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2.27 (금)

    이슈 가상화폐의 미래

    원화 스테이블코인, 이래서 ‘50%+1주’ 은행 주도가 답 아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종섭 서울대 교수, 26일 국회 디지털자산기본법 토론회 연설

    “스테이블코인, 지배구조 아닌 시장신뢰 메커니즘이 위기의 본질”

    “폐쇄적 아키텍처 쓰는 은행 주도론 개방형 웹3에 한계·충돌 우려“

    ”지분 규제 대신 담보자산 구성과 수탁참여자 등 논의 시급한 때“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금융당국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이 과반 지분(50%+1주)을 가진 컨소시엄으로 제한하려는 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신뢰를 잃고 런(연쇄적 자금이탈)으로 가는 상황을 막기 위한 심리적이고 정책적인 판단입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 위기의 본질은 지배구조가 아닌 시장 신뢰 메커니즘입니다. 지분 규제로는 시장은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글로벌로 키우는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이데일리

    이종섭 서울대 교수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토론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정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26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방향 점검 토론회’에서 첫번째 강연자로 나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은행 중심으로 가느냐, 아니냐하는 두 주장 사이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어느 한 쪽을 지지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고 분명히 전제한 뒤, 조심스럽게 이 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금융당국이 주장하는 은행 중심의 지배구조는 감독 집행의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합리적 선택으로 보일 수 있다”며 “기존 은행을 통해서 해왔던 감독 통제 기능을 가능하게 하고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는 동시에, 스테이블코인이 위기를 맞을 때 신속한 의사결정과 유동성 지원을 연결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할 수 있어 당국이 이 카드를 놓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경제학적으로 면밀하게 생각해 보면 규제 집행력을 확보한다고 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실패나 런을 예방할 순 없다”며 “결국 스테이블코인을 가진 사람이 이를 1달러로 환급 받고 싶을 때 언제든 환급 가능하다는 확신만 갖게 되면 그 스테이블코인은 1달러가 되는 것인 만큼 스테이블코인의 위기를 막는 건 본질적으로 지배구조가 아닌 시장으로부터 어떻게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까 하는 신뢰 매커니즘에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은행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발행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이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은행은 폐쇄적인(퍼미션드) 아키텍처를 지금껏 사용하고 있어서 인터넷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개방형 웹3금융엔 맞지 않고 장기적으로 한계나 충돌이 생길 수 있어 글로벌 네트워크로의 확장성도 놓칠 수 있다”며 “특히 일각에서 주장하는대로 안전성을 위해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쓴다면 갈라파고스 스테이블코인을 만들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은행 위주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되레 모럴해저드를 양산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며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은행 주도 스테이블코인이 신뢰를 더 줄 순 있지만, 은행 예금에 대한 예금자보호처럼 스테이블코인이 실패할 때 정부가 지급을 보장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도 했다. 또한 전통금융과 디지털금융이 하나로 만나는 지점에서 은행들이 유일한 채널이 된다면 시스템 리스크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 때문에 우리는 지배구조 중심의 규제에서 벗어나 신뢰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는 규제로 전환하는 게 장기적인 과제“라며 이를 위해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과정에서 서둘러 고민해야 하는 숙제를 제시했다.

    우선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따른 준비자산을 실시간으로 검증(proof-for-reserve)할 수 있는 투명성 문제다. 당국이 우려하는 스테이블코인의 런 역시 정보의 비대칭에서 발생하는 만큼, 블록체인 상에 있는 준비자산 가격 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하고 불틀정 다수에서 관련 정보를 대칭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또한 준비자산이 충분하더라도 스테이블코인 보유자가 환급을 원할 때 언제든 즉각 환급할 수 있도록 현금에 가까운 유동성을 지닌 자산으로 담보를 구성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처럼 만기 1년 미만의 단기국채나 레포(환매조건부채권)시장을 활성화해 초단기성 채권 담보를 충분히 구성해 유지하게끔 규제로 유도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이런 숙제를 잘 풀어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따른 준비자산이 최우선으로 운용할 수 있는 건 은행 예금이 될 것이고, 이렇게 기업 예금이 늘어난 은행은 대출여력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이 교수는 내다봤다. 또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을 운용하기 위해서라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단기 국채시장 수요를 만들어 내고, 이렇게 늘어난 국채는 회사채 발행 증가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을 모두 몇몇 대형 시중은행에만 맡기는 건 리스크가 큰 만큼, 준비자산 수탁기관에 지방은행을 포함시킬 경우에는 지방은행들의 예금이 늘고 대출여력이 늘어나 각 지역에서의 생산적 대출 수요를 감당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게 이 교수가 기대하는 부분이다.

    끝으로 이 교수는 ”결국 양측의 주장이 서로 대립되지 않고 단기적으로 소유권 기반 규제로 간다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지급과 준비자산 투명성을 제고해 신뢰 인프라 기반의 규제로 가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은행과 테크기업 어느 한 쪽이 주도하기보다는 경제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마중물을 만들어 주는 게 당국의 역할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