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베스트셀러 ‘브레이크넥’의 저자 댄 왕(Dan Wa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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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연구원이자 중국계 캐나다인인 댄 왕이 쓴 ‘브레이크넥’은 출간 전부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댄 왕은 중국을 엔지니어의 나라로, 미국을 변호사의 나라로 정의했다. 공학자가 장악한 중국과 변호사가 장악한 미국, 댄 왕이 책에서 그려 내는 세계 초강대국의 극과 극의 풍경은 무섭도록 생생하다.
한때 가장 역동적인 나라였던 미국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가 절차와 소송으로 막혀 무언가를 만들고 세우는 건설적 행위가 멈춰선 상태다. 현재 미국은 부자들조차 주정부에서 전기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비싼 저택을 개인 발전기를 돌려 유지하고 있다. 낡은 지하철, 유보된 발전소, 멈춰 선 공장에 미국인들의 무력감은 최고조에 달했고, 분노는 악용되어 트럼프 정부를 탄생시켰다.
반면 공학도의 나라 중국은 만드는 데 집착한다. 선전의 아이폰 부품부터 시골 구이저우성의 비현실적으로 거대한 교각까지, 정부 주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사회 기반 시설과 산업단지, 첨단 기술을 육성하고 수십 년 만에 미국을 따라잡았다. 그러나 기술과 통제로 국가를 운영하는 베이징 정부는 사회 문제도 공학 모델로 접근해 ‘한 자녀 정책’ 당시 3억건 이상의 낙태가 이뤄졌다.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상 경제와 핀테크 기업을 향한 압박도 심각하다.
초강대국은 어떻게 다른 길을 가게 됐을까?
미국은 대통령 10명 중 5명이 로스쿨 출신이고 출세하려면 법대를 나와야 한다. 중국은 지도부의 90% 이상이 공학도로 구성된 엔지니어 국가다. 현재 미국의 혁신은 실리콘밸리 가상 경제에서, 중국의 혁신은 공장의 실무 공동체에서 이뤄진다. 미국 정부는 자국민의 정체성을 소비자로, 중국 정부는 자국민의 정체성을 생산자로 본다.
중국과 실리콘밸리에 정통한 기술 전문가로 평가받는 ‘브레이크넥’의 저자 댄 왕을 인터뷰했다. 댄 왕은 근본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진짜 경쟁은 더 큰 공장, 더 높은 기업 가치가 아니라 ‘누가 가장 국민을 생각하는가’라고 했다. 미국이 위대해지는 길은 오직 ‘더 많은 엔지니어, 더 적은 변호사’만이 답이라 첨언이 의미심장하다.
미국인들이 체감하는 잃어버린 건설·제조 능력에 대한 무력감을 직관적으로 포착해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책 ‘브레이크넥’. 중국과 미국의 주요 도시를 오가며 펼치는 압도적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
-중국을 엔지니어의 나라로 미국을 변호사의 나라로 보는 앵글이 정말 신선했다. 현재 두 나라의 역동을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뷰’다. 어떤 계기로 이런 키워드가 떠올랐나?
대부분 법률가 출신으로 이루어진 미국의 사회 지도층은 주로 무언가를 가로막고 방어하는 데 능하지만, 대부분 공학자나 기술자 출신으로 이루어진 중국 고위 지도부는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데 능하다. 결과적으로 과거의 미국은 위대했지만, 지금의 미국은 ‘결과’보다 ‘절차’에 집착한다. 공무원들은 성과를 내는 것보다 규정을 준수했음을 증명하는 데 급급하다.
반면 중국은 덩샤오핑 이후 후진타오(수력발전 기술자), 시진핑(화학공학 전공)에 이르기까지, 지도부의 상당수가 혹독한 공학 훈련을 거친 엔지니어 출신이다.
엔지니어의 본능은 ‘건설’이다. 중국에서 그토록 많은 주택과 댐과 다리가 솟아오르는 이유다. 하지만 그들은 사회마저도 하나의 수학 문제처럼 다루는 경향이 있다. 인구가 많으면 ‘한 자녀 정책’이라는 숫자로 출산을 억제하고, 바이러스가 퍼지면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식이다.”
▲도시 인프라 건설에 열을 올렸던 미국은 1960년대 이후 건설에 대한 열망이 사그러들었다. 발전 과정에서 생긴 사회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한 소송이 끊이지 않았고, 모든 사업에 태클을 거는 법률가들의 시대가 도래했다. 법률가는 기업의 인수합병을 주도하며 부유한 귀족의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사회 지도층에 진입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코스는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가 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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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와 법돌이로 양극화된 세계라니… 요즘 나는 당신처럼 중국계 미국인 지식인들의 메타 인지, 세계를 읽는 창의적 시각에 놀라곤 한다.
