검사는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가진다.
이탈리아는 헌법을 통해 '사법부는 사법경찰을 직접 통제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검사는 수사에 대한 전반적 지침을 수립해 경찰을 지휘할 수 있다. 사법경찰은 범죄 혐의를 발견하거나 새 증거를 발견할 경우 지체 없이 검사에게 서면으로 보고해야 한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고검장이 근무평정에 관여한다. 고검장은 사법경찰의 직무수행에 대해 감독할 권한이 있고, 의무 위반 시 징계 소추를 의뢰할 수 있다.
다만 이탈리아의 사법경찰은 검사의 수사 지휘가 있기 전에는 고유의 권한으로 수사할 수 있다.
민주당 정책 의총에서 인사말 하는 정청래 대표 |
같은 대륙법계 국가인 일본은 경찰과 검찰의 관계가 종속적이지 않다.
일본의 형사소송법은 '검사와 사법경찰은 수사에 관하여 상호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양자가 각각 독립적인 수사기관이면서 상호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다만 수사의 목적이 공소 제기(기소)이기 때문에 검사가 일정한 범위에서 사법경찰에 대해 지시하고 지휘할 권리를 갖고 있다.
검사는 사법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이 아닌 별개의 구체적인 사건을 직접 수사할 때 경찰을 지휘할 수 있다. 사법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수사에 대한 검사의 일반적인 지휘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사법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검사의 지시와 지휘에 따르지 않는다면 검사총장 등은 사법경찰에 대해 징계 또는 파면을 소추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일본의 경찰과 검찰은 현행법상 상호협력관계이지만, 수사의 적정화와 적절한 공소 제기를 위해 일정한 범위에서 사법경찰에 대한 검사의 지시와 지휘가 인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미법계 국가인 미국은 경찰과 검사가 수사부터 공소 유지까지 전 과정에서 협력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형사재판을 사인과 사인 간의 분쟁으로 보는 영미법계에서는 검사가 경찰의 지휘자가 아닌 소추 대리인이다.
다만 검사는 경찰의 법률 후견인으로서 조언과 지도를 하고, 경찰의 수사 행위에 대한 적법성을 그때그때 심사한다. 경찰이 확보한 증거가 부족하면 검사는 즉시 사건을 기각해 경찰의 권한 남용을 억제한다.
경찰도 치안판사에게 영장을 받기 전에 검사에게 사전 검토를 받아 체포영장, 압수수색영장 등을 신청하는 등 검사와 수사 중 상시 협력하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형사법 구조는 대륙법계 전통을 따른 일본 법을 이어받아(계수) 제정·시행됐으며 이후 영미법계 요소를 가미해 발전시켜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연구진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는 "이미 정답이 나와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찰은 경찰에 대해 형사정책에 관한 일반적 지휘를 할 수 있다"고 밝힌 2000년 10월 6일 유럽평의회 권고인 '형사사법제도에서의 검찰의 역할'을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국제형사법학회 AIDP가 1989년 비엔나 정기총회의 '사법조직과 형사소송과의 상호관계'에 관한 결의에서 "수사기관은 소추기관 또는 재판기관의 지휘에 따라 수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의 자유에 대한 모든 침해행위는 사법기관의 통제에 따라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고 소개했다.
ke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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