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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5 (목)

    [MWC26] "데이터 주도권 넘기면 20년 전처럼 종속" LG유플 CEO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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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바르셀로나=최진홍 기자] LG유플러스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26 현장에서 글로벌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단순한 통신망 운영을 넘어 음성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주력 수출품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가장 큰 화두는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과의 주도권 방어다. 통신사가 망만 제공하는 단순 인프라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실제로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은 5일(현지시간) "통신사들이 핵심 데이터만 쥐고 상위 스택을 빅테크에 넘긴다면 20년 전처럼 시장을 잃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 분야만큼은 글로벌 통신사들끼리 긴밀히 협력해 독자적인 기술 생태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음성 기술은 플랫폼 내에서 세 가지 계층으로 나뉜다. 음성 데이터 확보, 감정과 맥락 분석, 그리고 텍스트를 음성으로 표현하는 사용자 환경 기술이다.

    현재 빅테크 기업들은 가장 윗단인 표현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통신사는 뼈대가 되는 원천 데이터를 쥐고 있다. 실제로 홍 사장은 "실제 대화에서 파생되는 감정과 위치 맥락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 바로 통신사"라며 "풀스택 구축을 노리는 빅테크들도 데이터 부족을 가장 아쉬워하며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공 가능성이 크다. 통신 특화 인공지능의 가장 큰 무기는 압도적인 고객 밀착도이기 때문이다. 당장 일상생활과 직결된 통화의 특성상 사용자 이탈률이 현저히 낮다. 홍 사장은 "챗GPT 등 유명 플랫폼 가입자들의 데일리 유저 고착도는 15에서 35퍼센트 수준에 불과하다"며 "반면 통신이라는 고착도는 최근 80에서 100퍼센트를 넘어설 만큼 일상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디바이스 환경의 변화도 음성 인공지능의 가치를 높인다. 스마트폰 시대의 핵심 인터페이스가 터치였다면 다가올 피지컬 인공지능 시대는 음성이 주도한다는 설명이다. 당장 홍 사장은 "로봇이나 인공지능 글래스는 더 이상 터치가 아닌 음성을 통해 모든 제어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음성의 톤과 매너를 정밀하게 파악하는 능력에 따라 기기 인터페이스의 정확성이 크게 달라진다"고 예측했다.

    해외 진출 전략은 통화 에이전트 '익시오' 자체의 수출과 기술 스택 모듈 수출이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된다. 진출 최우선 국가는 동남아시아로 꼽혔다.

    한편 홍 사장은 "유럽은 규제 장벽이 높아 상용화에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규제 문턱이 낮고 통일되지 않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첫 성공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사와의 수출 협의도 데이터 주권 관련 규제로 인해 속도를 조절 중이다.

    이재원 부사장도 현장에서 "사우디 측은 데이터 주권 문제로 클라우드 대신 구축형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며 "확장성을 고려해 클라우드 서비스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두고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기술 수출 시 현지 통신사의 핵심 코어망을 수정해야 하는 난제는 모듈화 전략으로 돌파한다. 홍 사장은 "모든 시스템을 하나로 묶어 통째로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단위 모듈 형태로 분리해 제공한다"며 "현지 사업자 본인들의 코어망 맞춤화는 스스로 진행하고 우리는 플랫폼화가 가능한 핵심 모듈만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상엽 최고기술책임자는 "망 내 익시오 서비스에 대해 내재화되어 있는 기능들 위주로 비즈니스를 진행할 수 있다"며 "현지 코어망을 전면 개방해야 하는 보안 민감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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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이 기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을 대체할 것이라는 이른바 '사스 아포칼립스'에 대한 메시지도 나왔다. 홍 사장은 "단순한 작업 흐름을 유저 인터페이스만 편하게 포장해 준 소프트웨어는 인공지능에 의해 쉽게 대체될 것"이라며 "반면 복잡한 데이터베이스 로직이 얽혀 있는 워크플로우는 하루아침에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기업간거래 시장에서는 인프라와 플랫폼을 결합한 기업용 인공지능 풀스택으로 승부한다. 홍 사장은 "단순 인터페이스 제공을 넘어 내부 로직에 기반을 둔 사스트 형태의 진화를 고민하고 있다"며 "통신사 본연의 강점인 데이터 주권을 보장하는 소버린 인공지능 모델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6G 네트워크 진화에 따른 새로운 수익 창출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상엽 최고기술책임자는 "미래에는 인류 가입자 수보다 훨씬 더 많은 인공지능 에이전트들이 통신망을 돌아다닐 것"이라며 "물리적 인공지능 기기의 증가로 발생하는 새로운 연결들이 네트워크 사업의 핵심 기회가 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MWC에서는 단기적인 계약 수주보다 장기적 생태계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는 설명이다. 당장의 성과보다 미래를 잡는 것에 '전투력'을 키웠다는 해석이다. 홍 사장은 "당장 매출을 내는 가시적 성과보다는 글로벌 최고경영자들과 협업 의지를 확인하는 데 주력했다"며 "보안과 음성 기술 스택을 보유한 유망 기업들과 구체적인 기술 검증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평가했다.

    홍 사장은 마지막으로 "과도기 시점에서 제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는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지고 미래 성장 기반을 완성하는 것"이라며 "다음 후임자가 기반에 대한 고민 없이 본격적인 글로벌 확장을 논의할 수 있도록 튼튼한 발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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