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 와인 교육자 일레인 추칸 브라운과 떠나는 ‘캘리포니아 와인 지도의 재구성’/파리의 심판 후 2년·10년·30년 같은 와인으로 재대결/오히려 나파밸리 와인들 1차 대회보다 압승/숙성될수록 복합미 진화 입증/로다이 진판델 100년 양조 실력 덕분에 가능
파리의 심판 레드 1위 스택스 립 S.L.V. 최현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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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열린 파리의 심판은 그 이후에도 여러차례 재대결이 벌어집니다. 2년 뒤 1978년 똑같은 와인 20종으로 ‘샌 프란시스코 와인 테이스팅(San Francisco Wine Tasting)’이 열립니다. 또 파리의 심판 10주년을 맞아 1986년 프랑스요리학교(French Culinary Institute)에서 시음 적기가 지난 화이트 와인을 제외하고 레드 와인만 1976년 대회와 같은 빈티지로 9종을 심사합니다. 같은 해 유명 와인매체인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도 같은 와인으로 10종을 심사합니다. 또 2006년 파리의 심판 30주년 기념 대회가 유럽과 미국에서 동시에 열립니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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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의 진화
▶마야카마스 빈야즈 마운트 비더(Mayacamas Vineyards Mt. Veeder) 카베르네 소비뇽 2003
1차 파리의 심판에서 7위를 기록한 마야카마스 빈야즈 1971은 10주년 프랑스요리학교 대회에서는 8위, 와인 스펙테이터 대회에선 2위에 올랐고 30주년 대회에서는 3위를 차지합니다. 레드 커런트, 라즈베리, 블랙 체리, 잘 익은 검은 자두의 과실 향이 주도하고 세이지, 월계수 잎, 말린 허브, 흑연, 철분의 미네랄, 장미 꽃잎, 시가 박스, 삼나무, 민트의 복합적인 향이 층층이 느껴집니다. 숙성되면 흙내음, 얼 그레이 차, 다크 초콜릿, 스파이스 풍미가 복합미를 더합니다. 20년이 넘은 빈티지만 산도가 잘 살아있어 나파밸리의 서늘한 산악 산지 마운트 비더에서 탄생한 카베르네 소비뇽의 뛰어난 숙성잠재력을 잘 보여줍니다. 이 와인이 1차 대결보다 10주년, 30주년 재대결에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이처럼 숙성될수록 풍성해지는 복합미와 뒤를 잘 받쳐주는 산도 때문입니다.
마야카마스 빈야즈 마운트 비더 카베르네 소비뇽. 최현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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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파밸리 세부 산지. 나파배리와인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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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와인 산지는 지롱드강 주변의 거의 평지에 가까운 아주 완만한 구릉지대에 최고의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포도밭이 몰려있습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생산자들은 파리의 심판을 계기로 나파밸리의 높은 산악 지대에세도 카베르네 소비뇽 재배를 시도합니다. 나파밸리 남서쪽 산지인 마운트 비더는 나파 밸리와 소노마 밸리를 가르는 마야카마스 산맥 동쪽 경사면 해발고도 해발 약 152~792m 구릉지에 있습니다. 주로 동향 경사면이라 나파 밸리의 산악 AVA 중 가장 서늘한 지역입니다. 또 산 파블로 베이(San Pablo Bay)에서도 서늘한 기운이 잘 들어옵니다. 덕분에 알맹이가 작고 복합미가 농축된 포도가 생산됩니다. 토양은 척박한 화산 퇴적물부터 고대 해저층까지 다양하며, 이곳에서 생산된 카베르네 소비뇽은 탄닌이 풍부하고 산도가 매우 높으며 깨끗하고 뚜렷한 미네랄이 돋보입니다.
