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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7 (금)

    2008년 '올림픽은 뜨거웠다'…차갑게 식은 2026년, 방법은 없을까 [서 기자의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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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워드, 스토리·중계·금메달 그리고]
    2008년 박태환·야구·장미란 등 선전…메달 목표 초과 달성
    메시·코비·펠프스 등 세계적 선수에 환호…시청률 40~50%
    2026년 선수들 투혼 여전…중계권 두고 방송사간 힘겨루기
    李대통령 24일 "국민의 접근성 보장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
    중계 방식 고민…플랫폼별 달라진 콘텐츠 소비 방법 찾아야


    파이낸셜뉴스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 8분 제29회 베이징 하계올림픽에 한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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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뉴스]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 8분.

    숫자 '8'을 유독 좋아하는 중국인들 정서를 담은 날짜와 시간이었다. 베이징 대기를 메우던 미세먼지는 이 날짜가 다가오자 어느 순간 마법처럼 사라졌다. 꽉 막히던 도로에선 차량이 속도를 냈다.

    2008년 8월 8일부터 8월 24일까지 중국 베이징시에서 개최된 제29회 하계올림픽이었다. 20일가량 올림픽 현장에 있다가 조금은 '꾀죄죄'한 모습으로 한국에 도착해서야 알게 된 게 있었다. 올림픽 소식에 한국에선 '난리가 났다'는 사실.

    18년이 지난 2026년 2월 23일(한국시간) 새벽 4시 30분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폐막했다. 현장이 아닌 한국에서 접한 이번 올림픽은 큰 기억을 주지 않았다. "올림픽을 했었나", "언제 끝났냐" 등의 반응도 여기저기서 올라왔다.

    그때와 지금, 도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모든 게 스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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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첫 금은 유도 남자개인 60㎏ 최민호가 만들었다. /사진=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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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메달 10개 이상 획득, 종합 10위권 진입’이라는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말 그대로' 선전했다. 개막식 다음날부터 유도 남자개인 60㎏ 최민호가 금메달 사냥을 시작했다.

    수영 남자개인 박태환은 첫 자유형 금메달 도전, 장미란은 유일한 라이벌인 세계 1위 무솽솽(중국)과의 맞대결을 예고하며 올림픽 개막 전부터 관심을 받았다.

    대회가 시작되며 역도 남자개인 77㎏급 사재혁의 부상투혼,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이효정과 팀을 이룬 이용대의 '윙크 세리머니'는 금메달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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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9전 전승으로 의미있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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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궁, 사격, 태권도 등 올림픽 효자 종목 선수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국민스포츠 중 하나인 야구는 다음 대회인 런던올림픽부터 정식종목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환호를 이끌었다.

    세계 최정상 선수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는 '꿈의 8관왕'을 이뤘고 LA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는 미국 농구를 8년 만에 최정상에 올려놨다. FC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는 아르헨티나를 축구 올림픽 2연패로 이끌었고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는 자신의 24번째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자메이카 출신 우사인 볼트는 육상 100m 결승에서 9초69로 12년만에 세계최고기록을 0.02초 앞당겼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의 8강전 탈락, AC밀란 호나우지뉴가 이끄는 브라질의 4강전 패배라는 이변도 연출했다.

    1시간 시차·선수들 선전…TV 앞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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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베이징 올림픽 폐막식에서 '올림픽기'가 내려온 뒤 영국 런던의 2층 버스가 경기장에 들어서며 다음 올림픽 개최지인 영국 런던을 알렸다. /사진=서윤경 기자


    선수들의 선전은 사람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았다. 방송사들은 스포츠 중계 외에 올림픽 기획 특집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새로운 즐거움도 줬다.

    방송3사 통합 시청률은 연일 40~50%를 넘나들었다.

    시차가 1시간 뿐인데다 더위를 피해 주요 경기 대부분이 저녁에 진행되면서 가족, 친구 또는 직장 동료가 저녁 자리에서 함께 응원했다. 식당은 북적였고 배달업체도 주문이 밀렸다.

    덕분에 고민하는 곳도 있었다. 영화계는 개봉 일정을 늦추고 출판계는 책 출간 시기를 조절했다.

    당시 CJ엔터테인먼트는 8월 한달 와이드 개봉작을 내놓지 않았다. 100억원이 투입된 대작 '신기전'은 올림픽 폐막 이후인 9월 초로 개봉일을 잡았다.

    CGV, 롯데 등 멀티플렉스 극장은 올림픽 기간 관객 수가 올림픽 개막 직전보다 10%대로 줄었다.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증가한 것과는 달랐다.

    출판계도 다르지 않았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2007년 8월 일주일 평균 1450종의 새 책이 나왔는데 2008년 같은 기간 1060종으로 감소했다.

    선수들 투혼에도 스치듯 지나갔다

    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 선수단 기수 차준환(피겨 스케이팅)과 박지우(스피드 스케이팅)가 지난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대회 개회식에서 선수단을 이끌고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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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이탈리아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렸지만, 한국의 분위기는 그때와 사뭇 달랐다. 오죽하면 현장에 있던 선수들조차 한국의 무관심에 놀랐다고 했다.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종목 유승은은 동메달을 획득한 뒤 현장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가 많이 관심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쉬웠다”는 말을 했다.

