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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9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기업, 유가發 원가상승·수요둔화 ‘이중고’ [유가 100달러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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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용 전기료 등 생산비용 상승 압박

    환율 리스크 더 커져…수요둔화 우려

    긴장 지속시 원재료 공급 차질 불가피

    9일 국제유가가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유가 급등으로 원재료와 전기 등의 비용 상승 압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유가에 따른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른 수익 급감이 불가피하다.

    특히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유·석유화학(석화) 기업은 물론 항공·해운 기업 등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유가 상승으로 석유 제품 가격이 오르면 정유·석화 마진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정유·석화 제품 수요가 예년 대비 위축된 만큼 유가 상승분을 제품에 그대로 반영하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단연 전기료이다. 국내 기업들은 가뜩이나 비싼 산업용 전기료로 인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2022년 이후 총 7차례의 전기요금을 인상했는데, 주택용은 건드리 않고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유가를 비롯한 각종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전기료마저 급등할 시 기업들의 이익은 줄어들 수 있다.

    일각에서는 생산 위축도 우려하고 있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 인상으로 소비가 위축되면 제품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서다. 자동차 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유가 상승으로 휘발유 가격이 치솟을 시 자동차 구매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 상승으로 환율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점도 기업으로서는 부담이다. KB증권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 시 원달러 환율이 15원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들은 유가 급등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돌발 변수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의 비용 부담 증가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상대로 최소 4주 이상 군사 작전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전쟁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자 노트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유가가 이달 말 배럴달 15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5일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 봉쇄되는 심각한 시나리오 하에서 유가는 공습 이전 대비 80% 상승한 배럴당 108달러 수준까지 오르고, 이 가격이 올해 4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처한 리스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중동 리스크로 향후 원재료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석화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여천NCC는 지난 4일 일부 고객사에 제품 공급 계약 이행이 일시적으로 지연되거나 조정될 수 있다며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불가항력은 전쟁 등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계약 이행이 불가능할 경우 계약상 책임을 면제받기 위해 발동하는 조치다. 국내 석화 기업이 이 조항을 실제로 발동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중동 긴장이 지속되면 이런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석화 제품의 대표 원재료인 나프타는 원유를 토대로 만들진다. 중동 사태가 길어질 시 석화 기업들은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국내 석화 산업은 원료 수입 구조상 중동 리스크에 취약한 구조다.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약 70%가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고, 수입 납사의 절반 이상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들어온다. 가격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쟁 발발 이후 납사 가격은 약 일주일 사이 20% 이상 상승했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중동 외 지역에서 원료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아프리카나 미국, 인도 등 다른 지역에서 납사를 조달할 수는 있지만 해상 운송 거리가 늘어나면서 운임은 물론 조달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한영대·고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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