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하루 앞둔 지난 2월 16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 출국을 앞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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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은 출국납부금 인하로 관광진흥개발기금이 줄어들면서 관광 인프라 투자가 위축되고 있고, 전 세계 주요국이 출국세를 높이는 데 우리만 낮추는 건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실제로 출국납부금은 2024년 3358억원에서 작년에는 2643억원으로 급감한 바 있다.
◇尹때 3000원 낮추고, 2년 만에 인상 할 듯
지난 2월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관광진흥개발기금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년 12월 5일 대표 발의한 법으로 출국납부금을 7000원에서 2만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 의원은 전체회의에서 “출국납부금은 1997년에 제도가 도입된 이후 단 한 번도 인상된 적이 없다”며 “그동안의 물가 인상률을 반영해 2만원을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출국납부금은 공항이나 항만을 이용해 해외로 나가는 출국자에게 부과하는 부담금이다. 국외 출국자의 외화 지출로 인한 관광 재정 손실을 충당하기 위해 부과하고 있고,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재원으로 사용된다. 1997년 제도 도입 이후 공항 출국자는 1만원, 항만 출국자는 1000원의 출국납부금을 내왔다.
출국납부금은 윤석열 정부에서 한 차례 인하됐다. 윤석열 정부가 ‘그림자 조세’를 없앤다는 명분으로 여러 부담금을 인하하거나 폐지하는 과정에서 출국납부금도 1만원에서 7000원으로 낮아졌다. 출국납부금 면제 대상도 확대됐다.
민주당은 지난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출국납부금을 원복하고, 더 나아가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작년 12월 16일 문체부 업무보고에서 출국납부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운을 뗐고,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우리 국민의 방문 수요가 높은 상위 10개국 출국납부금은 평균 2만9000원 수준이지만,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은 7000원만 내고 있다”며 인상을 시사했다.
그래픽=정서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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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의원의 개정안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나왔다. 작년 12월 5일 개정안이 발의됐고, 지난달에 문체부 전체회의에 상정되면서 차근차근 개정 수순을 밟고 있다. 정부와 여당 모두 출국납부금 인상에 공감하고 있어 본회의 통과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대현 문체부 2차관은 작년 10월 국정감사 때 관련 질문을 받고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2만원 정도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남들은 올리는데 우리는 낮춰…출국세 적자에 관광기금도 빨간 불
실제로 전 세계 주요국은 출국세를 높이는 추세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출국세를 부과해 관광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많이 찾는 일본의 경우 현재 1000엔의 출국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올해 3000엔으로 올릴 예정이다. 3000엔으로 출국세를 높일 경우 우리 국민이 일본 정부에 내는 출국세가 연 2487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일본 국민이 우리 정부에 내는 출국납부금이 226억원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2000억원이 넘는 적자가 나는 셈이다.
이런 사정은 베트남, 태국, 미국, 필리핀, 싱가포르 등 우리 국민이 자주 찾는 국가가 대부분 똑같다. 우리 국민이 자주 찾는 10대 국가 중 유일하게 스페인만 출국세가 없다.
출국납부금을 재원으로 하는 관광진흥개발기금 재정에 대한 우려도 있다. 출국납부금은 코로나 시국이 마무리되면서 매년 늘어나는 추세였다. 2022년 667억원, 2023년 2888억원, 2024년 3358억원까지 늘었다. 하지만 2024년에 출국납부금을 인하하면서 2025년에는 2643억원으로 줄었다. 관광진흥개발기금 수입도 2024년 6028억원에서 2025년 5615억원으로 감소했다.
작년 11월 조계원 의원실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윤혜진 경기대 관광개발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관광수지 적자는 공항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출국납부금 인하가 관광산업의 기반 약화를 불러온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출국납부금 인상이 결국에는 세금을 높이는 것과 마찬가지인 만큼 국민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용규 문체위 전문위원은 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기획재정부는 시행령에 위임된 출국납부금 부과금액을 법률에 명시하려는 입법취지는 공감하나, 출국납부금의 적정 부과 수준은 국민 부담, 관광진흥개발기금 재정 여력 및 해외 사례 등을 감안하여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윤 교수는 이에 대해 “커피 한 잔 값 수준의 세금이라면 ‘내가 낸 기여금이 관광 발전에 쓰인다’는 인식이 중요하다”며 “투명한 용처 공개와 홍보 캠페인을 병행해야 조세 저항이 낮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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