“고백하자면 나의 통찰력은 철저히 ‘이방인’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중국의 변방인 윈난성 산악지대에서 태어났다. 중국 대도시에서는 늘 아웃사이더였다. 캐나다에서 소년기를 미국에서 청년기를 보냈기에 미국에서도 여전히 이방인이다. 이 어정쩡한 위치가 오히려 특권이 되었다. 각 나라의 엘리트들이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Blind Spots)를 보는 ‘제3의 눈’을 갖게 되었으니까.”
-당신이 제3의 눈으로 관찰한 중국과 미국의 도시 풍경의 대조적 묘사를 감탄하며 읽었다. 서두를 장식한 구이저우성은 어떤 곳이었나?
특별히 연결할 목적지 없이 교량부터 건설된 경우도 일부 있지만, 몇 년이 지나면 결국 이 교량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구이저우성 주민들은 새로운 교량과 철도가 생겨서 기쁘다고들 했다. 중국 전역에서 쉴 새 없이 비슷한 공공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지어진 다리. 구이저우성의 교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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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진은 어떤 곳이었나?
“톈진은 ‘중국의 맨해튼’을 목표로 건설된 도시다. 그러나 2020년 내가 찾아간 어느 날, 상가에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중국의 맨해튼은 텅 비어 있었다. 그럼에도 중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97층의 고층 건물과 멋진 도서관은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 아름다운 서가에 꽂혀 있는 건 표지만 씌운 가짜 책이었다. 주변에는 인증 사진을 찍는 사람들만 가득했다.
내 눈에 톈진 도서관은 중국 경제 전체를 상징하는 일종의 은유로 보였다. 훌륭한 겉모습과는 달리 내부는 텅 비어 있다. 결국 남은 건 감당할 수 없는 부채뿐이다. 신용 평가 회사 무디스에 따르면 톈진시와 구이저우성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거의 이탈리아 수준에 육박한다.”
-다시 돌아간 실리콘밸리에서는 어떤 징후를 느꼈나?
“작년 초 예일대를 떠나 스탠퍼드로 옮겼다. 내가 10년 전 그곳에 살았을 때보다 베이 에어리어는 훨씬 더 기묘해져 있었다. 2015년 당시 사람들은 소비자용 앱, 암호화폐,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었다. 지금보다 훨씬 차분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모든 것은 AI가 지배하고 있고, 기술 업계는 미국에서 훨씬 더 거대한 정치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괴짜들은 ‘상자 속의 신(God in a Box)’을 만들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기술 거물들은 세상에 대한 균형 잡힌 모델을 개발하기보다 몇 가지 아이디어(가령 일론 머스크의 전기차와 우주 발사)에만 병적으로 집착한다. 샌프란시스코는 미래를 발명한다는 명분 아래 세상의 다른 일들에는 무관심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현재 세상을 형성하는 가장 강력한 두 축은 공산당과 실리콘밸리인데 두 집단은 닮은 점이 많다. 그들이 성공하는 이유 중 한 가지는 무자비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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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사람들이 AI에 관해 뭐라고들 하기에?
“AI 비판론자들은 전력 요금 상승과 쓰레기 정보의 확산을 우려하지만, AI 설계자들은 주로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파괴해 실업률을 20%까지 끌어올릴 잠재력에 집중한다. 올해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많이 읽힌 에세이는 ‘AI 2027’이었다. 2027년에 초지능이 깨어나고, 10년 뒤 생물학 무기로 인류를 멸망시킨다는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 초지능이 모든 것을 바꿔 놓을 것이므로, 향후 5년이나 10년 뒤의 문제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파티에서도 AI는 모든 주제를 빨아들인다. 현재 실리콘밸리가 두려워하고 존경하는 기업은 오직 중국 기업뿐이다. 그들은 베이징이 오직 ‘AI 칩’을 생산하기 위해 대만을 차지하려 한다고 믿는다. 베이징이 대만을 원한 것은 AI 훨씬 전부터였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
-미국 엘리트들은 중국의 성취를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반반이다. 워싱턴 D.C.의 동부 엘리트들은 주로 ‘중국이 결국 무너지지 않겠는가?’를 묻는 반면, 서부의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중국이 성공하면 어떻게 되는가?’를 묻는다. 나는 후자의 질문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중국의 혁신을 ‘복제와 확장’ 수준으로만 치부하지만, 중국의 공장 노동자들은 매일 생산 현장에서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초의 태양 전지는 미국의 벨 연구소에서 발명되었지만, 결국 그 산업 전체를 집어삼킨 것은 중국이었다. 미국은 발명만 하고 ‘상업적 대량생산’을 포기하는 우를 계속 범하고 있다.”
