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플랫폼스를 비롯한 미국 인공지능(AI) 빅테크들이 회계 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부채 수십조원을 숨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의 메타 데이터센터. 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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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회계 규정의 허점으로 인해 인공지능(AI) 빅테크들이 부채를 수십조원씩 숨겨놓고 있을 수 있다고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23일(현지시간)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무디스는 이날 분석 보고서에서 AI 빅테크들이 미 일반회계규정(GAAP)의 ‘한계(limitations)’로 인해 사실상의 부채를 교묘하게 숨겨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는 AI 데이터센터 임대와 관련한 규정이 그 허점이다.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 임대 갱신에 드는 비용이나 갱신을 하지 않아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장부에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
무디스는 “공시 자료가 모든 그림을 다 보여주지 않을 수 있다”면서 “회계상 부채가 실제 발생 가능한 미래의 시나리오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들이 보는 재무제표에는 수십조원의 잠재적 위험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GAAP는 임대 갱신이 ‘타당하게 확실(reasonably certain)’해야만 장부에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통상 70% 이상의 확률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다.
또 임대 미갱신으로 발생하는 ‘잔존가치 보증(RVG)’ 비용은 발생 가능성이 ‘높음(probable)’일 때에만 기록하면 된다. 확률이 50%를 넘으면 높다고 본다.
일부 기업들은 비교적 단기로 임대 계약을 맺는 대신 계약을 갱신하지 않아 데이터센터 가치가 하락할 경우 그 차액을 보상해주겠다는 보증을 서기도 한다. RVG이다.
또 메타플랫폼스, 오라클 등 상당수 기업들은 외부 투자자들의 돈으로 만들어진 ‘특수목적법인(SPV)’을 이용해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신용평가사와 투자자들 눈에는 이들 SPV의 데이터센터 임대 장기 비용은 사실상 부채이지만 장부에 부채로 표시되지 않는다.
무디스는 데이터센터 핵심 부품 수명이 보통 4~6년이라며 임대 연장 여부는 하이퍼스케일러가 하드웨어에 추가 투자 의향이 있는지에 달려있기 때문에 빅테크들은 임대 갱신을 ‘타당하게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장부에 기입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프스케일러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확보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막대한 AI 투자의 위험성이 장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
현재 천문학적인 돈을 AI에 쏟아붓고 있는데 그중 상당 규모가 장부 밖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의 재무건전성이 실제보다 훨씬 좋게 보이는 착시현상을 부를 수 있다.
AI 거품이 꺼지거나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숨겨져 있던 수십조원의 부채가 한꺼번에 수면 위로 튀어 오르면서 주가 폭락 방아쇠가 될 위험도 높다.
무디스는 신용등급 재평가를 예고했다. 숨겨진 부채를 합산해 기술 업체들의 신용 등급을 다시 매기겠다는 것이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돈을 빌릴 때 더 높은 이자를 내야 하기 때문에 실적이 악화한다.
이날 뉴욕 증시의 기술주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주와 무디스의 경고가 겹치며 된서리를 맞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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