마운트 비더 포도밭.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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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민트향이 도드라지고 향신료, 꽃, 붉은 베리류도 잘 감지됩니다. 마운트 비더는 나파 밸리에서 가장 넓은 AVA 중 하나이지만 험준하고 바위가 많은 지형 때문에 포도나무 식재 면적은 약 400ha로 가장 적은 편입니다. 생산자는 약 35명이며 소규모로 와인을 빚는 아띠장 생산자들이 많습니다.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메를로, 진판델을 재배합니다. 마운트 비더는 1850년대 장로교 목사인 피터 V. 비더(Peter V. Veeder) 목사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씨에스알와인 수입.
스택스 립 S.L.V. 카베르네 소비뇽. 최현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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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택스 립 S.L.V.(Stag's Leap S.L.V.) 카베르네 소비뇽 2016
2016 빈티지는 10년의 세월을 지나면서 블랙 커런트, 제비꽃, 더스티한 코코아 가루의 향이 풍부하고 피어오르고 층층이 쌓인 흑연, 부싯돌, 정향, 시가 박스, 삼나무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 풀어 헤쳐집니다. 입에서는 블랙체리, 블랙베리, 오디, 카시스 같은 진한 검은 과실 풍미로 채워집니다. 질감은 실크처럼 부드럽고 매끄러우며, 탄닌은 구조감이 탄탄하면서도 끝 맛은 부드럽습니다. 특히 피니시에서 미네랄과 다크 초콜릿의 향긋한 여운이 길게 이어집니다. 파리의 심판에서 1위에 오른 이유가 잘 설명됩니다.
스택스 립 수석 와인메이커 마르쿠수 노타로. 최현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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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빈티지는 나파밸리 100년 역사상 가장 뛰어난 빈티지로 평가받습니다. 딱 떨어지는 정밀함과 디테일한 텍스처가 특징으로 클래식한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식재된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샤르도네입니다. 파리의 심판이 열린 1976년만 하더라도 두 품종은 보르도와 부르고뉴가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파리의 심판 덕분에 캘리포니아 전역으로 확대됐고 다른 다라들도 두 품종에 도전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레드와 화이트를 대표하는 품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스택스 립. 나파밸리와인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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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파밸리의 스택스 립 디스트릭트(Stags Leap District) AVA는 흔히 ‘벨벳 장갑 속의 철권’이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부드러운 질감, 잘 익은 과실 풍미, 매끄럽고 둥근 타닌, 실키한 질감, 우아하고 균형 잡힌 스타일을 지녔지만 안쪽에는 탄탄한 골격, 선명한 산도, 뛰어난 숙성 잠재력 등 철주먹 같은 힘과 집중도가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와인이 만들어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포도밭은 계곡의 낮은 지대에 있는데 가파른 주상절리 절벽인 팔리세이즈의 암반이 낮동안 열을 반사해 포도의 당도가 쭉쭉 잘 올라갑니다. 하지만 밤에는 완만한 구릉지대와 절벽이 만드는 바람길을 따라 산 파블로 베이(San Pablo Bay)에서 선선한 해풍이 유입돼 기온을 뚝 떨어뜨립니다. 일교차가 크면 포도가 충분히 쉬면서 생기발랄한 산도를 잘 움켜지고, 포도의 생장 기간도 훨씬 길어져 천천히 완숙에 도달하면서 당도, 산도, 타닌이 완벽한 밸런스를 이룹니다. 특히 껍질·씨·줄기에 많은 페놀릭까지 완벽하게 숙성돼 와인의 맛, 질감, 색, 숙성잠재력를 최대치로 끌어 올립니다.
