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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오가노이드는 무엇이고, 지금 어디까지 왔나[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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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 장기'에서 신약 개발 도구로

    오가노이드(Organoid)는 사람에게서 얻은 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실제 장기의 일부 구조와 기능을 연구·시험용으로 재현한 생물학적 모델이다. 흔히 '미니 장기'로 불리지만, 장기를 축소해 만든 모형이라기보다는 사람 몸에서 일어날 반응을 미리 살펴보기 위한 실험 도구에 가깝다.

    기존의 세포 실험이 평면(2차원) 위에서 이뤄졌다면, 오가노이드는 세포들이 입체적으로 자라며 장기 특유의 구조와 기능을 일부 구현한다. 이 때문에 약물 반응이나 독성, 질병 진행 양상이 실제 인체와 더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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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실을 넘어, 이미 쓰이고 있는 오가노이드

    오가노이드는 더 이상 연구실에만 머무는 기술은 아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전임상 단계에서 약물 후보를 선별하는 과정에 오가노이드를 활용하고 있다. 동물실험 전에 사람 세포 기반 반응을 한 번 더 확인함으로써 임상 실패 가능성을 줄이기 위함이다.

    일부 암 분야에서는 환자 조직에서 만든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개별 환자의 약물 반응을 시험하는 연구와 서비스도 진행되고 있다. 어떤 항암제가 더 잘 듣는지를 미리 살펴보는 방식이다. 아직 모든 병원이나 치료 현장에서 표준처럼 쓰이는 단계는 아니지만, 정밀의료 영역에서는 현실적인 활용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도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신약 평가 서비스, 비임상 시험, 정밀의료 연계 연구가 점차 늘고 있다. 다만 활용 범위와 방식은 기업·기관마다 다르고, 아직은 과도기적 단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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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까지 왔고, 왜 아직 '표준'이 아닌가

    오가노이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에도 전면 도입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용도에 따라 요구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약물 독성 평가, 효능 시험, 질병 모델링, 재생치료 등 목적에 따라 오가노이드가 갖춰야 할 성능과 품질 수준은 달라진다.

    손미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국가아젠다연구소 소장은 오가노이드 표준화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용도 정의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어떤 목적에 쓰일 것인지가 먼저 정리돼야, 그에 맞는 품질 기준과 평가 방식도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 역시 오가노이드를 "시험 도구로 쓰는 경우와 치료제로 확장하는 경우를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용 오가노이드는 인체 투여가 어려운 물질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하려면 출발 단계부터 기준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이 공유되고 있다. 재닛 우드콕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2024년 공식 석상에서 "동물보다 인간 반응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실험 모델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동물실험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람 반응을 더 잘 반영하는 도구를 전임상(Preclinical) 단계에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결국 오가노이드의 현재 위치는 분명하다. 가능성은 이미 입증됐고, 일부 영역에서는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어디까지 믿고, 어디까지 맡길 수 있는지를 두고 여전히 검증이 진행 중이다.

    신약 개발과 의료 현장에서 활용 범위를 하나씩 넓혀가는 과정인 셈이다. 이 과정을 어떻게 넘느냐에 따라 오가노이드는 보조 도구에 머물 수도,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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