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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7 (토)

    [박근종 칼럼] 빨리 올리고 느리게 내리는 휘발유, '담합 엄단' 및 '최고가격 지정제' 시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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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벌어진 중동전쟁이 장기화(長期化)하고 확전일로(擴戰一路)로 치달으면서 정부가 휘발유 가격 단속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3월 5일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의 여파가 현실화하기도 전에 시중 유가(油價)가 먼저 오르는 상황에 관해 "집중적으로 점검해서 담합 또는 불공정 행위 등에 대해 엄단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매점매석하거나 불합리한 폭리를 취하려는 시도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라며 휘발유 가격에 '최고가격 지정제' 시행을 지시했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석유 판매 가격의 최고액 등) 제1항에는 "산업통상부장관은 석유의 수입ㆍ판매 가격이 현저하게 등락하거나 등락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국민 생활의 안정과 국민경제의 원활한 운용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석유제품의 국제가격 및 국내외 경제 사정을 고려하여 석유정제업자ㆍ석유수출입업자 또는 석유판매업자의 석유판매가격의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정할 수 있다."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정부는 석유의 수입·판매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국민 생활 안정과 경제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석유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 또한 위반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고, 정부가 초과수익을 환수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 50년 간 한 번도 실시된 적 없는 극약처방이자 과도한 정책 수단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빠르게 유가 상황 점검에 착수하고 최고 수준의 칼을 빼어 든 것은 그만큼 국제유가 급등을 엄중하게 직시하고 비상한 선제 대응을 하고 있음을 방증(傍證)한다.

    지난 2월 28일(현지 시각) 미국과 이스라엘이 '에픽 퓨리(Epic Fury │ 거대한 분노)'란 작전명으로 이란을 전격적인 공습과 타격을 가하면서 시작된 중동전쟁이 장기화 우려로 급전(急轉)하면서 국내 경제 곳곳에서 파열음이 커지면서 물가 불안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3월 6일 발표한 '2026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의하면 2026년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8.40(2020=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하여 올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2%대를 기록했다. 6개월 연속 2%대를 지켰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중동 사태 후 치솟은 유가 시세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는 사실은 감안(勘案)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담합(談合) 조사 이후 가공식품 상승세가 둔화(鈍化)된 것도 지난달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가 크게 올랐다는 점은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중동발 전운이 세계 경제를 덮치자마자 국내 민생 경제에는 진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확전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경제에 인플레이션(Inflation)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20~30%를 차지하는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Strait of Hormuz)'이 사실상 막히면서 국제 유가는 이미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다. 3~4주 뒤면 중동 산유국들의 감산이 본격화해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가시화하고 있는 해운·항공 대란이 글로벌 물류망 전반을 뒤흔들 가능성도 작지 않아 보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가 휘발유 가격을 비롯한 물가 안정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 총력 대응에 나선 것은 전쟁이 초래할 인플레이션 수위의 심각성 방증(傍證)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하루하루 급등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산유국과 수입 계약을 하고 한국까지 원유를 배로 실어 오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에 반영되는 데는 통상 2~3주 소요된다. 현재 판매 중인 휘발유는 모두 이번 중동 사태 이전에 수입된 것이라 재고가 소진되기 전까지 가격이 바뀔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한 것은 지난 2월 28일이다. 지난 3월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OPINET)'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ℓ)당 1,930.52원을 나타냈다. 2022년 8월 8일 이후 약 3년 7개월 만에 1,900원을 넘었다. 서울의 경유 평균 가격은 1, 954원으로 전날 오후부터 휘발유 가격을 웃돌았다. 이날은 전국의 경유 평균 가격도 전날보다 리터(ℓ)당 57.13원 오른 1887.38원으로 집계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1,871.83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말 휘발유 가격이 1,690원 수준에서 1주일도 안 돼 181원을 넘게 빠르게 올랐다. 정유사와 주유소의 '얌체 상술'이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지만, 폭리도 정도껏 취해야 한다.

    휘발유 가격은 오를 때와 떨어질 때가 확연히 다르다. 국제유가 급락 시엔 기존 수입 물량 재고를 판매한다는 이유로 가격을 바로 내리지 않으면서, 유가가 오를 땐 거의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오를 땐 속보, 내릴 땐 느림보 식으로 오를 땐 빨리 올리고 내릴 땐 느리게 내리는 휘발유 가격을 보고 있으면 짜증을 넘어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유가가 안정적일 땐 전가의 보도처럼 고환율을 내세운다. 유가가 떨어져도 환율상승으로 수입 비용이 늘었다는 핑계를 대며 가격을 내리지 않거나 내리는 속도를 늦춘다. 신속(急行) 인상에 저속(緩行) 인하는 시장의 투명성을 교란(攪亂)시킬 뿐만 아니라 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소비자를 기만하며 정유사·주유소만 이득을 취하는 악의적 불공정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국내 정유 시장은 수십년째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라는 정유 4개 사(社)가 국내 시장 점유율의 98% 이상을 독식하고 있는 기형적인 과점(寡占) 구조다. 이들 4개 기업이 손가락 하나로 국내 기름값을 마음껏 주무르고 흔들 수 있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암적(癌的)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과점 체제에서는 굳이 머리를 맞대고 모의하지 않더라도, 한 곳이 가격을 올리면 나머지가 기다렸다는 듯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따라 올리는 '묵시적 담합'이 매우 용이(容易)한 구조다.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추기보다는, 국제 정세의 불안을 핑계 삼아 약속이라도 한 듯 번갯불처럼 일제히 가격을 높여 나란히 폭리를 취하는 것이 이들 생존 방식으로 굳혀졌다. 소비자는 아무런 선택권도 없이 거대 카르텔(Cartel │ 동종 기업연합)이 정한 가격을 강요받으며 지갑을 털리고 있는 형국이다. 위기 상황을 틈타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사재기를 통해 부당 이득을 취해선 결단코 안 될 일이다. 원가 상승분을 크게 초과한 가격 인상이나 업체 간 가격 짬짜미, 수급과 관계없는 매점매석(買點賈惜) 등의 부당 행위는 공정거래 차원에서 엄히 다스려야만 한다.

