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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4 (수)

    “살 물건이 너무 없네요”…텅텅 빈 매대에 떠나는 소비자들(르포)[홈플러스 법정관리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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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건 끊긴 매장엔 PB상품만 덩그러니
    “원하는 물건 없어 다른 마트 가요”
    무너진 상품 경쟁력에 고객 이탈 가속화


    이투데이

    3·1절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의 매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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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1년이 지나며 사실상 청산 기로에 섰다.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한 업체들이 물건 공급을 끊으면서 매장은 활기를 잃고 소비자들의 불편은 커지고 있다.

    3·1절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28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홈플러스 월곡점을 찾았다. 주말이면 장을 보려는 시민들로 북적여야 할 매장이 한산했다. 겉보기에는 매대에 물건이 많았다. 하지만 가까이서 살펴보니 대부분 홈플러스 자체 상표(PB) 상품이었다.

    소비자는 선택권이 줄었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한 달에 한 번 홈플러스를 방문한다는 50대 최모 씨는 “자주 먹던 밀키트가 없어져서 다른 걸 고르려 해도 종류가 하나뿐이라 선택할 수가 없었다”며 “편해서 계속 이용하고 싶지만 물건이 더 없어진다면 다른 마트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손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매장을 찾는 이석연(64) 씨는 “주말이면 원래같았으면 사람이 바글바글 했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가 출퇴근을 여기(홈플러스) 앞으로 하는데 출퇴근 하면서 보면 이게 이제 차들이 쭉 주차장 앞 쪽으로 서있어서 막혀야 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씨는 “요즘은 물건이 많이 없어서 이마트도 좀 가고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후 5시 서울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거대한 매장은 무척 고요했다. 지하 1층 생활용품 매장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매장이 너무 조용해 배경 음악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지하 2층 델리코너에는 팔리지 않은 음식이 가득했다. 주류 매대도 물건이 빠진 채 듬성듬성 채워져 있었다.

    인근 주민 김천호(68) 씨는 “아무래도 구색이 좀 빠지는 경향이 있어요”라며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홈플러스를 오래 다녔기 때문에 정 때문에 온다”고 했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홈플러스를 즐겨 찾던 장호섭(43) 씨도 놀란 기색이었다. 장 씨는 “원래는 사람이 좀 더 많았다. 오랜만에 왔는데 사람도 없고 물건도 없어서 좀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집에서 롯데마트가 더 가까운데도 홈플러스를 찾는 이유가 있었는데, 물건이 없어 인터넷으로 구매하거나 롯데마트로 가야될 거 같다"고 했다.

    현장 직원들도 불안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월곡점의 한 직원은 “사모펀드가 회사를 이렇게 만든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잠실점의 한 직원도 “물건 수급이 안 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폐점 결정은 났다는데 정확히 언제인지 모른다며 이 상태로 6개월이고 1년이고 갈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물건이 수급이 안되는데 나도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다”고 막막해했다.

    이러한 물류 마비의 근본 원인은 무리한 차입 매수(LBO)와 길어진 법정관리다. 납품업체들은 대금을 받지 못할까 봐 물건 공급을 끊었다. 유통업의 핵심인 상품 경쟁력과 신뢰가 무너졌다. 충성 고객들은 결국 이커머스나 다른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 사태는 단순한 기업의 파산이 아니다. 현장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지역 주민의 소비 권리도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고용 불안과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 차원의 엄격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현실적인 매각이나 회생 대안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투데이

    3·1절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28일 홈플러스 자체 상표(PB) 상품으로 채워진 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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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투데이

    3·1절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28일 홈플러스 자체 상표(PB) 상품으로 채워진 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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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투데이/황민주 기자 (minchu@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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