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3500억달러 대미 투자 약속 부담
"섣부른 대응보다 미국 신뢰 중요"
EUㆍ인도 등 대응전략 재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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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결정에도 트럼프발(發) 관세 공포는 오히려 체급을 키웠다. 단순한 무역 보복을 넘어 ‘투자 약속 미이행 시 고율 관세 부과’라는 더 강력한 칼날을 빼 들었기 때문이다. 통상과 투자를 한 몸으로 묶은 트럼프식 ‘산업 약탈’ 기조가 공식화되면서, 3500억달러의 투자 청구서를 쥔 한국 산업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글로벌 관세’를 발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대법원 결정을 악용하려는 국가는 최근 합의한 것보다 더 높은 관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기조는 24일 오후 9시(현지시간·한국시간 25일 오전 11시) 예정된 국정연설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무역법 122조에 따른 15% 보편 관세 도입을 추진했다. 기존 상호관세율과 동일한 15% 보편 관세가 적용되면서 한국은 관세 격차 축소로 미국 내 경쟁 강도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중국·베트남 등 기존 고율 관세국의 부담이 완화되는 반면 한국의 관세 수준은 유지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150일간 관세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10% 상호관세와 펜타닐 관련 10% 관세를 부과받고 있었다. 시장 분석기관들은 중국 제품의 전체적인 관세 인하 효과를 6∼7%포인트 수준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새 글로벌 관세 발표는 관세가 단순한 무역수지 조정 수단을 넘어 대미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산업정책 도구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에너지·전력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를 ‘대미 투자 1호’로 확정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고 이를 계기로 미국이 동맹국 간 투자 경쟁을 유도하는 구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역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 이후 구체적인 실행 프로젝트 선정 압박이 커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현지 투자 확대가 사실상 관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비용으로 작동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각국도 대응 전략 재정비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미국과 체결한 무역 합의 비준을 보류했고 인도는 예정됐던 대미 무역 회담을 연기하며 상황 재검토에 들어갔다. 한국 정부 역시 기존 합의를 존중하면서도 우호적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관세 정책의 법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응 전략을 조율하는 모습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관세 대응’이 아닌 ‘미국이 인정하는 투자 전략’을 서둘러 구체화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판결 하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무역법과 관세법, 무역법 122조 등 다양한 수단이 남아 있어 소송과 정책 충돌이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트럼프 임기가 남아 있는 만큼 섣부른 대응보다 선제적 조치를 통해 미국의 신뢰를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팩트시트에 상호관세와 함께 핵잠수함, 원자력 협정 등 안보 이슈가 함께 묶여 있는 만큼 투자 이행 속도가 늦다는 인식을 줄 경우 통상뿐 아니라 안보 협력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투데이/권태성 기자 (tskw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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