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률 목표 1991년 이후 최저, 재정적자 목표 사상 최대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가 5일 오전 9시(현지시각) 개막했다. 개막식에서는 리창 국무원 총리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와 주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중국은 올해 GDP 성장률 목표를 4.5~5%로 제시했다. 이는 1991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중국은 1991년 4.5% 성장 목표를 설정, 실제로는 9.3%의 경제 성장을 이룬 바 있다. 코로나19 이후인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5%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제시했고 각각 5.2%, 5%, 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부동산 위기와 내수 침체, 청년 실업에 더해 미국의 관세 압박과 이란 공습까지 국내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목표를 하향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재정적자 목표는 사상 최고 수준인 ‘GDP 대비 4%’ 수준으로 제시됐다. 또 지난해와 같은 규모인 1조3000억위안(약 275조원) 규모의 초장기 특별국채를 발행하며, 지방정부 역시 지난해처럼 4조4000억위안(약 932조원) 규모의 특수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특수채 수익금은 인프라 사업, 보조금 지급, 부채 상환 등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는 내수시장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 재정 지출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정부 차입을 통해 경기 침체를 막겠다는 의지를 시사한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내수 살려라” 유동성 확대하고 소비 환경 개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목표는 지난해와 같은 2%로 제시됐다. 중국은 내수 침체가 이어져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해 달성한 ‘GDP 5% 성장’ 역시 내수가 아닌 수출에 의존했다.
이에 중국은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2500억위안(약 53조원) 규모의 초장기 특별국채를 발행한다. 또 1000억위안(약 21조원) 규모의 특별기금을 마련해 대출 이자 보조금, 금융 보증 등을 지원한다. 개인 소비자 대출 지원 범위와 서비스업 종사자 대출 이자 보조금을 확대하고, 이자 보조금 상한액을 인상하며, 시행 기간을 연장한다.
지급준비율(RRR) 인하와 사실상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 인하도 언급됐다. 리 총리는 “다양한 정책 수단을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할 것”이라며 “위안화 환율도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 환경도 개선한다. 소비 분야의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하고 문화·관광·스포츠, 건강·웰빙 분야의 소비 잠재력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지방 정부를 지원해 초·중·고등학교의 봄·가을 방학을 장려하고, 근로자를 위한 유급 순환 휴가 제도를 시행한다. 소비자 권리 보호를 강화하고 외국인 소비 환경도 개선한다.
◇ “AI, 바이오, 로봇, 반도체 자주적 성과”… 과학기술 자립 강조
이날 전인대 개막식에선 향후 5년 경제·사회 발전 방향을 담은 15차 5개년 계획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중국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첨단 제조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한 ‘신품질 생산력’(新質生産力)을 강조하며 기술 자립, 혁신 가속화 등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15차 5개년 계획은 오는 12일 전인대 폐막식에서 확정된다.
미래 산업 중엔 집적회로, 항공우주, 바이오·의약, 저고도 경제 등 산업 구축을 장려하고 미래 에너지, 양자 기술, AI,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6세대(6G) 통신 기술 개발을 촉진한다. 정부가 직접 신생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를 주도하는 등 정부가 나서서 미래 산업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을 육성한다.
리 총리는 과학기술 자립·자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중국의 과학기술 혁신 성과와 관련해 “AI, 바이오·의약, 로봇, 양자기술 등 연구개발과 응용은 세계 선두를 이뤘다. 또 반도체의 자주적인 연구개발에서 새로운 돌파를 이뤘고, AI 대형모델이 전 세계 오픈소스 생태계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이라는 역사를 기회로 자주적인 혁신 능력을 전면 강화해, 고품질 발전에 과학기술적 지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 국방 예산 7% 증액… 習 군 장악력 확대
올해 국방 예산은 1조9100억위안(약 405조원)으로 지난해보다 7% 증액된다. 사상 첫 400조원대 국방 예산이다. 다만, 이는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중국 국방비는 ’2027년 건군 100주년 분투 목표’를 세운 202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왔다. 국방 예산 증가율은 2020년 6.6%에서 2021년 6.8%, 2022년 7.1%, 2023~2024년 7.2%로 올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국방 예산은 미국에 비해 매우 적은 수준이다.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7년 미국 국방 예산을 50% 이상 증액해 1조5000억달러(약 2190조원)로 늘릴 것을 주문했다. 현재 의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측은 중국이 실제로 지출하는 국방 예산은 공식 발표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5일 오전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장성민 부주석이 전인대 개막식에 참석한 모습. 중앙군사위는 당초 시 주석 제외 3명의 부주석과 3명의 위원으로 구성됐으나 현재 장 부주석만 남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시 주석과 함께 중국 군을 지휘하는 중앙군사위원회 구성원 6명 중 5명이 낙마한 가운데 ‘주석 책임제도’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리 총리는 “새해에는 시 주석의 군사력 강화 사상을 철저히 이행하고 신시대 군사 전략 지침을 실행해야 한다”며 “인민해방군에 대한 당의 절대적 영도권을 수호하고 중앙군사위 주석 책임제도를 철저하고 완벽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 문제와 국제 정세와 관련해선 원론적인 발언만 나왔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리 총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1992년 합의를 견지하며, ‘대만 독립’ 분리주의 세력을 단호히 진압하고 외부 간섭에 반대한다. 양안 관계의 평화적 발전을 도모하고, 위대한 민족 통일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정세와 관련해선 “평화를 추구하는 독자적인 외교 정책을 고수하고, 평화로운 발전의 길을 걸으며, 국제적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패권주의와 힘의 정치를 단호히 배격하며, 국제적 공정성과 정의를 수호한다”고 했다.
베이징=이은영 특파원(eunyoung@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