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킷브레이커’ 이어 5일 매수 사이드카
미국과 이란 물밑 접촉설·유가 안정 등 영향
“전면전 가능성 낮아…중재자 등장 터닝포인트”
코스피가 장 초반 급등하며 5700선을 터치한 가운데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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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로 곤두박질쳤던 국내 증시가 이틀 만에 급반등, 5700선을 회복했다. 이란 사태의 조기 종식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얼어붙었던 투자 심리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는 모양새다. 연일 치솟던 유가와 환율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시장의 거래를 일시 마비시켰던 ‘서킷브레이커’와 ‘매도 사이드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날은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전례 없는 널뛰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55분 기준 코스피는 전일 대비 11.56% 오른 5682.32다. 지수는 전장보다 3.09% 오른 5250.92로 출발, 급상승을 이어갔다. 지난 3일 7.24%, 4일 12.06% 급락한 데 이어, 이날 오전에만 11% 넘게 급등했다. 코스닥도 11.26% 오른 1092.21을 기록, 1000선을 회복했다.
특히 시가총액 1·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장 초반 15% 안팎의 상승을 기록했다. 최근 이틀간 연속으로 10% 전후의 낙폭을 보였지만, 이날 가파른 반등 흐름을 탔다.
전날 미국 뉴욕 증시가 중동 긴장 속에서도 미국과 이란의 물밑 접촉설, 경제지표 호조 등에 힘입어 상승 마감하면서, 한국 증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38.14포인트(0.49%) 오른 4만8739.4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52.87포인트(0.78%) 내린 6869.5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290.79포인트(1.29%) 오른 2만2807.48에 각각 마감했다.
대형 기술주가 상승 흐름을 주도했다. 테슬라와 아마존은 각각 3.44%, 3.95% 올랐고, 엔비디아도 1.66%, 메타도 1.93%씩 상승했다.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이던 국제 유가도 숨 고르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ICE 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1.40달러로 전장 대비 보합에 머물렀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0.1% 오른 배럴당 74.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5분 기준,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보다 14.6원 내린 1461.6원이다. 환율은 12.2원 내린 1464.0원으로 출발한 뒤 낙폭이 커지고 있다. 이날 새벽 2시 야간 거래 종가는 1462.9원이었다. 전날 야간 거래에서 1500원 넘게 치솟았다가 불과 하루 만에 40원가량 하락한 셈이다.
앞서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이 역대급 하락률을 기록하며, 시장은 큰 충격에 빠졌었다. 전날 코스피 하락률은 12.06%로, 역대 최고치였던 ‘9.11 테러’ 발생 다음 날인 2001년 9월 12일(12.02%)보다도 컸다. 코스닥 역시 159.26포인트(14.00%) 급락한 978.44에 장을 마치며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코스닥과 코스피는 세계 주요 주가지수 가운데 나란히 하락률 1· 2위를 차지했다.
양 시장 모두 하락 종목 수도 역대급이었다. 코스피에선 925개 상장사 중 약 97.8%에 해당하는 905개 종목이, 코스닥에서는 1752개 상장사 중 97.5%에 해당하는 1708개가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날 종가는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달 26일과 비교해 각각 21.0%, 22.75%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전날 하락률은 한국증시 70년 역사상 역대 9위 수준이었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률이 가장 컸던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지난 2008년 10월 24일(-13.76%)이었다. 이외 삼성전자가 10%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던 날은 IMF 외환위기, 닷컴 버블 붕괴, 9.11 테러 같은 전 세계적인 위기의 순간들 정도다.
시장이 이번 미국과 이란의 전쟁 및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을 최악의 악재로 본 셈이다. 특히 유동성이 풍부한 두 종목을 외국인들이 대거 던지며 하락폭을 키웠다. 국내 코스피 효자 종목이 폭락장에서 외국인들의 1순위 현금 인출기(ATM) 역할을 한 것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국내 증시가 급격한 반등을 보일 것이란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상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장기 봉쇄·전면전)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지속 가능성’이 낮다”며 “장기 봉쇄는 이란에도 외화 수입 감소와 국제 고립, 추가 타격의 명분 제공이라는 치명적 비용을 부과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경험상 대개 가격은 먼저 되돌려진다”며 “특히 외국인 수급은 불확실성 구간에서 이탈하더라도, 불확실성이 정량화되는 순간, 복귀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미국-이란 전쟁과 관련해 현재 수준 이상으로 전쟁이 격화되는 부정적인 시나리오 레벨까지 단시일 내에 충격을 반영해둔 상황”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완화될 경우 시장은 과거 급락 이후 평균적인 반등 속도에 비해 보다 빠른 흐름을 시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동 이슈와 관련해 터닝 포인트가 될 소재는 중재자의 등장”이라며 “충분한 가격 메리트가 생긴 만큼, 현 지수 레벨에서는 매수 접근의 유효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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