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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7 (토)

    [오늘의 와인] 클레오파트라의 잔에 담긴 장미 향…뜨레 세콜리 브라케토 다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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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단순한 미인 그 이상이었다고 한다. 그녀의 외모 자체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압도적인 것은 아니었으나, 대화를 나누는 순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는 기록과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그녀는 지성뿐 아니라 감각을 다스리는 법도 알았다. 로마의 권력자들을 맞이할 때마다 수만 송이의 장미꽃을 바닥에 깔고, 배 전체를 향기로운 연기로 채워 상대의 시각과 후각을 사로잡는 고도의 심리전을 펼쳤다고 한다.

    이런 여왕의 마음을 얻기 위해 기원전 48년, 로마의 영웅 줄리어스 시저(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선택한 전략은 ‘향기로운 와인’이었다. 카이사르는 이탈리아에서 생산된 와인을 가죽 부대에 담아 머나먼 이집트까지 보냈다. 로마에서 알렉산드리아 궁전까지 와인을 보내려면 육로로만 3000km 이상을 이동한 뒤에야 배에 실을 수 있는 험난한 여정이었다. 역사가들은 당시 카이사르가 보낸 와인이 현재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에서 자라는 ‘브라케토(Brachetto)’ 품종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브라케토 품종은 포도알이 단단하고 색이 진하며 당도가 높아 달콤한 레드 와인을 만들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압도적인 아로마에 있다. 브라케토 포도밭을 거닐다 보면 짙은 장미 꽃잎 향과 신선한 딸기, 라즈베리의 풍미가 터져 나온다.

    이는 향을 내뿜는 유기화합물 중 하나인 ‘제라니올(Geraniol)’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포도알이 햇빛을 충분히 받을수록 껍질에서 이 성분의 합성이 활발해져 더욱 강렬한 향을 내뿜는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이 향기는 사람의 기분을 고조시키고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왔다.

    당시 로마 귀족들은 브라케토 와인 중에서도 특히 아퀴(Acqui) 지역에서 생산된 것에 ‘비눔 아쿠엔세(Vinum Acquense)’라는 이름을 붙여 높게 평가했다. 여왕의 지적이고 감각적인 취향을 간파했던 카이사르라면, 화려한 장미 향을 내뿜는 이 와인을 골랐을 것이라는 게 역사가들의 중론이다.

    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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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그 전설의 계보를 잇는 대표적인 와인이 바로 ‘뜨레 세콜리 브라케토 다퀴’다. 와이너리 명칭인 ‘뜨레 세콜리(Tre Secoli)’는 이탈리아어로 ‘3개의 세기’를 뜻하며, 19세기부터 이어져 온 지역 농가 협동조합의 역사를 상징한다.

    그 뿌리는 1887년 몽바루초(Mombaruzzo)에 설립된 협동조합 와이너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947년 리칼도네(Ricaldone) 지역 협동조합이 세워졌고, 2008년 두 조직이 통합되면서 현재의 ‘뜨레 세콜리’라는 이름으로 재편됐다. 현재 300곳 이상의 농가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관리하는 포도밭 면적만 약 1000헥타르에 달하는 피에몬테의 거대 생산자 조직이다.

    각 농가가 정성껏 재배한 포도를 와이너리가 수집해 양조와 병입을 담당한다. 이들이 생산하는 브라케토 다퀴는 이탈리아 와인 최고 등급인 DOCG를 획득하며 그 품질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뜨레 세콜리 브라케토 다퀴는 양조 과정에서 아로마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포도를 파쇄한 뒤 2일간 짧게 침용한다. 브라케토는 달콤하고 향이 풍부한데, 오랜 기간 침용하면 쓴맛까지 추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발효 역시 온도 조절 탱크에서 저온으로 발효한다. 온도가 높으면 향이 쉽게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잔에 따르면 중간 정도의 진한 루비 레드 색상에 은은한 가넷 빛이 감돈다. 코끝에 가져가면 오래된 야생 장미의 향과 강렬한 머스크 향이 밀려온다. 입안에서는 신선한 장미와 붉은 과일의 풍미가 달콤하게 조화를 이룬다.

    이 와인은 크림 디저트나 다크 초콜릿과 훌륭한 궁합을 보여준다. ’2025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구대륙 레드 와인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국내 수입사는 젠니혼주류다.

    변지희 기자(z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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