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 美대사관 드론 공격…미국인 즉각 대피 권고
카타르·사우디 에너지 인프라까지 확전…호르무즈 봉쇄 압박
걸프국까지 ‘공범’ 규정…협상 압박용 확전 관측도
최고지도자 공백 속 ‘모자이크 방어’ 언급…지휘 혼선 가능성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주재 미국 대사관이 드론 2대의 공격을 받았다고 3일(현지 시간) CNN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진은 밴터(Vantor)가 제공한 위성사진에 지난 2일 사우디 라스타누라 정유시설이 드론 공습 여파로 파손된 모습.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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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전쟁이 걸프 지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미국 대사관을 드론으로 공격하면서 보복 수위를 끌어올린 가운데, 공격 대상이 걸프 아랍 국가들로까지 확대되면서 전략적 계산인지 지휘체계 혼선인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3일(현지시간)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은 이날 새벽 리야드 주재 미국 대사관을 겨냥해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사우디 국방부는 대사관이 두 대의 드론 공격을 받았으며 제한적인 화재가 발생했지만 피해는 경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에는 드론 공격 이후 대사관 인근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영상이 확산됐지만 영상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사관 측은 현지 체류 미국인들에게 즉각적인 대피를 권고했다.
이번 공격은 쿠웨이트 주재 미국 대사관이 공격을 받은 뒤 무기한 폐쇄된 직후 발생했다. 미국 국무부는 예방 조치로 쿠웨이트를 비롯해 바레인·이라크·카타르·요르단 등에 체류 중인 비필수 인력과 가족에 대해 철수 지침을 내렸다.
앞서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이란 수도 테헤란 전역에서는 폭발음이 이어졌고 상공에서는 항공기 소음이 포착됐다는 목격담도 이어졌다. 다만 구체적인 공습 지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란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걸프 지역 내 미군 기지와 외교시설을 겨냥한 보복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 이란은 중동에 있는 미국 외교공관과 군사시설을 ‘미국 영토’로 간주하며 공격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공격 대상이 중재 역할을 해온 아랍 국가들로까지 넓어지면서 중동 정세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은 지난달 28일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와 쿠웨이트 내 미군 시설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한 후 1일에는 두바이 제벨알리 항구와 오만 두쿰 항구 등 민군 겸용 인프라로 공격 범위를 확대했다.
2일에는 카타르 라스라판 액화천연가스(LNG) 시설과 사우디 라스타누라 정유시설이 공격을 받으며 에너지 인프라까지 타격 범위에 포함됐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다.
카타르와 사우디 등 걸프 국가들은 미국과 공동성명을 통해 “민간 생명과 국제경제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란의 걸프 국가 공격 배경을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분석했다.
우선 징벌적 보복이다. 이란 지도부가 걸프 국가들이 미국의 군사작전에 실질적 지원을 제공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혁명수비대와 외무부는 “침략자에게 영토·영공·기지를 제공한 국가는 더 이상 중립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걸프 국가들을 ‘직접 공범자’로 규정했다.
협상 압박용 확전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메네이 사망 이후 출범한 임시 지도체제가 대화 의향을 보였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란이 최대 반격 능력을 과시해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는 계산이라는 해석이다.
걸프 국가들의 미사일 방어 체계가 이스라엘보다 취약하다는 판단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에너지 시설과 관광 인프라를 겨냥해 국제 유가 상승과 경제 불안을 유도하면 미국 내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휘체계에서 혼란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최고지도자와 군 수뇌부가 동시에 사망한 상황에서 전략적 통제가 약화됐을 수 있다는 우려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최근 자국 방어 체계를 ‘분산형 모자이크 방어(Decentralized Mosaic Defense)’라고 표현했다. 이는 각 지역 지휘관이 자율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분산형 전략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이 개념이 체계적인 군사 전략이라기보다 최고지도자 부재 속에서 지휘권이 분산된 현실을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통제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이어질 경우 전투가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다.
중재 역할을 해온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까지 악화되면서 미국과 이란 간 외교적 해법 가능성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쟁의 외연이 걸프 지역으로 확장되면서 중동 전체가 장기적인 불안 국면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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