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26] 중동發 지정학 쇼크·항공 대란
전시장 밖 이란 국기 들고 나온 시위대 집회
화웨이 부스 '요새화' 비표 없으면 출입 불가
삼성·SKT·LGU+ 수장들의 바르셀로나 회동
그런데 전시장 문을 나서는 순간 분위기가 뒤집혔다. AI가 뛰는 속도를 현실이 따라잡지 못했다. 전시장 밖의 뉴스가 전시장 안의 대화를 흔들었다.
개막 하루 전 미국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지자, 현장 분위기는 눈에 띄게 굳었다. “이번 주 일정 괜찮나요?” “귀국편은 어떻게 돼요?”가 인사말이 됐다. 전시장 맞은편에서는 이란 국기를 든 시위대가 전쟁 반대를 외쳤고, 축제 같던 국제행사 특유의 공기는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MWC가 ‘기술 박람회’인 동시에 ‘글로벌 비즈니스 교류의 장’이라는 사실이, 위기 국면에서는 더 선명해진다.
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26 피아 그란 비아 전시장 맞은편에서 이란 국기들 든 시위대가 전쟁 반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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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개최국 스페인으로도 번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지 비협조를 거론하며 “스페인과의 모든 무역을 중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소식까지 퍼지자, 행사장에는 갑자기 ‘정치의 언어’가 끼어들었다. 한쪽에서는 독일의 군사 협력 행보가 거론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스페인에 대한 압박성 발언이 따라붙었다. 기술로 하나가 되는 자리에서 국경이 먼저 대화를 갈라놓는, 씁쓸한 장면이 연출됐다.
정치의 파장은 일정표에서 먼저 확인됐다. 현장 기자회견을 예정했던 테레사 리베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란 사태 대응을 위한 긴급 회의 참석을 이유로 일정을 취소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글로벌 행사가 돌아가는 듯 보여도, 위기가 오면 ‘VIP의 동선’이 가장 먼저 움직인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이동이었다. 중동 경유 항공 노선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일부 참가자는 참석 자체를 접었다. 두바이, 도하 등을 거치는 일정에 의존하던 기업과 취재진의 계획도 한꺼번에 흔들렸다.
국내 대기업과 논의를 이어가던 동남아 기업 CEO가 항공편 차질로 불참하면서 준비했던 미팅이 통째로 멈춰버린 사례도 있었다. 카타르 항공으로 귀국을 예약한 취재진이 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기술 전시회가 항공권 사정에 좌우되는 역설이, 올해는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26 피아 그란 비아 전시장 1관 화웨이 부스가 대규모로 꾸려져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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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전시장 안이 느슨했느냐 하면 정반대다. 화웨이는 올해도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 1관을 통째로 채우다시피 한 ‘물량’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런데 올해 더 눈에 들어온 건 규모가 아니라 경비였다. 현장에서는 지난해 기술 유출 논란을 의식한 듯 자체 비표를 받은 인원만 내부 구역 출입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부스를 ‘요새화’했다. 출입증 확인과 신분 확인이 반복되면서, 부스는 쇼룸이라기보다 보안구역에 가까워 보였다. 한 대기업 임원은 “15년 전만 해도 화웨이 부스는 국내 대기업 부스의 10분의 1도 안 됐는데 격세지감”이라고 했다. ‘부스 면적’이 기술 패권의 속도를 말해주는 순간이었다.
한국 통신사 수장들의 동선도 이모저모 기사에 빠질 수 없다. 삼성전자 부스에는 정재헌 SK텔레콤 대표와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가 각각 방문해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과 함께 투어를 했다. 갤럭시 S26 울트라를 체험한 정 대표는 “필름회사 망하겠다”고 툭 던졌고, 갤럭시 버즈4를 체험한 홍 대표는 “딸내미 사주고 싶다”고 했다. 숫자와 키워드가 넘치는 전시장에서, 가장 강하게 남는 건 종종 이런 ‘한마디’다. 생태계 경쟁이 기술에서 제품 경험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신호처럼 들렸다.
올해 MWC26은 전시장 안에서는 AI가 전력 질주했고, 전시장 밖에서는 전쟁과 무역, 항공 노선과 일정 취소가 브레이크를 걸었다. 기술이 미래를 끌어당길수록, 현실은 그 무대를 흔들 수 있다. 바르셀로나는 그 사실을 올해 유난히 또렷하게 보여줬다.
홍범식(왼쪽) LG유플러스 CEO가 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26 삼성전자 부스에 방문해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과 함께 갤럭시 버즈4 프로를 끼고 체험을 하고 있다.(사진=LG유플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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