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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6 (금)

    [언박싱 연구실] 바나나 껍질의 화려한 변신, 가죽보다 질기고 온도 따라 모양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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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한양대·부경대팀, 해양 생물 성분 더한 '스마트 비건 가죽' 개발… 무한 재활용까지

    택배 상자를 열 때의 설렘, 기억하시나요? 대학 연구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을 바꿀 놀라운 발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논문'이라는 두꺼운 포장지에 쌓여있을 뿐이죠. '언박싱 연구실'에서는 복잡한 수식과 이론 대신, 여러분이 알고 싶은 알맹이만 쏙 골라 담겠습니다. 자, 그럼 상자를 열어볼까요? 오늘 언박싱할 주인공은 바로 이 연구입니다.
    파이낸셜뉴스

    버려지는 바나나 껍질과 바다의 해양 성분이 만나 탄생한 '스마트 비건 가죽'이 연구실 상자 속에서 화려하게 피어오르고 있다. 실제 가죽을 능가하는 강도(33MPa)를 상징하는 홀로그램과 온도에 따라 스스로 변신하는 가죽의 유연한 곡선은 환경 보호와 첨단 기술이 공존하는 미래형 소재의 탄생을 보여준다. (그래픽=제미나이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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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뉴스] 국내 대학 연구팀이 버려지는 바나나 껍질에 바다 생물의 성분을 더해, 실제 가죽에 못지않게 질기면서도 온도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똑똑한 '비건 가죽'을 만들었다. 이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날씨에 맞춰 형태를 바꾸는 미래형 옷이나 부드러운 로봇의 피부로도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덥거나 추우면 '스스로' 변신하는 가죽

    이 가죽의 가장 큰 특징은 주변 온도에 따라 스스로 모양을 바꾼다는 점이다. 30~80℃ 사이의 온도 변화를 감지하면 가죽이 구부러지거나 펴지며 반응한다. 예를 들어, 기온이 올라가면 공기 구멍이 저절로 열려 바람이 잘 통하게 만드는 '지능형 의류'를 제작할 수 있다.

    또한, 딱딱한 금속 대신 사람의 피부처럼 부드럽고 유연하게 움직여야 하는 '소프트 로봇'의 겉면으로도 제격이다. 이 외에도 온도에 따라 실내 환경을 조절하는 미래 자동차의 내장재나 스마트 기기 등 우리 생활 곳곳에 쓰일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바나나 껍질과 바다의 '찰떡궁합' 결합

    한양대 엄영호 교수와 부경대 김대석 교수 공동 연구팀은 매년 전 세계에서 1억 톤 이상 버려지는 바나나 껍질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먼저 바나나 껍질을 고운 가루로 만든 뒤, 이를 단단히 결합해줄 재료를 바다에서 찾아냈다.

    미역이나 다시마에서 뽑아낸 '알지네이트'와 게·새우 껍질 성분인 '키토산 나노 물질'을 섞어 바나나 입자들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튼튼한 기초판을 설계했다. 여기에 온도에 따라 배열이 바뀌는 특수 고무 층을 겹겹이 쌓아 올려, 열을 받으면 마법처럼 형태가 변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2kg 생수병도 번쩍! 물에 녹는 '진짜' 친환경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이 비건 가죽의 인장 강도는 33 MPa(메가파스칼)로, 실제 가죽에 버금가는 튼튼함을 자랑한다. 탄성률 또한 0.9 GPa(기가파스칼)에 달해 2kg 무게의 생수병을 매달아도 찢어지지 않을 만큼 강력한 힘을 견뎌냈다.

    내구성도 압도적이다. 수천 번 반복해서 굽히고 비틀어도 겉면에 금이 가지 않았으며, 지갑이나 키링 같은 시제품으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었다. 특히 사용 후에는 물을 이용해 다시 원래의 재료 상태로 되돌릴 수 있어, 쓰레기 걱정 없이 무한히 재활용할 수 있는 진정한 친환경 소재임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화학 공학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실려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버려지는 껍질에서 미래형 소재를 찾아낸 이번 '언박싱'은 환경과 기술이 공존하는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음에도 여러분의 무릎을 탁 치게 할 흥미로운 연구 결과와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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