    그야말로 중동에서 첫 총성이 울리기가 무섭게 전국의 유가 게시판 숫자가 바뀌고 소비자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이에 따라야만 하는 처지다. 저가에 들여온 재고 물량이 충분함에도 불구, 미래의 인상 요인을 핑계로 당장 오늘의 가격을 올리는 것은 지극히 명백하고 극명한 부당 이득 취득 행위다. 그야말로 정유업계의 고질적인 '상향 경직성'과 '하향 유연성' 발현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올릴 때는 빛의 속도로, 내릴 때는 거북이걸음을 하는 이 기만적인 행태 뒤에는 기업 간의 묵시적이거나 명시적 담합이 자리 잡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국제적인 비극을 자사 이익 극대화의 기회로 이용하는 기업들의 행태는 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소비자로선 불매운동을 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할 수가 없다. 특히 국가적 위기 상황이나 국제적 분쟁 시기를 틈타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작하는 행위는 국가 경제의 혈맥을 끊는 행위와 다름없다. 시장의 공정성을 파괴하고 서민의 고혈(膏血)을 짜내는 악덕 기업들에 겐 그에 상응하는 혹독한 대가가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정유사와 주유소의 악덕 상혼(商魂)을 송두리째 뿌리 뽑고, 이들의 가격 농단을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을 서둘러 세워주기를 바란다.

    물가 관리는 위기 대응의 첫 단추다. 중동 위기가 장기화하면 유가와 환율 상승 압력이 커져 물가부터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 물가가 오르면 기업 비용이 커지고 소비 심리는 위축된다. 금리 정책도 운신의 폭이 줄어든다. 모처럼 회복세를 타고 있는 우리 경제가 작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비상한 각오로 물가 관리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담합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헤치게 하는 불법 행위다.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업체들이 담합으로 폭리를 취했는지 신속히 조사하고 위법·부당한 행위가 적출되면 엄벌(嚴罰)을 처해야만 한다. 담합을 막으면 의당 물가도 내린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인간 및 국가의 정의(正義)는 세계의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다. 악(惡)이 진화하는 것보다 선(善)이 한 발 더 진화하도록 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유가 폭등이 전체 물가로 번지지 않도록 당국의 선제적이고 기민한 대응이 시급하다. 중동발(發) 물가 불안이 확산하게 되면 우리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당장 내수는 얼어붙을 것은 물론 기업이 부담할 비용이 커져 투자는 위축되고 성장은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가격을 왜곡해 부당 이익을 취하는 담합과 사재기는 솎아내고, 기업들이 국내 투자 동력을 잃지 않게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담합은 시장경제의 작동 원리인 자유경쟁을 원천 무력화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경제 범죄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는다. 필요하다면 저소득층 대상 에너지 바우처(Voucher │ 이용권)나 유류세 환급 등을 통해 서민 부담을 덜어줘야만 한다.

    원재료 수입 금융지원과 유류세 인하 폭 확대 등 동원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검토하고 가동해 물가 불안을 조기에 잠재우길 바란다. 법에 따른 규제나 강제(Rule by law)가 결단코 능사는 아닐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법치(Rule of law) 방향도 절대로 아니다. 정부의 일과 시장의 일을 현명하고 영특하게 구분해 대처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가격의 직접 통제에 따르는 부작용을 해결하는 균형감을 견지하고 촘촘하고 면밀하게 검토해야만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고가격을 일률적으로, 전국적으로 지정하기 어렵다면 지역별·유류 종류별로 적용하는 등 현실적 방법을 찾아 신속하게 지정하도록 해 달라!"라고 언급한 것도 바로 이러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빠르게 반영하면서도 내릴 때는 더디게 떨어지는 가격 구조 개선과 적정 '유통마진' 파악부터 해야 할 급선무(急先務)다. 휘발유 판매 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 감면, 비축유(備蓄油) 방출 등도 검토해야 한다. 소비자 불안 심리를 잠재워 사재기를 진정시키는 것도 긴요하다. 무엇보다도 고유가·고환율·고물가의 '3고(高)' 고착화(固着化)는 수출 위축과 내수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Stagnation + Inflation)'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류세 인하 연장 등 단기 대책과 함께 원유 수입선 다변화 같은 구조적 해법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 국민도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는 등 고유가 대응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 상승에 미리 대응하지 못하면 전방위적 물가 상승으로 번질 수 있다. 정부는 폭리는 막되 물가 불안에 대비한 수급 안정 대책을 최우선 점검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유소 휘발유 가격에 대해 '최고가격 지정제' 검토를 지시한 만큼 어려운 시기를 틈타 사재기 행위나 불합리한 폭리(暴利)를 취하려는 얄팍한 상술에는 발본색원(拔本塞源)·일벌백계(一罰百戒)의 엄중하고 단호한 대처가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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