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신정정치'체제…이중 정부
차기 지도자로 하메네이 아들 부상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를 이란 현지에서 '순교자'로 추모하기 시작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의 최고지도자는 모두 이슬람 시아파 고위 성직자에서만 배출되는 이란의 독특한 '신정정치' 체제와 연관돼있다.
공습 시작하자마자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 AI가 일등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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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이 시작하자마자 이란 최고지도자의 폭사로 이어졌던 이유는 군사용 인공지능(AI)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양국 정보 당국은 하메네이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수많은 요원을 파견했지만, 수천 개의 엇갈리는 정보 속에서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이 과정에서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단시간에 분석하여 유력 장소를 지목하는 데 성공했다.
미군과 이스라엘군은 AI가 제시한 모든 유력 장소를 동시에 타격하기로 합의하고, 이란 주요 수뇌부 인사들의 동선까지 광범위하게 파악하여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이란 주요 대도시 내 1000곳 이상의 목표물을 향해 동시 타격이 이루어졌다.
이번 작전은 통상적인 군사 작전과 달리 아침 시간대에 감행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적의 방공망을 피하기 위해 야간에 이루어지는 지상 타격과 달리, 현지 시각 오전 7시 30분에 전투기 200대 이상이 출격하여 오전 9시 40분부터 이란 전역에 동시 공격을 퍼부었다.
예상치 못한 오전 기습에 테헤란 시내에서 회의 중이던 이란 수뇌부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그 결과 피해가 막심했다. 이번 공습으로 미군은 6명이 전사했다고 발표했으나, 이란 측 피해 규모는 아직 정확한 집계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를 포함한 고위급 인사 40~50명이 폭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체 사상자는 최소 700~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메네이 '순교'의 이면…이란 신정정치의 이중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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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내부에서는 하메네이의 죽음을 '순교'로 표현하고 있다. 일반 지도자, 정치인에게 쉽게 붙지 않는 수식어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이란의 독특한 통치 체제인 신정정치 체제와 이에따른 독특한 하메네이의 위상을 살펴봐야한다.
일단 이란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와 최고지도자 중심의 신정정치가 공존하는 이원적 권력 구조를 갖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 직선제로 선출되며 임기 4년에 1회 연임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란의 대통령은 행정 수반이지 국가 원수가 아니다. 국가 원수는 페르시아어로 '라흐바르(Rahbar)'라 불리는 최고 지도자가 맡는다.
최고 지도자는 '전문가 회의'라는 기구에서 선출된다. 전문가 회의는 이란 전역에서 명망 높은 이슬람 시아파 성직자 88명으로 구성되며, 이 88명은 국민 투표로 선출된다. 즉 국민이 88명의 성직자를 뽑고, 이 성직자들이 최고 지도자를 선출하는 간선제 방식이다. 최고 지도자 후보는 반드시 시아파 고위 성직자여야 하며, 임기 제한 없는 종신직이다.
하메네이는 1989년 초대 최고 지도자 루훌라 호메이니의 사망 이후 두 번째로 소집된 전문가 회의를 통해 선출되어 37년간 이란을 실질적으로 지배해왔다. 1994년에는 시아파 최고 성직자 칭호인 '아야톨라(Ayatollah)'를 받아 이후 '아야톨라 하메네이'로 불렸다. 본래 이란 농촌 지역의 하급 성직자 출신인 그는 팔레비 왕조 시절 호메이니의 이슬람 혁명 운동에 참여했다가 투옥과 고문을 겪었고, 혁명 성공 이후 최고 권좌에 올랐다.
최고 지도자는 원하면 국정에 직접 개입할 수 있으며, 정규군과는 별개의 사병 조직인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장악한다. 혁명수비대는 특수부대, 미사일·드론 부대를 운용하는 핵심 전력으로, 더 많은 예산을 배정받으면서 정규군과 갈등을 빚어왔다.
차기 최고지도자 유력후보로 올라선 하메네이 차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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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사후 이란 내부에서는 후계 구도를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Mojtaba Khamenei)다. 그를 강하게 지지하는 세력은 이란 혁명수비대로, 이들은 하메네이의 37년 집권 아래 사실상 이 가문의 사병으로 변모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혁명수비대 내 대미 강경파들은 하메네이의 죽음을 '순교'로 선언하고 장기 항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란의 신정정치 원칙상 부자 세습은 금지되어 있다. 초대 최고 지도자 호메이니 역시 청렴과 원칙을 중시하여 자신의 아들이 아닌 당시 대통령이었던 하메네이에게 후계를 넘겼다. 신중론자들은 현재 이란이 처한 극도의 위기 상황이 원칙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모즈타바가 차기 지도자로 즉시 부상할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의 표적이 될 수 있어 섣불리 내세워선 안 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누가 되든 결과는 죽음" 이라며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은 혁명수비대의 전력 분산을 위해 이란 서부 쿠르드족 분리 독립 운동에 지원을 검토하고, 이란 내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민중 봉기를 유도하는 등 다각도의 대이란 압박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하면 장기전" 트럼프 호언장담…정말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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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이란 내 군사 작전이 최소 4~5주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상전 및 장기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 학계와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의적 시각이 크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이 동원한 병력은 항공모함 6척, 지상군 15만 명에 달했다. 이라크 인구가 당시 약 3,000만 명이었던 반면, 이란은 국토 면적이 이라크의 4배, 인구는 3배 이상에 달한다. 현재 이란 작전에 투입된 미군은 항모 전단 2척과 약 5만 명 수준으로, 이라크전 당시 병력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규모로 지상전이나 장기전을 감당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수사는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압박 전략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원하는 방향의 후임 지도자 출현을 유도하면서 다양한 방식의 대이란 압박을 병행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내 반전 여론도 상당해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중동 정세의 급격한 불안정화는 국제 경제와 유가에도 큰 파장을 미치고 있으며, 우리 경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 정부 역시 비상 위기 관리 체제에 돌입하는 등 사태 추이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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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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