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잠바주스 교대역점에서 본지 박경호 기자가 음료를 제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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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취업난 속에서 아르바이트는 이제 단순한 '용돈벌이'가 아니다. 지난해 기준 구직을 포기하고 숨고르기 중인 '쉬었음' 인구 255만명 시대. 알바는 누군가에게는 내일을 기약하는 가장 절실한 디딤돌이자 사회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다.
이에, 본지는 소비의 최전선인 유통·식품 분야 기업·고객간거래(B2C) 현장을 중심으로 우리 시대 직업의 실상을 체험하고 생생히 전하는 'Job(잡)스러운 기자들'을 격주마다 연재한다. 화려한 쇼윈도 뒤편의 백화점부터 원산지의 거친 숨결이 느껴지는 농촌까지, 기자들이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직업 전선'의 진짜 목소리를 담아낸다.
[파이낸셜뉴스] "요즘 한국인 알바생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예요.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를 올리면 이력서 들고 오는 사람의 십중팔구는 외국인 유학생이라니까요." 이에, 본지는 소비의 최전선인 유통·식품 분야 기업·고객간거래(B2C) 현장을 중심으로 우리 시대 직업의 실상을 체험하고 생생히 전하는 'Job(잡)스러운 기자들'을 격주마다 연재한다. 화려한 쇼윈도 뒤편의 백화점부터 원산지의 거친 숨결이 느껴지는 농촌까지, 기자들이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직업 전선'의 진짜 목소리를 담아낸다.
겨울의 끝자락인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잠바주스 교대역점. 기자가 앞치마를 건네받자마자 나온 점장의 푸념에는 최근 외식업계가 직면한 현실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저출산 여파로 주로 파트타임 근무를 뛰던 20대 학생 인구가 급감하면서 구인난에 시달리는 아르바이트 시장의 현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팍팍한 구인 가뭄 속에서 기자는 '잡(JOB)스러운 기자들' 취재 겸 디저트 카페 아르바이트를 이날 체험했다. 당찬 각오도 잠시, 갓 들어온 알바생 기자를 맞은 건 구인난보다 더 매서운 초밀착 위생 매뉴얼이었다.
위생, 또 위생
이날 오전 9시 카페에 도착해 제일 먼저 한 일은 건강진단결과서(보건증) 확인 및 제출이었다. 단 하루 근무였지만 보건 및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당부가 귀에 박혔다. 위생 관리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근무를 시작하자 주어진 첫 업무는 소비기한 스티커를 확인하고 부착하는 것이었다. 커피보다는 주스가 주메뉴인 잠바주스의 특성상 오전보다는 점심 및 오후 시간대에 고객이 몰린다고 했다. 오전에 소비기한 정리와 재료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우선 매장에 있는 수십 개의 재료와 음식 제품들의 소비기한을 일일이 확인했다. 이날 사수인 잠바주스 교대역점 점장은 "선입선출을 원칙으로 하니까 제일 앞에 있는 것이 소비기한이 임박한 제품이지만, 간혹 뒤섞이는 경우도 있어 꼼꼼히 확인해야 해요"라고 당부했다.
이렇게까지 소비기한을 엄격히 확인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점장은 "과일을 주원료로 사용하다 보니 소비기한을 잘 지키지 않으면 음료 맛이 크게 달라집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적의 재료로 맛있는 음료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대접하는게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어느덧 시간이 오전 10시 30분이 됐다. 다음 업무는 설거지와 청소였다. 전날 마감 직원이 소독액에 담가 놓은 블렌더와 식기류 등 제조 용품들을 일일이 닦아야 했다. 소독액 잔여물이 남지 않도록 꼼꼼히 닦아내다 보니 고무장갑 틈으로 물기가 계속 들어가 손이 퉁퉁 불었다.
설거지가 끝난 후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바닥과 테이블, 냉장고 청소에 들어갔다. 점장은 "주스는 일반 음료와 달리 끈적끈적해 자국이 잘 남아 청소에 특히 신경을 써야해요"라고 강조했다. 바닥과 테이블, 유리문을 꼼꼼하게 닦고 매장을 둘러봤다. 한결 깨끗해진 매장을 보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점장님 몰래 버린 아보카도 한 조각
청소 후에도 업무가 쉼 없이 이어졌다. 다음 단계는 음료 조리를 위한 재료 손질이었다. 생과일이 들어가는 음료 특성상 즉시 제조가 가능하도록 아보카도, 바나나 등 다양한 과일을 손질했다. 아보카도는 중간에 씨가 있고 물렁물렁해 손질이 쉽지 않았다. 자칫 씨앗을 빼내려고 힘을 주면 과일이 으스러질 수 있어 무척 신경이 쓰였다. 사실, 아보카도 한 조각이 으스러져 점장 몰래 버리기도 했다.