    흥행 실패에 김연아, 이상화, 윤성빈 등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스타 플레이어가 없어진 게 아쉽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은 투혼을 펼쳤다. 폐막과 함께 한국은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로 종합 13위를 기록했다. 선수들 면면에 담긴 스토리도 감동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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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노보드 최가온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1차전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날 최가온은 1,2차 경기에서 넘어진 후 3차 시기에 90.25점을 받아 단독 1위에 올라서 금메달을 획득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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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최가온은 심각한 부상에도 절뚝이며 3차 시기에 나서 설상 종목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여자 쇼트트랙 1500m에서 3연속 메달을 획득한 최민정과 막내 김길리의 '금빛' 경쟁'도 잔잔한 울림을 줬다.

    ‘느릴지는 몰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20년 선수 생활을 이어간 김상겸은 소속팀 없이 일용직 노동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메달을 목에 건 이야기가 알려진 뒤 사람들에게 감동을 느끼게 했다. ‘18세 신동’ 유승은의 스노보드 빅에어 동메달 획득도 거듭된 골절을 극복한 열정이 알려져 온라인을 달궜다.

    단독 중계·8시간 시차 그리고…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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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흥행 실패의 이유로 '중계'를 꼽았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종합편성채널인 JTBC만 중계했다. 62년 만에 지상파 중계 없이 진행된 단독 중계 체제였다. 개회식 시청률은 1.8%로, 4년 전 지상파 3사가 중계한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 시청률(18%)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그나마 대회 초반 1%대던 시청률이 쇼트트랙 종목 시작과 맞물리면서 상승세를 탄 게 다행이면 다행이었다. 명절효과도 없었다. 이번 설 당일인 17일 동계올림픽의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 평균 시청률은 5.87%로 종편 4사 중 4위였다.

    단독 중계의 한계를 보여준 결정타는 한국의 첫 금메달이 나온 최가온의 여자 하프파이프 경기였다. 중계 도중 쇼트트랙에 밀려 본채널에선 사라졌고 메달소식은 자막으로 알아야 했다.

    JTBC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올림픽 중계권을 포기한 데다 '뉴스권'까지 구매하지 않아 뉴스에선 '사진'으로 소식을 전했다. 올림픽 관련 특집 프로그램도 만들지 않아 올림픽 관련 콘텐츠에 노출될 가능성도 사라지다시피 했다.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 당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림픽은 폐막했지만, 중계권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올림픽·월드컵 등 대형 국제 스포츠 행사의 중계권을 두고 "국제적 행사에 대한 우리 국민의 접근성을 폭넓게 보장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우리 선수들의 투지와 활약에도 과거 국제대회와 비교하면 사회적 열기가 충분히 고조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JTBC는 오는 6월 북중미 월드컵 등의 독점 중계권에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하계 올림픽, 2030 알프스 동계 올림픽과 월드컵, 2032년 하계 올림픽까지 중계권을 독점 구매한 상태다.

    중계권만 살리면 될까

    단독 중계 자체만으로 흥행 실패의 원인을 찾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올림픽 기간 TV만 켜면 경기를 보던 시대는 지나갔다. '애국심'을 앞세워 국민적 이벤트를 시청하라고 강요하는 시대도 아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떠올리면 해법은 나온다. 일단 단독 중계의 한계는 확인했다. 최가온의 금메달 확정 순간을 담지 못한 데서 나아가 비인기 종목이나 한국 선수가 출전하지 않는 경기는 거의 볼 수 없었다.

    ‘한국 경기’에 집중하다 보니 '알파인 스키 여제’ 린지 본이나 프리스타일 스키 스타 구아이링 등 세계적 선수들의 경기도 볼 수 없었다.

    대회 마지막날 남자 아이스하키 미국과 캐나다의 결승전도 방송되지 않았다. 이 경기는 미국발 관세전쟁의 대리전이 될 거라는 예고와 함께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젊은 세대를 위한 배려도 없었다. 예전엔 방송사들이 시청률 경쟁을 위해 독점 인터뷰·심층 분석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까지 나서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온라인에서 다양한 형태로 소비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2차 콘텐츠가 유튜브나 네이버 ‘치지직’ 외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8시간 시차 때문이라는 핑계는 불필요하다. 시차는 런던 올림픽 때도, 브라질 월드컵 때도 있었다. 온 가족이 올림픽 중계를 함께 보는 광경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다. 그럼에도 대중은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고 싶어한다. 방식이 어떻든.

    올림픽 취재 열기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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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취재진들도 뜨거운 취재 경쟁을 펼쳤다. 신문·통신사 기자들이 있는 메인프레스센터(MPC)엔 20여일간 국가도, 인종도 다양한 기자들이 함께 취재하고 기사를 썼다. /사진=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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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합니다. 한 시대가 저물면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지만, 새로운 시대의 근간은 이전 시대입니다. 그 지점에서 '서 기자의 라떼'를 시작합니다. 취재 현장에서 지내온 시간과 경험을 끄집어내 '그 때'를 반추하고 '새로운 때'를 바라봅니다. <편집자주>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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