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벌리고 있는 중동전쟁의 불똥이 한국 경제를 궁지로 몰아넣으며 주식·외환·유가가 이틀째 요동쳤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예상보다 격렬하게 확전일로(擴戰一路)로 치닫고 장기화(長期化)하면서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코스피(KOSPI)는 지난 3월 4일 전장보다 12.06%(698.37포인트) 폭락한 5,093.54로 마감했다. 이는 '9·11 테러'가 발생한 다음 날인 2001년 9월 12일의 최고치 12.02%를 뛰어넘은 사상 최대 낙폭이자 하락률이다. 코스닥(KOSDAQ)도 159.26포인트(14%) 급락한 978.44에 장을 마치며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날 폭락한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시장에 모두 '사이드카(Sidecar │ 주식거래 일시 중단)'가 발동됐고, 거래를 20분간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s │ 주식매매 일시 중단)'도 1년 7개월 만에 발동됐다. 두 시장에서 이날 하루에만 672조 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지난 2월 26일 전인미답(前人未踏)의 6,300을 넘었던 코스피 지수는 불과 이틀 만에 한 달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대형주도 예외가 없었다. 코스피 거래 종목 중 98%가 하락했다. 이틀간 하락률이 무려 18.4%에 달한다.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Risk)가 한국 증시를 강타한 것이다. 지난 3월 4일 코스피 시가총액은 약 574조 원이나 증발했다. 전날과 합치면 951조 원으로 올해 정부 예산(728조 원)을 넘어섰다. 이틀 새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약 1,068조 원이 사라졌다. 이날 낙폭은 미국, 유럽, 일본, 홍콩 등 다른 주요국보다 훨씬 컸다. 이들 주요국의 주가는 1~4% 하락에 그쳤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자금을 회수하자 국내 투자자들까지 매도에 나선 결과다. 최근 급등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유독 우리 금융 시장이 가장 취약한 모습이다. 이러한 파장이 물가 상승과 실물 경제로 전이(轉移)되는 걸 막기 위한 민·관 총력전을 펴야만 할 때다.
이날 코스피는 5,093.54로 장을 마감했는데 기관투자가가 홀로 5,888억 원을 순매도했고, 개인(797억 원)과 외국인(2,377억 원)은 3,147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전날 개인 순매수액은 5조 8,034억 원이었다. 공포 심리에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것이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 변동성 지수(VKOSPI)는 전날보다 27.61% 오른 80.37에 장을 마쳤다. 역대 최고치로 치솟아 빚을 내 무리한 투자를 하기보다는 위험 관리에 무게를 둬야 할 때이다. 중동 사태 이후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기로 인한 유가 급등 우려가 증시에 직접적인 충격을 줬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역대 최대 추락은 "비이성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3.61%), 홍콩 항셍(-2.01%), 대만 자취안(-4.35%) 중국 상하이종합(-0.98%) 등 다른 아시아 증시와 비교해도 유독 낙폭이 컸다. 금융 시장만 놓고 보면 이번 전쟁의 최대 피해국은 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코스피는 48.1%, 코스닥은 28.88% 오르며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하락률이 아닐 수 없다.
원·달러 환율은 한때 1,500원 선도 넘어섰다.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을 뚫은 건 2009년 이후 17년 만이다. 지난 3월 4일 정규장에선 외환 당국의 개입 등으로 전날보다 10.1원 오른 1,476.2원에 마감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0시 5분 뉴욕시장에서 1,506원까지 급등한 뒤 1,485원으로 야간 거래를 마쳤다. 한국은행은 "현 상황은 과거와 달리 달러 유동성(Liquidity)이 풍부하다."라고 강조하고 나섰지만, 환율상승은 주로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외국인 투자 자금의 환전 수요가 급증한 결과임을 유념해야 한다. 거래량이 적은 야간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 선이 무너진 것을 가볍게 볼 사안은 결단코 아니다. 환율이 1,500원을 넘은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외환시장 안정 시스템을 서둘러 가동하고,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와프(Currency swap)' 등 다층적 안전망을 면밀하고 촘촘히 점검해야만 한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1,820원까지 치솟았다. 호르무즈해협 통과 원유선 운임이 보름 만에 3.3배 뛰고, 국제유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와 대외 불안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중동전쟁이 이란의 결사 항전으로 계속 격화하면 한국은 꼼짝없이 고환율·고유가·고물가의 '3고(高)' 비상 상황의 늪에 갇히게 된다. '3고(高)' 확산을 막기 위한 대비책이 시급해졌다. 당장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기는 한국 경제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이란은 유조선 10척이 불탔다고 주장했고, 이에 미국 해군이 유조선을 호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만큼 사태는 악화하고 있다. 국내 선박 26척도 현재 호르무즈해협에서 발이 묶여 있다. 원유 소비량 세계 7위 수준인 한국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수입 원유의 70.7%, LNG의 20.4%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한국의 원유 비축량은 6개월분에 달하지만,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 재고는 곧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이미 이란이 유조선과 선박들을 공격한 것으로 전해지며 국제 유가는 연일 오름세다. 당장 서울 휘발유 가격도 하루 만에 32원이나 급등했다. 기름값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려는 수요로 주유소 앞엔 긴 줄까지 생겼다.
