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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의힘 의원이나 보좌진을 만나면 ‘장동혁 대표가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기자와 만난 한 지도부 관계자는 “장 대표 측근이 어차피 지방선거는 가망이 없으니 진지 구축에 신경써야 할 때라고 이야기한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지방선거보다는 당권을 공고히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비단 들려오는 말뿐이 아니다. 지방선거를 90일 앞뒀지만 국민의힘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강원도지사, 인천광역시장, 경남도지사를 단수 공천하면서 차근차근 선거를 준비하는 것과 천차만별이다.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에서는 시당위원장 자리마저 공석이다. 서울에서 시의원 선거를 준비하는 한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은 “각개전투만 남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는 동안 장동혁 대표는 지난 3일에 이어 5일에도 청와대 앞을 찾았다. 앞으로도 장외 투쟁을 이어간다고 한다. 이날은 이재명 정부와 여당의 ‘사법 3법’을 비판하며 장외투쟁에 나섰다. ‘사법 3법’의 문제점과 별개로 투쟁 방법과 전략이 제대로 통하는 건지 의문이다.
지난 3일 도보 행진은 집회 신고를 하지 않은 탓에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하는 동안 구호를 외치지 못하고 침묵 행진이 이어졌다. 구호도 메시지도 없는 시위에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도부 주위를 둘러싼 건 ‘윤 어게인’을 외치는 보수 유튜버들뿐이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나가서 빈 집이나 다름 없는데 청와대를 왜 찾아간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5일 열린 청와대 앞 의원총회도 마찬가지였다. 당 지도부가 검은 마스크를 쓴 채 도보행진을 했지만, 사법 3법은 국무회의를 그대로 통과했다. 1시간 가량 청와대 인근을 행진하는 동안 투쟁의 동력보다는 무력감만 가득한 자리였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한 의원은 “산책 투쟁도 아니고 이런다고 국민들이 우리 메시지에 공감할 지 의문”이라고 했다.
최근 국민의힘이 내놓는 혁신 방안이나 인재 영입도 마찬가지다. 7명이나 되는 영입 인재를 발표했지만, 당에서조차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영입한 인재들이 지방선거에서 무슨 역할을 할 지도 불분명하다.
장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과 부산만큼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주위에 이야기했다고 한다.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서울, 부산 선거 결과에 맡긴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장 대표 자신의 정치 인생을 위해서라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지방선거가 당보다는 인물을 본다고 해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지방선거 승리를 이야기하는 건 ‘위록지마’ 같은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광역단체장 선거를 준비하는 한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은 승리 전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장동혁 대표가 지지 유세를 안 오면 된다”고 했다. 장 대표를 쫓아다니는 윤 어게인 세력이 지역에 오는 순간 선거 승리는 멀어진다는 것이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을 장 대표만 모르는 걸까.
김수정 기자(rev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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