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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7 (토)

    "요즘 누가 술마셔요" 건강 챙긴다던 Z세대의 배신…폭음·마약 늘었다[실험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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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UCL 코호트 연구…1만명 분석

    20대 초반 음주·약물 사용 급증

    '술 덜 마시는 세대'의 반전

    편집자주
    지금 먹으면 하나, 기다리면 두 개. 아이들의 선택을 지켜본 마시멜로 실험을 기억하시나요? 단순한 연구는 때로 삶을 보는 방식을 바꿉니다. 실험 데이터로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읽어봅니다.


    지난달 세계 2위 맥주 업체 하이네켄은 앞으로 2년간 최대 6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Z세대(1997∼2006년생)가 술을 덜 먹으면서 맥주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탓입니다. 실제로 여러 조사에서도 젊은층의 음주율은 과거 세대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납니다. Z세대에게는 '절제된 세대(Generation Sensible)'라는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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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좀비담배로 인해 이상행동을 보이는 청소년의 모습이 포착됐다. 틱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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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최근 연구를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청소년기에는 비교적 제한적으로 나타나던 음주와 약물 사용이 20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빠르게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최근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종단연구센터(CLS) 연구진은 '밀레니엄 코호트 연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는 2000~2002년 영국에서 태어난 약 1만명을 장기간 추적 조사했습니다. 연구진은 17세와 23세 시점의 물질(술, 마약, 흡연 등) 사용 행태를 비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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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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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 결과, 23세가 됐을 때 지난 1년 동안 한 번 이상 폭음을 했다고 답한 비율은 68%로 나타났습니다. 17세 때의 53%보다 15%포인트 증가한 수치입니다. 여기서 폭음은 한 번에 6잔 이상 술을 마시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매달 한 번 이상 폭음을 한다는 응답도 10%에서 29%로 늘었습니다.

    약물 사용도 비슷한 흐름이었습니다. 17세 때 '대마초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1%였지만 23세에는 49%로 증가했습니다. 코카인·케타민·엑스터시 등 이른바 '하드 드러그'를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10%에서 32%로 3배 이상 늘었습니다.
    '술 안 마시는 세대'의 반전
    이런 변화는 특정 국가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일본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형태의 약물 문제가 등장했습니다. 마약류 성분의 불법 전자담배 제품인 이른바 '좀비 담배'를 사용한 10대 청소년이 경련 일으키며 길거리서 쓰러지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확산 조짐이 나타났습니다. 또 각성 효과가 있는 동남아 나무 열매 '빈랑'이 일본 젊은 층 사이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젊은층에서 마약이 빠르게 번지는 모습입니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30대 마약사범은 1만389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10년 전인 2015년 4183명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전체 마약사범 가운데 이 연령대가 차지하는 비율도 35.1%에서 59.4%로 크게 늘었습니다.
    술 대신 대마? "알코올 대체 효과"
    '술을 덜 마신다'는 세대 변화가 곧 마약 등 약물 사용이 감소했다는 뜻은 아닐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미국 버펄로대 공중보건대 연구팀의 조사에서는 대마 성분이 포함된 음료를 마신 사람들이 이전보다 술 소비를 크게 줄였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응답자의 약 60%는 대마 음료를 사용한 이후 음주량을 줄이거나 끊었다고 답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알코올 대체 효과' 가능성으로 해석했습니다.

    미국 일부 주와 캐나다 등 대마초가 합법인 지역에서는 술 대신 대마 음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대마초의 환각 성분인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을 넣은 음료 브랜드도 등장했습니다. 대마 음료 브랜드 '브레즈(BREZ)'를 창업한 아론 노스비쉬(33)는 억만장자에 등극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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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6월 국내에 밀반입하려다 국가정보원에 적발된 전자담배형 신종마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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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대마초는 더 건강한 선택이 아닙니다. 사용하다 보면 의존이나 중독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마약류관리법, 대마관리법 등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대마를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청소년기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넘어가는 시기가 취약한 시기라고 말합니다. 영국 알코올연구소(Institute of Alcohol Studies)의 캐서린 세베리 소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젊은층의 뇌는 아직 발달 과정에 있기 때문에 알코올과 약물의 영향에 더 취약하다"며 "20대 초반에 폭음과 약물 사용이 늘어나는 현상은 우려할 만한 신호"라고 지적했습니다.
    건강한 세대의 역설
    Z세대는 흔히 '건강한 세대'로 불립니다. 담배를 덜 피우고 술도 덜 마신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채식이나 저당 식단 같은 건강 트렌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폭음과 약물 사용이 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건강을 중시하는 생활과 위험한 물질 사용이 동시에 나타나는 모습은 Z세대 문화의 양극화를 보여주는 장면일지도 모릅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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