-책을 쓰기 위해 당신은 시진핑의 거의 모든 연설문을 읽으며 엄청나게 약진하는 중국 독재자의 생각의 변화를 읽었다고 했다. 당신이 보기에 그의 야심은 무엇인가?
“시진핑의 야심은 경제 침체나 청년 실업에 개의치 않고, 세계와 단절된 채 생존할 수 있는 ‘요새화된 중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중국의 목표는 미국을 흉내 내는 글로벌 제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에 필수적인 거의 모든 제품을 독점 생산해서 적을 무력화하고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다.
강대국 패권 전쟁에서 보면 현재 유럽은 매우 암울하다. 유럽은 중국의 제조업과 미국의 서비스업 모두에 패배하며 양면전에서 밀리고 있다. 나는 여전히 역동성 측면에서 미국을 매우 낙관적으로 본다. 미국과 중국 양국은 적어도 ‘성장’에 대한 굶주림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대 중국 황제들은 만리장성이나 대운하 건설을 위해 백성을 강제로 동원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지금 중국 통치자들은 과거 황제들보다 야심이 더 크다. 중국의 요새화를 목표로하는 시진핑 주석. 현재 중국의 태양광 및 풍력발전 설비는 전 세계 다른 국가들을 모두 합친 규모 이상이며, 중국 공장은 전세계 제품 생산의 절반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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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나라였던 중국이 ‘기술과 통제’ 중심의 공학도의 나라가 된 것, 이민자의 나라로 독립한 미국이 결국 법률가의 나라가 된 것은 필연적인 귀결 아닌가?
“필연이란 없다. 특히 미국에 관해서는! 미국은 원래 ‘엔지니어링 국가’였다. 철도, 댐, 고속도로, 맨해튼 프로젝트, 그리고 달 착륙까지. 미국은 거대한 건설자였다. 차이가 있다면 ‘변호사의 종류’다. 이전 세대의 변호사들은 나라를 키우는 데 관심이 있었고 협상을 통해 일을 성사시키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등장한 새로운 변호사들은 규제와 소송으로 정부의 손발을 묶는 데 집중했다.
60년대 이후 주택이나 도로 같은 기본적인 것조차 제대로 건설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나는 미국이 다시 예전처럼 시민을 위해 집을 짓고, 달 착륙과 같은 기술적 경이로움이 세계인을 놀라게 하던 과거의 야성을 되찾기를 고대하고 있다.”
-지금 같은 법률가의 나라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인구 집단은 누구인가?
“미국은 부유층에게는 매우 잘 작동하는 나라다. 부자가 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기업가들은 안심하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정치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돈을 쓸 다양한 기회도 얻고 있다. 반면 공공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쪽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변호사 중심 사회가 각종 절차와 규제로 건설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대형 화재 이후에도 정부가 주택 건설을 충분히 허용하지 않고 있다. 대중교통을 진지하게 확충하려는 도시도 많지 않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저소득층에게 돌아간다.”
-그런 맥락에서 중국과 미국의 도시 인프라가 만들어지는 속도를 수평 비교한 대목이 매우 충격적이었다. 베이징과 상하이를 잇는 고속철도와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를 잇는 고속철도는 2007년경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지만, 중국이 이미 2011년에 개통하고 제2 고속철도까지 완공 직전에 있는데, 미국은 아직 제1공구조차 개통을 못 하고 있고 앞날은 더 깜깜하다지. 이런 끔찍한 대중교통 사례들을 보면 미국인들이 참을성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냉정히 말하면 미국인들은 좌절감을 느끼면서도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느낀다. 다만 미국은 다른 방식으로 그 한계를 보완해 왔다. 유럽과 아시아의 다른 선진국들보다 더 강한 경제 성장세를 유지해 왔고,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꾸준히 만들어냈다. 또 다양한 분야에서 과학 발전을 계속 이끌고 있다. 모든 것이 망가진 건 아니다. 인프라는 엉망이지만, 생활 수준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니까.”
월스트리트의 부흥과 메인스트리트의 붕괴라는 미국 기업의 금융화 현상은 시진핑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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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노동자들의 분노를 영리하게 악용했지만, 미국의 제조업체가 무너진 데는 사실 월가의 책임이 결정적이지 않은가? 투자자는 부유해지고 공장 노동자들은 가난해지는 ‘기업의 금융화’ 현상이 2015년경부터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미국 기업들은 아시아 기업들에 비해 과도하게 ‘금융화된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 그들은 ‘좋은 제품’보다 ‘재무 비율’과 ‘단기 이익’을 우선시한다. 덕분에 미국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되는 조직이 되었지만, 치명적인 대가를 치렀다.
