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칫 제인 다쏘시스템 전략 및 비즈니스 개발 부사장이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 행사에서 한국 기자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다쏘시스템 출장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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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합니다. AI라는 도구는 올바른 맥락에서 사용해야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결국 인간이 개입해야 합니다.”
수칫 제인 다쏘시스템 전략 및 비즈니스 개발 부사장은 이달 4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 행사에서 취재진을 만나 “AI가 반복적인 업무를 대신 처리해주겠지만, 인간이 쌓은 본질적인 공학 지식과 노하우를 대체할 수 없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다쏘시스템은 3D CAD(컴퓨터 지원 설계)와 AI 기반 버추얼 트윈(virtual twin)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버추얼 트윈은 현실의 공장과 제조 공정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복제해 구현한 기술이다. 가상 공간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어 시뮬레이션 해보고, 이를 토대로 결과를 미리 예측하거나 오류를 사전에 제거해 제품·서비스를 최적화하는 데 사용된다. 에어버스, 보잉, 폭스바겐, BMW 등 글로벌 제조사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고, 최근에는 엔비디아와 산업 현장에 적용할 ‘피지컬 AI’ 구축을 위해 손잡았다.
이번 행사에서 다쏘시스템은 핵심 설계 플랫폼인 솔리드웍스에 탑재한 신규 AI 에이전트 3종을 공개했다. 다쏘시스템이 ‘버추얼 동반자’로 명명한 새 AI 에이전트는 챗GPT와 대화하듯 요청 사항을 채팅창에 입력하면 작업자가 보유한 도면, 문서 등 다양한 자료를 기반으로 설계 작업을 지원한다.
제인 부사장은 AI 에이전트가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탄생하고, 일의 성격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칫 부사장은 “AI는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엔지니어와 창작자의 코파일럿(copilot·운전 조수) 역할을 해 생산성을 배로 높여줄 것”이라며 “엔지니어와 창작자는 단순 업무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고 더 고차원적인 작업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신규 AI 에이전트 출시가 다쏘시스템이 강점을 지닌 시뮬레이션을 설계 과정의 주류로 편입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면서 “설계와 제조 전반에서 AI가 구현되는 모습이 이제야 본격화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여전히 한 줄 프롬프트(지시)로 상세하고 즉시 제조 가능한 설계도를 얻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엔지니어링 수준의 정밀한 디테일 없이는 완벽한 설계를 얻을 수 없다”라며 “단순히 ‘스마트폰을 디자인해줘’라고 AI에 지시하면 결과물은 나오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설계를 얻으려면 엔지니어의 구체적이고 정밀한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의 식견과 통찰력을 기반으로 AI라는 도구를 올바른 맥락에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비슷한 맥락에서 AI가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도 일축했다. 다쏘시스템 경영진은 이번 행사에서 엔지니어의 업무를 돕는 AI 에이전트의 수가 늘면서 이들이 활용하는 소프트웨어와 도구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제인 부사장은 “AI는 엔지니어링 과정을 더 생산적으로 만들어줄 뿐, 일자리와 소프트웨어를 대체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AI 에이전트를 ‘아우라(AURA)’ ‘레오(LEO)’ ‘마리(MARIE)’ 3개로 나눠 출시한 이유에 대해서는 “AI 에이전트의 기능에 따라 필요한 연산량이 다르기 때문에 연산 비용과 효율성을 최적화하고자 3개를 선보였다”라며 “하나의 시스템만 고집한다면 간단한 질문 하나에도 불필요하게 복잡하고 값비싼 시스템을 돌려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래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로봇 시장에서 다쏘시스템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우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각 감지(Vision detection)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하진 않지만, 그 소프트웨어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받아서 로봇의 기계적 설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로봇의 하드웨어, 기계 시스템, 전기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 있어서 핵심 연결 지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제인 부사장은 한국 제조사와 스타트업의 AI 활용도가 주요국 중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시장을 ‘무관심’ ‘인지는 하나 미사용’ ‘인지 및 적극 활용’의 세 단계로 나눈다면, 한국은 분명히 ‘적극 활용’ 단계에 있다고 본다”라며 “한국이 차세대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자체를 주도하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적절한 도구를 선택하고 제조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모든 기술을 꿰뚫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휴스턴=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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