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전남도의 행정통합으로 새로 출범하는 지방정부 명칭이 ‘전남광주특별시’로 확정됐다. 약칭은 ‘광주특별시’다. 주 청사는 광주와 무안, 순천에 있는 기존 3개 청사를 그대로 활용하기로 했다. 광주광역시 잣고개 야경. [사진출처:광주광역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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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왼쪽) 전남지사와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2020년 11월 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 |
2026년 2월12일 광주 전남, 대전 충남, 대구 경북의 통합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모두 통과하면서, 7월 1일 대한민국 행정체계의 거대한 변혁인 ‘통합특별시’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는 단순한 행정 구역 조정이 아니다. 소멸의 벼랑 끝에 선 지방을 되살리고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구조를 재설계하는 중차대한 분수령이다.
1. 국가균형발전, 이제 패러다임을 대전환해야 한다.
오늘의 주택난과 부동산 투기, 저출생, 지역 공동화, 사회 양극화의 뿌리에는 ‘수도권 초집중’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놓여 있다.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으며, 산업·기업·일자리의 집중도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반면 지방은 전체 228개 시·군·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13곳(약 49.6%)이 인구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될 정도로,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수도권은 덜어내고, 지방은 채워서 살리는’ 상생형 균형발전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이다.
과거 산업사회는 한정된 자원을 수도권에 집중시켜 국가 전체의 파이를 키우던 ‘단일 주자’형 국가 간 경쟁 시대였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글로벌 경쟁이 전개되는 지금은 각 지역이 고유의 독창성과 전문성을 살려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계주(릴레이)’형 도시간 경쟁 시대다. 계주에서 모든 주자가 잘 달려야 팀이 승리하듯, 전 국토가 골고루 발전해야 국가 경쟁력이 비로소 강화된다.
역대 정부가 혁신도시 건설, 공공기관 이전, 국책사업 지방 분산 등을 통해 노력했음에도 수도권 블랙홀은 더 심화됐다. 기존 방식으로는 수도권 일극 구조를 흔들 수 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진 만큼 다핵 분산 구조로 재편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5극 3특’ 초광역경제권 전략으로 광역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수도권도 살리고 지방도 함께 살리자는 현실적 상생 전략이다. 필자가 6년 전 광주광역시장 재임 시절 광주·전남 통합을 공식 제안하며, ‘지역국가(Region State)’ 수준의 단일 광역경제권 구축을 역설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 ‘More is Different’, 단순 결합이 아니라 화학적 융합이어야 한다.
행정구역을 합친다고 경쟁력이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잘못된 방식의 통합은 시너지는커녕 내부 갈등만 키우는 독이 될 수 있다. 복잡계 물리학의 명제인 “More is Different(많아지면 달라진다)”는 이번 광역통합이 지향해야 할 핵심 원리이다. 수소와 산소가 만나 전혀 다른 성질의 물을 만들듯, 단순한 양적 확대가 아니라 새로운 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진정한 통합이다.
지금 논의가 인구와 면적의 산술적 합산에 치우친 것은 우려스럽다. 물리적 결합만으로는 수도권이라는 거대 ‘공룡’에 맞설 동력을 얻기 힘들다. 통합이후에도 여전히 수도권은 ‘대기업’, 개별 지역은 ‘구멍가게’ 수준의 격차가 남기 때문이다. 관건은 기존 행정 경계를 허물고 기능과 자원을 전략적으로 융합해 시너지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광주의 도시 인프라와 인공지능, 교육·문화·의료 서비스 역량이 전남의 농축수산업, 에너지, 항만, 그리고 풍부한 전력·용수를 기반으로 한 첨단 반도체 생산거점과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비로소 ‘규모의 경제(Scale)’와 ‘범위의 경제(Scope)’가 동시에 작동하는 자생적 경제 블록이 형성된다. 이것이 바로 물리적 결합을 넘어선 화학적 융합이며, 수도권 일극체제를 흔들 수 있는 실질적 힘이다.
