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초 필리핀과 광물 협력 논의
필리핀 니켈 매장량 세계 6위·생산 2위권
포스코, 3년 전 니켈 확보 시도 무산
韓 가공단계 中 의존 심화
‘채굴→제련’ 전환 나선 동남아
“경제성 확보 위해 정부 역할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만찬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손을 맞잡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의 희토류 및 니켈 등 핵심광물 매장량을 언급하며 “핵심광물에 대해 한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원한다”고 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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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전기차 시대의 ‘검은 금’으로 불리는 니켈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하면서, 한국의 ‘니켈 안보’ 전략도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제인협회와 필리핀상공회의소, 코트라는 내달 초 마닐라에서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을 열고 핵심 광물 협력을 주요 의제로 다룬다. 전기차·이차전지 산업의 핵심 원료인 니켈을 둘러싼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동남아가 새로운 전략 축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미국 지질조사국 기준 니켈 매장량은 세계 6위, 아시아 2위이며 생산량은 세계 2위권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핵심광물 협력 프레임워크에 참여한 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인도네시아와 ‘니켈 코리도어’를 출범시키며 가공·제련 중심의 가치사슬 공조를 강화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니켈 공급망을 분산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동남아가 새로운 공급망 축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분석을 보면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급성장으로 니켈 수요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순도 삼원계 배터리에서 니켈 비중은 60~80%에 달한다.
한국 역시 니켈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니켈 산화물·수산화물은 대중국 수입 의존도가 100%에 달한다. 황산니켈도 중국 비중이 68%를 넘는다. 공급망 분절 시 취약성이 큰 구조다.
지난 2023년 8월 포스코퓨처엠과 NPSI는 업무협약을 맺고 필리핀 현지에 니켈사업을 위한 합작사(JV)를 설립하기로 했지만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포스코퓨처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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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시 핵심광물 확보를 국가 전략 과제로 삼고 있다. 한국은 중국 중심 공급망에 대응하기 위해 출범한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의장국을 오는 6월까지 맡고 있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핵심광물 무역블록’ 참여 여부도 검토 중이다.
전날 열린 한-브라질 정상회담에서도 희토류와 니켈 등 전략 광물 협력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브라질은 세계 최대 희토류 매장국이자 니켈 자원도 풍부하다”며 한국 기업의 투자 확대를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표2_필리핀 니켈 원광 수출국별 점유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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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을 구축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포스코퓨처엠은 2023년 필리핀 니켈 합작 사업을 추진했지만 경제성 문제로 무산됐다. 같은 시기 포스코홀딩스도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를 설립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제이스코홀딩스 정도만 필리핀 니켈 광산 개발을 타진 중이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안보 논리보다 경제성을 먼저 따지면 투자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각국의 요구대로 광산 개발부터 제련까지 전 과정을 현지에서 수행할 경우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전력·용수·항만 등 기반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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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2000년대 초 핵심광물 가격이 낮고 수익성이 불확실하던 시기부터 장기 공급망 장악을 목표로 선제적 투자를 단행해 왔다. 필리핀에서도 칭산 등 기업이 광산 지분을 조기에 확보해 원광을 자국으로 들여오는 구조를 구축했다.
인도네시아가 2020년 원광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대규모 제련단지를 구축한 것과 달리, 필리핀은 여전히 ‘채굴-수출’ 중심 구조다. 현재 원광 수출의 약 80%가 중국에 집중돼 있으며, HPAL(고압산 침출) 제련을 위해 중국 기업이 직접 광산에 투자하고, 생산 물량을 자국으로 반입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경쟁국들은 자원 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필리핀 정부가 원광 수출 금지 검토와 함께 제련·중간재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자, 중국 화유코발트의 HPAL 투자와 일본 스미토모금속광업의 지분 확대 등 외국 기업들의 참여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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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가 제도·재정적 지원을 통해 경제성 부담을 낮추는 식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해외 자원 개발에 공기업 참여를 재개하기 위해 광해광업공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법정 자본금 상향을 통해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강 교수는 “공기업이 민간의 동반자로 나서야 리스크를 낮추고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니켈 재자원화 확대와 세제 지원 등을 통해 경제성을 높이는 방안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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