스택스 립 와인. 최현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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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택스 립 토양은 사암, 셰일, 자갈이 섞인 양토, 화산성 물질이 섞여있습니다. 와인은 대체로 부드럽고 과실미가 풍부하며 잘 익은 타닌과 선명한 산도를 보여줍니다. 스택스 립(Stags Leap)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와포(Wappo) 원주민 전설입니다. 사냥꾼을 피해 봉우리 사이를 뛰어넘거나, 잡히느니 차라리 절벽에서 몸을 던졌다는 야생 사슴(stag)의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1878년 테릴 엘 그릭스비(Terill L. Grigsby)가 옥시덴털 와이너리(Occidental Winery)를 설립하면서 스택스 립 포도 재배 역사가 시작됐고 1893년에는 호레이스 체이스(Horace Chase)가 스택스 립을 설립합니다. 아영FBC수입
랑게 트윈스 센터니얼 올드바인 진판델.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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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와인 역사를 대변하는 올드바인 진판델
▶랑게 트윈스 센터니얼(Lange Twins Centennial) 올드바인 진판델 2017
캘리포니아 와인은 파리의 심판 이전에 이미 100년의 와인 양조 역사를 쌓았는데 대표 품종이 진판델입니다. 이미 1850년대부터 캘리포니아에 유입돼 상징적인 품종이 됐습니다. 기후 적응력이 뛰어나고, 식재된 땅의 특성을 그대로 흡수하는 품종입니다. 이 와인을 만드는 포도나무 수령은 무려 120살로 올드바인 밀집된 시에라 풋힐 서쪽 ‘캘리포니아 진판델의 고향’ 로다이(Lodi)에 생산됩니다. 로다이에 100~150년 수령 올드 바인이 밀집된 이유가 있습니다. 토양이 배수가 잘되는 모래 점토 양토(sandy clay loam)로 이뤄져 포도나무 뿌리를 갉아먹는 필록세라 피해를 입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올드바인은 수확량은 적지만 포도알이 작고 풍미가 극도로 응축된 포도를 생산합니다.
로다이 랑게 트윈스 포도밭 토양.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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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다이는 내륙이지만 샌프란시스코 만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새크라멘토-산조아킨 강 삼각주(Delta)를 통과해 유입됩니다.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로, 낮에는 뜨겁지만 밤에는 이 ‘델타 브리즈(Delta Breeze)’ 덕분에 기온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로다이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비오니에도 재배됩니다. 포도밭 약 4만ha, 생산자 750명 이상으로 연간 약 60만t 포도를 생산합니다. 이는 캘리포니아 전체 와인용 포도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며 나파 카운티와 소노마 카운티를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랜달 랑게(Randall Lange·오른쪽)와 브래드 랑게(Brad Lange).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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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게 트윈스라는 이름처럼 쌍둥이 형제 랜달 랑게(Randall Lange)와 브래드 랑게(Brad Lange)가 만드는 와인입니다. 1870년대 가문의 1대 조상인 요한 랑게(Johann Lange)가 로다이에 정착해 포도 농사를 시작하면서 역사가 시작됩니다. 1974년 쌍둥이 형제 랜달과 브래드가 가업을 이어받아 본격적으로 포도 재배 사업을 확장했고 2006년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랑게 트윈스 패밀리 와이너리(LangeTwins Family Winery)’를 설립해 직접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120년 수령 올드바인 진판델 답게 복합미가 뛰어납니다. 풍부한 캔디드 라즈베리와 블랙베리 아로마가 먼저 느껴지고, 그 위에 정향과 감초의 향신료가 얹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흙내음, 건초향도 더해집니다. 자연스러운 산도와 묵직한 타닌이 균형을 이루고 실키한 질감과 스파이시한 과일 노트가 긴 여운을 남깁니다. 미수입 와인.
랑게 트윈스 셀러 테이스팅.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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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바인 진판델은 나파밸리 와인이 파리의 심판을 제패한 원동력을 잘 설명합니다. 파리의 심판 덕분에 다른 생산자들이 다른 품종과 지역으로 확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오랫동안 진판델을 재배한 역사가 있었기에 파리의 심판에서 카베르네 소비뇽과 샤르도네가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던 겁니다. 따라서 캘리포니아 와인 역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품종이 진판델입니다. <캘리포니아 와인 진화 50년 ④에서 계속 >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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