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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6 (금)

    “스스로 굳는 배터리 전해질” 포스텍-부산대, 상온 자가중합 가능한 하이드로겔 전해질 소재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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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연구팀이 배터리 전해질에 가루를 섞기만 하면 저절로 젤리처럼 굳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포스텍(POSTECH)은 김연수 신소재공학과 교수, 박수진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강준희 부산대 나노융합기술학과 교수 연구팀과 함께 복잡한 화학 반응이나 고온 공정 없이도 스스로 단단해지는 전해질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 장치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수계 아연(Zn) 전지'가 떠오르고 있다. 물을 전해질로 사용해 불이 날 위험이 적고 원가 부담도 적다. 하지만 쓰다 보면 아연 전극 표면에 나뭇가지처럼 뾰족한 결정이 자라거나 부식이 발생해 수명이 짧아졌다.

    전자신문

    왼쪽부터 박수진·김연수 포스텍 교수, 강준희 부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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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안으로 액체 전해질을 젤리처럼 굳히는 방식이 연구되고 있지만, 화학 약품이나 열이 필요해 공정이 복잡하고 전극이 손상될 우려도 있었다. 무질서하게 얽힌 젤 구조가 아연 이온의 이동을 방해하는 한계도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기존 수계 아연전지에 사용되는 액체 전해질인 '황산아연(ZnSO₄) 수용액'에 'SBMA(설포베타인 메타크릴레이트)'라는 특수 분자를 섞기만 해도 상온에서 저절로 젤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황산아연은 물에 녹아 아연 이온을 제공하는 물질이다. 이 아연 이온이 분자 구조를 자극해 반응을 시작하도록 돕고, 분자들이 서로 촘촘히 연결되게 만든다. 우유에 식초를 넣으면 자연스럽게 굳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약 30분이면 단단한 젤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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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 혼합만으로 개시제, 가교제, 열처리 없이 30분만에 형성된 하이드로겔 전해질 사진(위)과 연구팀의 기술로 상온에서 스스로 만들어진 젤 전해질 메커니즘 모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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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전해질은 초기에는 액체처럼 전극 사이를 빈틈없이 채우다가, 조립 이후 자연스럽게 굳어 안정적인 내부 구조를 형성한다. 추가 열처리나 특수 환경이 필요 없어 제조 공정이 단순해지고, 전극 손상 가능성도 낮다.

    실험 결과, 이 전해질을 적용한 전지는 4100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며, 영하 10℃에서도 문제없이 구동됐다. 100번 충·방전 뒤에도 처음 용량의 96%를 유지했다. 불필요한 화학 반응이 줄고 이온 이동 통로가 균일하게 형성된 덕분이다.

    이번 성과는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수계 아연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기술로 평가된다. 공정이 단순해지면 대량 생산과 비용 절감이 가능해지고,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

    김연수 교수는 “화학 개시제나 열처리, 특수 환경 없이 상온·대기에서 구현되는 이 전략은 배터리 성능과 공정 효율을 동시에 잡은 새로운 설계”라며 “아연 이온이 단량체의 전자구조를 바꿔 반응성을 높이는 동시에 뭉치게 만드는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박수진 교수는 “안전성과 비용 경쟁력이 중요한 수계 아연 전지의 실용화를 앞당기기를 바란다”라며 “다양한 단량체에 적용하고 다른 수계 금속 전지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영커넥트, ERC,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 우수신진연구사업과 한국도레이과학진흥재단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최근 소재 분야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스몰(Small)'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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