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동작구 부광약품(003000)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김지헌 부광약품 연구개발본부장은 덴마크 제약사 룬드벡의 2025년 연례보고서 발표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양사 간 공동개발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헌 부광약품 연구개발본부장(사진=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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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드벡 공식 언급에 부광약품 상한가 근접
룬드벡은 지난 4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2025년 파이프라인의 뚜렷한 진전’(Strong 2025 pipeline progression) 항목 중 하나로 콘테라파마와의 연구 협력을 명시했다. 연구 단계 후보물질 가운데 ‘중증 신경계 질환을 표적으로 하는 리보핵산(RNA) 표적 치료제 개발을 위한 콘테라파마와의 연구 협력’을 별도로 소개한 것이다.
글로벌 빅파마의 공식 연례보고서에 공동 프로젝트가 언급된 것은 그만큼 룬드벡이 이 프로젝트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룬드벡이 해당 프로그램을 전략적 과제로 관리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소식이 국내 시장에 알려지면서 부광약품 주가는 지난 19일 장중 28.03%까지 급등했다. 부광약품의 주가가 하루만에 두 자릿 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콘테라파마는 2010년 노보 노디스크와 노바티스 출신 연구진이 설립한 덴마크 바이오벤처다. 부광약품은 2014년 약 23억원에 콘테라파마의 지분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콘테라파마에 대한 부광약품의 지분율은 2025년 4분기 기준 99.9%다. 부광약품이 지난해 4분기 소수지분 매입을 마치면서 기존 99.33%에서 99.9%로 지분율이 확대돼 지배구조가 더욱 견고해졌다.
룬드벡이 지난 2월4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보고서. 콘테라파마와의 연구 협력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자료=룬드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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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콘테라파마였나…“기술·타이밍·네트워크 맞물렸다”
김 본부장은 룬드벡과의 협업이 성사된 배경에 대해 “콘테라파마의 기술력과 과학적 역량, 그리고 개발 전략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축적해온 데이터와 개발 방향성, 그리고 협업을 추진한 시점이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빅파마들이 어떤 모달리티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연구개발 전략이 어디로 향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왔다”며 “RNA 치료제가 차세대 모달리티로 부상하는 흐름을 읽고 선제적으로 준비해 온 점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룬드벡은 2024년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RNA 치료제를 새로운 모달리티로 삼겠다는 연구개발 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이후 관련 기술과 파트너에 대한 검증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콘테라파마의 RNA 연구에도 진척이 이뤄지던 때였다. 콘테라파마는 룬드벡과의 딜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파킨슨병 아침무동증 치료제 후보물질 CP-012가 회사의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2021년부터 RNA 모달리티의 잠재력을 높게 보고 관련 연구를 병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룬드벡이 위치한 덴마크에 콘테라파마가 있다는 지리적 이점도 작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토마스 세이거 콘테라파마 대표가 룬드벡 출신으로, 현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었던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콘테라파마는 글로벌 제약사 출신 경영진과 연구진을 중심으로 RNA 플랫폼을 구축해 왔다. 특히 회사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분야는 ‘어택 포인트 디스커버리’(Attack Point Discovery) 역량이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표적 RNA를 선별하고, 그 RNA 안에서 약물이 정확히 결합해야 할 최적의 공격 지점을 발굴하는 기술이다.
김 본부장은 “콘테라파마는 자체 축적한 연구 데이터에 바이오인포매틱스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해 표적을 발굴한다”며 “타깃 선정의 정확도와 성공 확률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룬드벡 역시 여러 후보 파트너를 두고 상당히 엄격한 평가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콘테라파마의 플랫폼 역량과 연구 진척도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고 했다.
콘테라파마는 잠재적 글로벌 파트너들과 꾸준히 접점을 유지해 왔다. 김 본부장은 “그간 룬드벡에도 연구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공유해 왔다”며 “일회성 접촉이 아니라 장기간의 신뢰 구축 과정이 이번 협업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빅파마 뛰어든 RNA 플랫폼 경쟁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RNA 치료제가 차세대 모달리티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노바티스는 근육 조직 작은간섭RNA(siRNA) 전달 기술을 보유한 어비디티바이오사이언스(Avidity Biosciences)를 약 120억 달러(약 17조4000억원)에 인수했고, 로슈는 17억 달러(약 2조5000억원) 규모로 사네진바이오(SanegeneBio)의 RNA 간섭(RNAi) 프로그램 글로벌 권리를 확보했다.
RNA 치료제는 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직접 제거하는 대신, 해당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전 단계에서 설계도를 차단하거나 필요한 단백질의 발현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기존 저분자 합성신약이나 항체 치료제가 주로 단백질 단계에서 작용했다면, RNA 치료제는 한 단계 앞선 유전자 발현 과정에 개입한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다. 이로 인해 세포 내부 단백질 등 기존 기술로는 접근이 어려웠던 표적까지 공략할 수 있다.
현재 룬드벡과 콘테라파마의 공동 연구개발은 중증 중추신경계(CNS) 질환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다만 부광약품은 콘테라파마의 RNA 플랫폼을 기반으로 CNS를 넘어 다양한 적응증으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에서 RNA 모달리티가 주목받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파트너십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본부장은 “CNS 질환에 초점을 맞춘 협업과 별개로 대사질환과 심혈관계 질환 등 다른 장기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연구개발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RNA는 자체적으로 불안정하고 세포막을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달 기술이 핵심”이라며 “지질나노입자(LNP), 갈낙(GalNAc) 등 다양한 전달 방안을 내부적으로 연구하고 있고 외부 협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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