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권(與圈)은 숨 가쁘게 바쁜 모습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6일, 27일과 28일에 이른바 ‘사법 3법’으로 불리는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 ‘재판소원(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잇따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들 3법은 모두 우리 사법(司法) 체계에 심각한 변화를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 야권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거듭 나왔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확정 판결에 대해 헌재에 헌법소원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3심제 재판을 사실상 4심제로 만드는 결과가 될 수 있다. 형사 피고인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도 헌재에 헌법소원을 내고 최종 판결까지 시간을 끄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사 사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만큼 피해자 구제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또 대법원 재판 결과가 헌재에서 반대로 뒤집히는 경우가 나온다면 국민이 사법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법 왜곡죄는 검사나 판사가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주거나 피해를 주려고 수사·재판 중인 사건에서 법령을 왜곡하면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처벌 조항은 어떤 행위가 범죄가 되는지를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는 게 죄형법정주의 원칙이다. 신설된 법 왜곡죄 조항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수사와 재판에 불만을 품은 피의자·피고인이 근거 없이 법 왜곡죄로 검사와 판사를 고소하면서 형사 사법 절차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법관 증원은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재판 지연을 해결하려면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요구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대법관 12명을 늘리려면 지방법원 부장급 이상인 판사 100명을 재판연구관으로 투입해야 한다. 그만큼 하급심 재판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법관 증원으로 직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증원되는 대법관 12명, 기존 대법관 중 임기 만료되는 10명 등 총 22명이 이번 정부 임기 중에 새로 임명될 수 있다. 대법관 다수를 특정 성향으로 채워 판결 방향을 한쪽으로 몰아가는 ‘코트 패킹(court packing)’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이 이들 3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과정에 심사숙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사위 논의 시간은 평균 5시간 36분에 그쳤다고 한다. 사법 체계를 크게 바꾸는 내용이지만 대법원의 의견도 제대로 듣지 않았다. 국민의 권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데도 공청회도 열지 않았다.
사법 3법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민주당이 강행한 것이다. 3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옳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러나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해외 순방 중에 이미 밝혔다. 실제로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사법 3법을 심의·의결했다. “굳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서둘러 통과시킬 필요가 있었느냐” “다음에 정식 국무회의를 열어 처리하면 조금이라도 고민한 모습으로 비칠 텐데…” 등의 뒷말이 나왔다.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품에 대해서는 ‘자진 리콜(recall)’을 해야 한다. 사법 3법은 입법 과정에서 자진 리콜할 수 있는 단계를 이미 지나쳤다.
재판소원과 법 왜곡죄는 다음 주 공포되면 즉시 시행된다. 대법관 증원은 2028년부터 적용된다. 사법 3법 시행 이후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도 여권(與圈)이 입법 과정처럼 숨 가쁘게 움직이는지를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금원섭 정치경제부장(car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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