물론 금융 시장 충격에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달러 유동성(Liquidity)은 안정적이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경제위기 때처럼 달러 확보 자체가 어려운 상황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주가도 그동안 단기 급등해 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시장의 공포가 실물 경제로 번지기 전에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급격한 변동성(Volatility)은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킨다. 또 고유가와 고환율이 결합하면 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자칫 '고유가·고환율·고물가'의 '3고(高) 현상'이 고착화(固着化)하면 경기 회복세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정부는 시장의 과도한 변동성(Volatility)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고, 여야 정치권 역시 국민경제의 버팀목을 세우는 데 지혜를 모으고 총력을 경주해야 할 때다. 중동전쟁의 파고가 예상보다 높고 빠르게 한국 경제를 덮치고 있다. 환율과 유가 급등은 곧바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반도체를 제외하면 산업 현장과 내수의 체력은 허약해진 상황이다. 무엇보다 금융 시장 충격이 전반적인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정부가 과도한 공포와 가수요를 차단할 안정책을 내놓는 게 시급하다. 어떤 경우에도 민생까지 흔들리는 건 막아야만 한다.
수많은 경제적·심리적 요인으로 움직이고 작동하는 주가를 예측하는 건 어차피 인간의 한계를 넘는'신의 영역'이다. 과도한 공포를 벗어나 냉철하게 시장을 분석하고 유연하게 선제 대응하는 게 관건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와 통화당국의 기민한 대응으로 금융 불안이 실물 경제에 전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동발(發) 유가 상승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에너지 공급망을 다양화하고, 환율상승 대응력을 점검해 변동성(Volatility)을 줄여나가야 한다. 중소기업 대출과 보증을 연장해 피해를 막기 위한 정부 지원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개인 투자자도 섣부른 낙관이나 공포에 기대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말고 신중한 투자에 각별 유념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가계와 투자자의 냉철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실물 경제 충격도 의당 커질 수밖에 없다. 수출 호조와 함께 경기 반등을 기대했던 한국 경제로선 비상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이란이 페르시아만 주변국에 있는 미군 시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드론 공격을 이어가면서 국내 기업의 중동 사업도 비상이 걸렸다. 중동에 진출한 140여 국내 기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도시 '네옴(Neom)시티'를 비롯해 원전과 인공지능(AI) 인프라 사업 등 중동에서 100조 원 규모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게다가 물류가 막히면 자동차·스마트폰·K뷰티 등 주력 상품 수출에도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다. 증시가 단기 급등하면서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가 커진 측면도 있다. 코스피는 최근 8개월 만에 3,000에서 6,000까지 파죽지세(破竹之勢)로 두 배나 상승했지만, 실제 경제 지표는 부진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역대 여섯 번째로 낮은 1%에 그쳤고 산업 생산 증가율은 5년 만에 최저치, 실질 소비 지출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실물 경제는 여전히 부진한데 유동성(Liquidity │ 자금)의 힘으로 증시만 활황이다가 중동 사태라는 악재를 만나 이렇듯 변동성(Volatility)이 증폭됐다. 주가는 단기적으로 유동성(Liquidity)이 풍부하면 오를 수 있지만, 장기적 상승을 지탱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다. 한 해에도 수차 시가총액 1위가 바뀔 만큼 역동적인 미국처럼, 우리도 과감한 적극적·공격적 규제 혁파를 통해 새로운 산업과 기업을 키워야만 한다.
이란이 원유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Strait of Hormuz)' 봉쇄 카드를 꺼내 들면서 국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도 치솟았다. 호르무즈해협에선 민간 유조선들이 이란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중동전쟁이 장기화(長期化)하는 경우 자칫 1970년대 말 오일 쇼크(Oil shock)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상당하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필요하면 미국 해군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호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유가 상승세를 잡지 못했다. 브렌트유는 19개월 만에 최고인 배럴당 85달러를 넘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5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일반적으로 중동산 원유 수입 제한과 환율상승 영향은 2∼3주 뒤에야 국내 휘발유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국제유가 상승은 물류비와 전기·가스 요금 인상은 물론이고 수입 물가와 국내 외식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전망치 2.2%보다 0.3% 높은 2.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중동 확전(擴戰)과 장기화(長期化)에 따른 고유가, 고환율, 고물가의 '3고(高) 뉴노멀(New Normal │ 새로운 표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기업의 생산원가 부담은 결국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Stagnation + Inflation)'을 유발할 위험성마저 직면함을 각별 유념하고 하늘만 쳐다보는 천수답(天水畓) 대응이 아닌 적극적·공격적으로 선제(先制) 대응에 나서야만 한다. 무엇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원유 공급이다. 정부와 민간이 비축 중인 원유는 2억 배럴이다. 하루 300만 배럴에 육박하는 원유를 소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넉넉하다고 보기 매우 부족한 물량이다. 비축분을 꺼내쓰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수입처 다변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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