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회담서 일본 2호 대미투자프로젝트 발표 가능성
협상실무단에 조선·가스담당· 재경부 과장급 동행…LNG 투자처 모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0월 도쿄 아카사카의 영빈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정상이 서명한 희토류 공급망 협정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UP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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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양영경 기자]일본의 선제적 대미 투자 이행으로 미국의 한국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으며, 결정이 늦어질수록 청구서 금액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다음 달 19일로 알려진 미일 정상회담 이전에 우리 정부가 최소 1호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확정해야 관세 재인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미국 방문에 맞춰 대미 투자 두 번째 프로젝트를 발표할 가능성이 유력해, 한미 간 협상 지형이 더욱 불리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일 관가에 따르면 미국은 관세 재인상 예고 전후 한미 간 협의 과정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비롯한 복수의 에너지 분야 사업 후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대미투자 특별법 제정 이전에 대규모 투자 사업을 사전 확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와 맞물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 원복을 예고했다. 투자 협상과 무관치 않은 신호로 보여진다.
현재 미국 워싱턴 DC에 체류 중인 대미협상실무단에는 산업통상부 조선해양플랜트 과장과 가스과장 직무대리, 재정경제부 과장급 등이 포함됐다.
조선해양플랜트과장은 마스가 프로젝트(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기획자로 지난 13일 미국이 발표한 조선업 재건을 위한 국가 전략 ‘미국 해양 행동 계획(MAP)’과 연계된 한미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또 가스과장 직무대리는 LNG투자 지역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예고 전부터 루이지애나 LNG 터미널(수출 항구) 사업 투자를 우리나라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요구한 루이지애나 LNG 사업은 멕시코만에 인접해 미국 정유시설이 집중된 걸프코스트(Gulf Coast)에 대규모 수출 인프라를 구축해 미국산 LNG를 전 세계에 수출하는 대형 투자 사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 대대적인 시설 확장을 승인하는 등 이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내 에너지관련 주도세력은 텍사스와 알래스카 지역으로 나뉘는데 일본이 오하이오·텍사스쪽에 투자를 선점한 상태로 미국이 우리나라에 리스크가 큰 지역인 알래스카 프로젝트 참여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업계에서는 일본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를 피하기 위해서 선제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지역에 투자를 선점했다고 본다”면서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대미투자확정이 늦을수록 청구서와 리스크가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알래스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807마일(약 1297㎞) 구간에 파이프라인을 설치하고 액화 터미널 등 인프라를 건설해야 한다. 초기 추산으로만 약 450억달러(약 64조원) 이상의 자본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업은 환경 오염 및 생태계 파괴 등 논란 속에 수십년간 추진과 철회를 반복했으나 트럼프 2기가 들어선 올해부터 백악관의 강력한 의지 속에 다시 추진되고 있다.
한일 양국이 제공하는 자금의 투자처를 사실상 결정할 ‘펀드 매니저’ 역할을 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해 11월 30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한국에서 투자받을 2000억달러 투자 대상과 관련해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에너지 기반 시설, 핵심 광물, 첨단제조업,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가 포함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보다는 민간의 알래스카 투자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2월 알래스카 정부 산하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기본합의서(HOA)’를 체결했다. HOA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연간 100만톤 규모의 LNG를 20년간 구매하기로 했다. 대신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약 1300㎞ 길이의 가스관 강재 일부는 포스코에서 공급할 계획이다.
한편 미국 내 전문가들도 일본의 투자 계획 발표가 한국에 압박을 키우고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일본은 하루 앞서 대미 투자 약속 5500억달러(약 798조원) 중 350억달러의 투자처를 발표했다. 1호 투자사업은 ▷오하이오주 가스 발전소 ▷텍사스주 원유 수출 시설 ▷조지아주 합성 다이아몬드 제조 공장 건설 등이다.
필립 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경제프로그램국장은 전날(현지시간) CSIS 주최 토론회에서 “일본은 신중함을 유지하면서도 충분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 미국산 원유 수출 인프라, 가스 화력발전 등 “그들이 원래 투자하려고 했던 것들에만 실제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대미 투자) 5000억달러 합의를 갖고 실질적·가시적인 투자를 가장 먼저 단행했다”며 이 때문에 “한국과 다른 국가들에 더 많은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트럼프 행정부는 (대미 투자에서)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며 ‘도쿄가 뭘 하고 있는지 보라’고 말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트럼프 정부는 ‘일본은 이미 합의를 이행해 투자가 들어오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어디까지 와 있나. 우리는 아직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으로 돌아가 보면, 한국과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가 더 많은 투자를 원했던 매우 유사한 상황에 있었다. 그러나 (양국이) 그 투자를 어떻게 구조화했는지에선 차이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일본보다) 더 나은 합의를 했다고 느꼈고, 연간 200억달러를 일종의 상한선으로 하는 투자를 구조화할 수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일본이 몇몇 합의를 체결하면서 한국에 약간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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