그들은 당장의 비용 절감을 위해 제조업 생태계를 파괴하고, 생산 기지를 중국으로 옮기며 국가 안보를 위협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이 너무 쉽게 포기한다는 점이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정부 지원을 믿고 수년간 적자를 감수하며, 이익보다는 ‘시장 점유율’을 뺏기 위해 끝까지 싸운다. 이 끈기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선전에서 당신이 본 것들을 이야기해달라.
“내가 중국에서 가본 곳 중 정리정돈이 가장 잘되어 있는 곳이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선전의 공장이었다. 애플의 전 기술진에 따르면 한 지역과 계약을 맺은 후 4개월 뒤에 가보니 허허벌판이 6층짜리 건물로 바뀌어 생산을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미국의 월마트도 이 지역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소비자가 원하는 거의 모든 상품을 조달했고, 점차 전기차와 배터리 등 온갖 종류의 전자부품을 만들어 냈다. 중국은 선전에서 훈련된 애플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융과 빅테크 유니콘은 중국에서 심한 규제를 받는 것으로 안다. 실리콘밸리와는 상반된 분위기 아닌가?
“맞다. 중국은 첨단 기술에 대해 미국의 실리콘밸리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시진핑은 소셜 미디어나 전자 상거래 같은 가상 산업과 경제를 자본의 ‘야만적인 성장’이라고 비난한다. 그 결과 2020년 말부터 시작된 규제로 시장 가치는 1조 원이 날아갔다. 마윈의 핀테크 기업은 물론이고 알리바바도 기업 가치가 4분의 1토막이 났다.”
댄 왕은 중국 정부가 현대 미국의 경제구조를 피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했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성장 동력은 태평양 연안의 실리콘 밸리와 대서양 연안의 월스트리트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제조업은 무너지고 첨단 기술과 금융은 사회적 병폐를 나았다. 베이징에서 주목하는 미국식 혁신 시대는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실리콘 밸리다. 당시 인텔 같은 첨단 기술 기업들은 제품을 만들고 국방부에 납품하고, 대규모 일자리를 제공했던.”
나아가 그는 베이징 중앙정부는 어쩌면 소셜 미디어와 인공지능이라는 이중고에 맞닥뜨려 미국이 무너지기를 기대하는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미국인들이 디지털 가상 세계로 도피하는 동안 시진핑은 중국 인민을 현실 세계로 인도해 아이를 낳고, 철강 제품과 반도체를 생산하게 할 것’이라는 댄 왕의 첨언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미국이 개발도상국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댄 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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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도 두 나라는 다른 관점을 보인다. 미국은 인간을 능가하는 초지능, 서비스업의 확장으로 중국은 제조 기술의 통제로. AI 개발 목적의 차이가 이후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하나?
“무엇보다 현재 전 세계 AI 인재의 상당수가 중국인이다. 중국 기업들은 AI를 인류를 위협하는 예측 불가의 변덕스러운 힘이 아니라, 공장 라인과 로봇에 이식해야 할 ‘활용 가능한 도구(통제된 기술)’로 본다. 미국이 ‘딥러닝에 대한 고위험 베팅’을 하고 있다면, 중국은 철저히 자국의 강점인 ‘제조업의 우수성’에 AI를 결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통제 국가의 운명’에 대해 당신은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한 자녀 정책과 제로 코로나 방역은 중국인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
“나는 1992년에 중국에서 태어났다. 나를 낳기 위해 어머니는 수많은 서류를 작성해야 했는데, 그중에는 내가 태어난 후에는 불임 수술을 하겠다는 서약서도 있었다. 임신한 여성이 낙태에 동의하지 않으면 공무원들이 강제로 시행할 수 있었다. 이 정책으로 낙태가 3억 건 이상 발생했고, 남성 2,500만 명이 불임 수술을 받았으며, 4천만 명의 여자아이들이 실종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출산 위기에 빠지자 중국은 다시 엔지니어의 방식으로 여성의 몸을 재설계하고 있다. 지역위원회는 이제 기혼 여성들에게 생리 주기를 묻고 아이를 몇 명이나 낳을 것인지 압박을 가한다. 제로 코로나 정책도 같은 맥락이다. 2022년, 상하이의 도시 봉쇄는 인류 사상 최대 규모의 감금 실험이었고, 디지털 감시 체계로 중국 정부는 개인의 욕실 이용까지 통제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엔지니어적 사고가 사회 통제와 만났을 때 어떤 비극이 일어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다.”
