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보호시설에 있는 침팬지 토티가 석영 결정체를 살펴보는 모습./Frontiers in Psycholog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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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에 매료되기는 인간만이 아니었다. 침팬지도 불규칙한 돌보다 대부분 보석처럼 매끈한 면이 있는 결정체에 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대상이 적어 아직 보편화하기는 어렵지만 보석 사랑이 영장류 공통의 본능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스페인 도노스티안 국제물리연구소의 후안 마누엘 가르시아-루이스(Juan Manuel García-Ruiz) 교수 연구진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침팬지가 실험에서 일반 돌보다 결정체에 더 끌리는 경향을 보였다”고 5일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 인 사이콜로지’에 발표했다.
◇바나나 받아야 결정 돌려줘
인간의 보석 사랑은 역사가 깊다. 앞서 78만 년 전 유적지에서 고인류의 유골과 함께 결정체들이 같이 발굴됐다. 무기나 도구, 심지어 장신구처럼 유용한 물건으로 가공한 흔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왜 결정체를 수집했을까. 스페인 과학자들은 동물 실험에서 보석에 대한 본능이 인류가 진화하기 전부터 있었다는 증거를 찾았다.
결정학자인 가르시아-루이스 교수 연구진은 스페인의 침팬지 보호시설에서 두 가지 실험을 했다. 먼저 받침대 두 개에 각각 비슷한 크기의 사암과 석영 결정체를 올려놓았다. 연구진은 이 실험을 모노리스(Monolith)라고 명명했다.
실험 이름은 보석에 대한 선호도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아보겠다는 의미로 붙였다. 1968년 개봉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모노리스는 외계 종족이 인간의 진화를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사용한 직육면체 돌기둥 모양의 기계로 나온다. 영화에서 초기 인류는 모노리스에 호기심을 보였다.
침팬지들도 이번 실험에서 돌보다 모노리스처럼 각지고 평평한 면을 가진 결정체에 더 관심을 보였다. 자기 집으로 가져가 숨겼다. 침팬지들은 결정의 투명도를 살피는지 눈높이까지 들고 들여다보기도 했다. 침팬지는 결정을 재화로 사용했다. 사육사들은 침팬지가 좋아하는 바나나와 요거트를 주고서야 결정체를 회수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둥근 자갈 20개 안에 과거 유적지에서 나왔던 것과 비슷한 크기의 석영 결정을 숨겼다. 침팬지들은 몇 초 안에 석영을 골라냈다. 석영 결정은 육각기둥 모양이다. 금속성 광택을 띠는 정육면체인 황철석 결정이나 마름모꼴이고 유백색을 띠는 방해석 결정도 마찬가지로 찾아냈다.
스페인 보호시설에 있는 침팬지 샌디는 자갈 더미에서 세 개의 결정체를 골라냈다. 오른쪽 확대 사진에서 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황철석, 석영, 방해석이다./Frontiers in Psycholog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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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만년 전부터 결정에 끌려
인간은 침팬지와 공동 조상에서 600만~700만년 전 갈라져 진화했다. 침팬지가 결정에 끌린다면 유전자나 행동이 흡사한 인간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가르시아-루이스 교수는 “인간은 적어도 600만년 전부터 마음 속에 결정을 품어왔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결정에 대한 호기심은 독특한 모습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자연에 있는 사물은 대부분 둥글거나 오목한 형태를 가지지만, 결정은 유일하게 직선과 평평한 표면을 가진 고체이다. 가르시아-루이스 교수는 “초기 인류가 주변 환경을 이해하려 할 때 이번 실험의 침팬지처럼 익숙하지 않은 형태에 끌렸을 것”이라며 “결정은 인간이 기하학을 발명하고 추상적 사고를 깨우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흥미로운 결과라면서도 일반화의 오류를 경계했다. 스코틀랜드 역사환경기구의 마이클 해슬람(Michael Haslam) 연구원은 “이번 실험에 참여한 침팬지들은 반짝이고 반투명한 물체에 매력을 느끼는 특성을 인간과 공유하는 것 같다”면서도 “침팬지들이 야생 상태가 아니라 보호 시설에 있고 실험 표본도 적다는 점에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스페인 연구진도 실험의 한계를 인정했다. 가르시아-루이스 교수는 “앞으로 야생 침팬지를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해 볼 계획”이라며 “사람 속에서 자란 동료와 달리 야생 침팬지는 다면체나 유클리드 기하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실험이 훨씬 흥미로운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Frontiers in Psychology(2026), DOI: https://doi.org/10.3389/fpsyg.2026.1633599
이영완 기자(yw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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