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 명장 1호’ 선재스님 인터뷰
병 다스리며 “음식은 실천” 깨달아
진정한 사찰음식 알리려 요리쇼 출연
“자극적 음식 급히 먹는 습관 버려야”
선재스님이 서울 종로구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열린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찰음식 미디어 초청행사’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김현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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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그분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도 해 봤어요.”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흑백요리사 2’에 선재스님이 등장하자 참가자들도, 시청자들도 놀랐다. 온갖 식재료를 동원해 치열한 요리 경연을 펼치는 프로그램에서 채식을 위주의 사찰음식 대가인 선재스님은 시작부터 불리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우였다. 스님은 제한된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는 요리들을 선보여 호평을 자아냈다.
그의 마음 씀씀이는 더욱 감탄스러웠다. 다른 참가자들이 경쟁에서 이기는 데에만 골몰할 때, 선재스님은 경쟁자가 승리하기를 빌어주기까지 했다. 이는 스님이 단지 요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수행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찰음식 명장 1호’ 선재스님은 최근 헤럴드경제와 만나 그의 음식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간경화로 시한부 판정…음식으로 병 다스려=‘사찰음식’ 하면 일반적으로 고기를 배제한 채식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선재스님은 사찰음식이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식단이 아니라, 요리의 과정 측면에서 일반적인 채식과 다르다고 설명한다.
“무엇을 먹지 않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만들고 먹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생명을 해치지 않으려는 마음, 자연의 리듬을 따르는 마음, 먹는 이를 부처님처럼 공경하는 마음이 들어갈 때 사찰음식은 채식을 넘어 수행이 됩니다.”
음식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재료보다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절집에서는 ‘청정·유연·여법’이라는 삼덕을 말하는데,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재료를 함부로 다루지 않고, 법도에 맞게 조리하는 것입니다. 그 마음이 서야 같은 재료로도 음식의 결이 달라져요.”
선재스님은 과거 간경화로 시한부 판정까지 받았으나 음식을 통해 스스로 병을 다스린 적이 있다. 그 경험은 그의 현재 요리 철학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때 저는 ‘음식이 지식이 아니라 실천’이라는 것을 절실히 배웠습니다. 경전과 이론으로만 알던 것을 제 몸으로 겪으면서 음식이 정말 생명을 살릴 수도 있겠구나 깨달았죠.”
▶“흑백요리사, 경쟁의 장이지만 그곳도 수행처”=수십 년 동안 사찰음식을 연구하고 알려 온 선재스님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으로 자신이 한 말에 음식하는 사람의 마음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를 꼽았다. 그는 “‘예쁘고 맛있게’만 생각하다가 ‘먹는 사람에게 이로운 음식’을 고민하게 됐다고 할 때, 그 한 사람의 변화가 또 다른 사람에게 이어질 수 있겠구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사찰음식이 종교를 넘어 일반 대중과 외국인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는 데 대해선 “많은 사람이 자극적인 맛과 속도에서 피로를 느끼고 있고, 그 대안으로 사찰음식의 ‘비움’과 ‘조화’에 주목하는 것 같다”고 했다.
‘흑백요리사’ 출연이라는 쉽지 않은 결심을 한 것도 사찰음식의 의미를 알리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경쟁의 장이었지만, 저는 그곳도 수행처라고 생각했습니다. 제작진에게도 제가 전하고 싶은 것은 ‘공양과 상생의 의미’라고 말씀드렸고, 그 이야기가 전달되면 일찍 떨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음식이 넘쳐나고 ‘먹방’과 ‘맛집’이 유행하는 시대, 이러한 ‘과잉’의 식문화 속에서 오히려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가치에 대해 선재스님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선재스님은 “몸과 마음은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자연스러운 단맛, 제철의 맛, 규칙적인 식사 리듬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가 꼽는 현대인들이 버려야 할 식습관으로는 첫째 ‘급하게 먹는 습관’, 둘째 ‘몸 상태를 보지 않고 유행만 따라 먹는 습관’, 셋째 ‘자극을 계속 높여가는 습관’ 등을 짚었다. 음식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의 축적이기 때문에, 작은 습관 하나가 결국 몸과 마음의 방향을 바꾼다는 것이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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