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토론토대 연구팀, 신생아 2764명 대상 논문 29편 분석 결과 발표
24% 자당액 투여 시 뇌 보상 회로 자극해 울음 시간 및 스트레스 반응 감소
“주사는 무서워요”… 소아과에서 예방접종을 받고 있는 아이의 모습.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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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 처음 마주하는 커다란 공포 중 하나는 예방접종이나 채혈 시 느끼는 날카로운 통증이다. 자지러지게 우는 아기를 보며 부모의 마음도 함께 타들어가기 마련인데, 최근 영유아의 통증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보조적 요법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재확인되어 눈길을 끈다. 바로 정교하게 조절된 ‘자당액(설탕물)’ 투여다.
7일 학계에 따르면 최근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세계적인 의학 권고 기관인 ‘코크란 체계적 검토 데이터베이스(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를 통해 신생아의 통증 완화와 자당 투여 효과를 다룬 논문 29편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분석에는 만삭아와 미숙아를 포함한 신생아 2764명의 데이터가 포함되어 신뢰도를 높였다.
◆ 뇌의 보상 회로 자극해 ‘심리적 방패’ 형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처치 전 자당액을 투여받은 아기들은 그렇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울음 지속 시간이 짧았고, 얼굴 표정의 변화나 심박수 상승 폭 등 객관적인 통증 지표에서 유의미하게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런 효과는 발뒤꿈치 채혈이나 짧은 주사 처치처럼 순간적인 통증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극대화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자당이 통증 신호 자체를 차단하는 일반적인 진통제와는 결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자당의 단맛은 아기의 뇌 속에 있는 ‘보상 및 진정 회로’를 즉각적으로 자극한다. 이 과정에서 아기는 본능적으로 ‘안전하다’는 감각을 느끼게 되며, 외부 자극에 대한 스트레스 반응 수치가 낮아진다. 결과적으로 뇌가 통증을 받아들이는 민감도를 떨어뜨려 불편함을 덜 느끼게 만드는 원리다.
◆의료진의 정교한 처방… ‘1~2분의 기다림’이 핵심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이를 위해 표준화된 24% 농도의 자당액을 사용한다. 의료진은 바늘이 없는 일회용 주사기나 스푼을 이용해 아기의 혀 위나 볼 안쪽에 소량을 떨어뜨린다. 때로는 공갈젖꼭지에 자당액을 묻혀 빨게 하기도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단맛이 뇌의 진정 회로를 충분히 깨우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진은 자당액 투여 후 약 1~2분 정도의 대기 시간을 가진 뒤 본격적인 처치를 시행한다. 이 짧은 기다림이 아기에게는 거대한 통증을 작은 불편함으로 바꿔주는 골든타임이 된다.
영유아의 주사 및 채혈 통증을 줄여주는 ‘자당액(설탕물)’ 요법의 원리와 주의사항. 제미나이를 이용해 생성한 인포그래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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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내 임의 사용은 금물… “전문의 판단 따라야”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설탕물의 남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자당액은 엄격한 위생 관리와 정확한 농도 조절을 거친 ‘의료용’에 가깝기 때문이다. 집에서 임의로 설탕물을 만들어 먹일 경우 정확한 농도를 맞추기 어렵고, 위생 문제나 영아 보툴리누스증 등의 위험이 따를 수 있어 권장되지 않는다.
연구팀은 “자당 투여는 모든 통증을 해결하는 만능열쇠가 아니라, 의료진의 판단하에 특정 처치 시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보조 수단”이라며 “아기의 상태와 처치 종류에 맞춘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짧은 순간의 달콤한 위로가 신생아의 초기 통증 기억을 완화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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