3. 쟁점은 ‘통합 목적’이라는 기준으로 풀어야 한다
통합특별시의 명칭과 청사 위치, 기존 광역시 지위 등은 불가피한 쟁점이다. 이들 문제에 대한 해법은 정치적 이해득실이 아니라 “더 나은 삶과 더 강한 지역”이란 통합목적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광주·전남을 예로 들어보자. 공식 명칭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약칭을 ‘광주특별시’로 결정한 것은 그 점에서 합리적 타협이다. 공식 명칭에는 양 지역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담고, 약칭에는 ‘광주’라는 글로벌 도시 브랜드를 유지함으로써 대외 경쟁력을 살리면서 광주시민의 심리적 상실감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광주전남통합특별별시의 청사를 본청 없이 3곳(광주·무안·동부권)에 분산하는 합의는 행정 효율성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 청사 위치 결정을 차기 시장에게 넘기는 것은 갈등을 뒤로 미루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이해관계자인 선출직이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면, 미루지 말고 전문가 중심의 ‘중립적 청사운영위원회’를 구성해 ▷행정 효율성 ▷글로벌 접근성 ▷지리적 중심성 ▷통합특별시 위상과 경쟁력 등 객관적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
기존 광역시(광주·대구·대전)를 특례시로 존치할지 여부도 ‘더 크고 더 강한 글로벌 메가시티’라는 목표에서 출발해야 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광주특례시-구’로 이어지는 3단계 구조는 도시 정체성을 유지하는 장점이 있지만, 행정 비대화와 비효율을 초래해 민첩한 애자일(Agile) 행정을 요구하는 시대 요구와 부합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지역국가(Region State)’ 수준의 강한 광역경제권으로 도약해야 하는 통합특별시에 불필요한 족쇄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광역시를 특례시로 낮춰가면서까지 현재의 광주 위상만 고집한다면, 머지않아 수원특례시 등으로부터 인구를 추월 당할 경우 그 위상이 크게 추락할 위험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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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통합 성공의 관건은 분권과 혁신적 리더십이다.
통합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첫째, 연방제 수준에 가까운 자치분권과 재정권 강화다. 통합 지방정부가 스스로 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만들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중앙정부는 권한과 기능을 과감히 이양하고 실질적인 재정 자립을 뒷받침해야 한다. 분권과 재정자립 없는 통합은 ‘껍데기 지방자치’에 불과하다. 지방자치 관련 조항이 고작 2개뿐인 현행 헌법의 보완이 시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둘째, 전문성과 혁신성을 갖춘 리더십이다. 흩어진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것은 결국 리더의 몫이다. 통합시장과 광역 리더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전문성과 미래 변화를 읽는 통찰력을 갖춘 혁신가여야 한다. 단순한 조직 관리형, 인기 영합형 리더십으로는 ‘More is Different’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 동시에 자원과 기회가 중심 도시로만 쏠리지 않도록 농어촌과 중소도시의 균형 발전을 세심하게 살피는 ‘현미경 리더십’도 필요하다.
5. 맺음말, ‘先통합 後보완’의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역사성과 동질성을 공유하는 광역자치단체 간의 통합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자 세계적 추세다. 물론 더 충분한 공론화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지금의 기회를 놓치면 지방 소멸의 파고를 넘을 골든타임이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쇠뿔도 단김에 뺀다’는 각오로 ‘선(先)통합 후(後)보완’의 길을 선택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정치권의 약속에 대한 불신이 여전할지라도, 지금 만큼은 통합이라는 대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시도민의 권익과 행복지수 극대화라는 단 하나의 기준 아래, ‘더 크고 더 강한 메가시티’, 소위 ‘지역국가’로 가는 담대한 여정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이용섭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행정고시 합격 후 공직에 입문해 50년 가까이 다양한 공직에서 혁신 성과를 창출해온 대표적 정책통이자 혁신가다.
주요 경력 : 前) 광주광역시장, 국회의원, 건설교통부장관, 행정자치부장관, 국세청장, 관세청장,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부위원장, 청와대 혁신관리수석비서관,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민주당 정책위의장, 대한민국헌정회 정책연구위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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