중국인들에게 끔찍한 트라우마가 된 ‘한 자녀 정책’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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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의 사회 통제를 미국 사회가 따라가고 있지 않나? 트럼프는 이민과 무역의 문제를 수학적 통제, 사회공학적 무력으로 돌파하려고 한다. 당신이 책을 낸 시점보다 지금의 미국은 더욱 심각하다. 어디서부터 회복력이 시작될 수 있을까?
“가장 시급한 것은 트럼프식 파괴를 멈추는 것이다. 약자에 대한 잔인함, 동맹국에 대한 공격, 제도에 대한 침식을 중단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미국 정부는 자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국민이 삶에 대한 좌절감을 느끼지 않도록, 정부가 제 기능을 하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다.”
-“우리는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원했는데, 실제는 140자만 쓸 수 있는 SNS만 남았다”라는 미국의 투자 전문가 피터 틸의 농담이 뼈를 때린다. 뉴욕에서 지하철 노선 1킬로미터를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파리 건설 비용의 5배에 달한다는 대목에서도 그 심각성을 체감했다. 실무 지식을 갖춘 숙련 노동자, 진정한 사회 인프라를 되찾기 위해 미국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나?
“더 많은 엔지니어, 더 적은 변호사! 엔지니어는 더 많아지고, 변호사는 더 줄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률가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내 메시지를 법학대학원들이 반길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정부가 더 나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폭넓은 흐름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 흐름은 에즈라 클라인과 데릭 톰슨이 제안한 ‘어번던스 어젠다(Abundance Agenda)’에 잘 나타나 있다. 캘리포니아와 뉴욕의 많은 사람들은 민주당이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변화가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초강대국 패권을 향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계속될까?
“근본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진짜 경쟁은 어느 쪽이 더 큰 공장을 가지고 있느냐, 혹은 더 높은 기업 가치를 지니고 있느냐로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누가 가장 국민을 생각하느냐가 경쟁의 핵심이다. 미국에 다원주의가 있다면 중국에는 물리적 역동성이 있다. 그로 인해 중국에는 더 뛰어난 제조 역량, 더 정교한 기반 시설이 있으며, 주택 물량도 더 풍부하다.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는 길은 더 많은 주택을 건설하고, 더 나은 사회 기반 시설을 제공하는 데 매진하는 것뿐이다. 제대로 된 건설 사업 분위기를 회복하고 제조 역량까지 더 해진다면 미국은 다시 강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자신을 ‘개발도상국’이라고 선언해야 한다.”
뉴욕의 낡은 지하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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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제조업 생태계가 무너진 지 40년이다. 복구가 가능할까?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재건은 외국의 도움으로 시작되고 있다. 애리조나의 TSMC(대만), 조지아의 현대자동차(한국), 미시간의 배터리 공장(중국)들이 그 증거다. 미국이 제조업 기반을 재건하려면 아시아의 도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가장 이상적인 건 중국 제조업체들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미국 제조업체들이 중국의 경쟁사보다 상당히 뒤처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해도 잃을 것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오히려 중국 기업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연구하고, 그들의 혁신에서 배우며, 인재를 영입하는 노력까지 해야 한다. 미국이 스스로 겸손해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학습이 시작되리라 본다.”
미국 앨라배마주 우드스탁에 위치한 메르세데스 벤츠 전기차 배터리 공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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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베이징과 선전,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는 여전히 전 세계 사람들의 생각이나 생활의 방향에 막강한 영향을 미칠까?
“당분간은 그렇다. 여전히 미래의 상당 부분은 실리콘밸리와 선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베이징과 월스트리트는 이런 혁신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으며, 베이징과 워싱턴 D.C.는 전 세계 여러 지역의 지정학적 운명을 불균형할 정도로 크게 좌우하고 있으니.”
-마지막으로 반도체 호황으로 주식 시장은 좋지만 실물경기는 매우 어려운 모순을 겪고 있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 세계를 멀리 보고 제대로 인지하며 나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 조언을 부탁한다.
“한국은 산업정책 분야에서 모범적인 성과를 보여온 나라다. 반도체, 특히 최근 주목받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해 조선, 자동차, 화학 등 여러 산업에서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인구 규모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데도 캐나다보다 훨씬 뛰어난 기술 역량을 축적해 왔다는 사실이 놀랍다.
계속해서 위대한 기술을 만들어내라. 압도적인 기술력만이 미국과 중국, 두 거대 제국 모두로부터 존중을 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고, 한국이 번영하는 길이다.”
김지수 작가(kkimjisu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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