점장은 근무내내 위생과 안전을 끝없이 강조했다. 그는 "과일을 썰기 전에 손 베임 방지 장갑을 착용한 뒤 그 위에 위생 라텍스 장갑을 착용하세요. 그리고, 한 종류의 과일을 손질한 후에는 다른 장갑으로 교체해 다음 과일을 손질해야 합니다"라며 주의를 줬다.
직접만든 음료, 떨리는 서비스 순간
드디어 '피크 타임'인 점심시간. 기자에게도 음료 제조의 기회가 찾아왔다. 보통 아르바이트 첫날은 메뉴 숙지와 설거지가 주 업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학 시절 1년 반 동안 카페 알바 경력을 슬쩍 내비쳤다. 점장은 "음료 직접 만들어 보셔도 되겠네요"라며 흔쾌히 기회를 주었다. 잠바주스는 스무디부터 착즙주스, 아사이보울까지 워낙 다양해 하루 만에 마스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대신 가장 인기 있는 '3대장' 메뉴인 스트로베리 와일드, 망고고고, 아보카도커피의 레시피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생과일과 냉동 과일, 샤베트와 연유까지, 들어가는 재료가 생각보다 많았다. 레시피를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복기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주문을 기다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라 인기 메뉴들을 대여섯 번 직접 만들며 실전 감각을 익힐 수 있었다.
정성껏 갈아낸 음료를 손님에게 건네자 묘한 감정이 교차했다. 시원하게 음료를 들이켜며 담소를 나누는 손님들의 뒷모습을 보자 뭉클했다. '이 주스 한 잔을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참 많은 손길과 노력이 녹아드는구나.' 업무에 익숙해질 무렵, 길게만 느껴졌던 6시간의 근무가 어느덧 끝을 알렸다. 이 매장은 고생한 아르바이트생에게 하루 한 잔의 음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내가 직접 정성 들여 제조한 생과일 주스를 들고 매장을 나섰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친절하게 가르쳐준 점장과 직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새 정이 들었는지 아쉬운 마음이 앞섰다. 앞으로 카페에서 생과일 주스를 마실 때마다 차가운 블렌더 앞에서 땀 흘렸던 잠바주스에서의 하루가 떠오를 것 같다.
[기자의 알바 체험 한줄 평]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지만 카페 알바 특성상 업무 강도가 높지 않고 매일 무료 음료를 제공받아 합리적이다.
■ 업무강도 : ★★☆☆☆
설거지 외에는 힘든 일이 없다. 실내 근무 및 무겁거나 위험한 도구를 다루지 않아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다. 법원 앞이라 시위가 있는 날은 바쁠 수 있다.
■ 스트레스 : ★★☆☆☆
고객들 대부분이 친절해 스트레스 받을 일은 거의 없다. 다만, 서비스직 특성상 컴플레인 및 진상 고객이 있을 수 있다.
■ 난이도 : ★★★☆☆
음료에 생과일, 연유 등 들어가는 재료가 많고 레시피가 복잡해 외우는 것이 어려운 편이다.
■ 급여/가성비 : ★★★☆☆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지만 카페 알바 특성상 업무 강도가 높지 않고 매일 무료 음료를 제공받아 합리적이다.
■ 업무강도 : ★★☆☆☆
설거지 외에는 힘든 일이 없다. 실내 근무 및 무겁거나 위험한 도구를 다루지 않아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다. 법원 앞이라 시위가 있는 날은 바쁠 수 있다.
■ 스트레스 : ★★☆☆☆
고객들 대부분이 친절해 스트레스 받을 일은 거의 없다. 다만, 서비스직 특성상 컴플레인 및 진상 고객이 있을 수 있다.
■ 난이도 : ★★★☆☆
음료에 생과일, 연유 등 들어가는 재료가 많고 레시피가 복잡해 외우는 것이 어려운 편이다.
security@fnnews.com 박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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