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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6 (월)

    시대를 비추고 싶어서 연출가로 돌아온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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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해녀 연심' 연출가 나옥희 겸 배우 고수희

    재일교포 삶 관심에 日 희곡 번역

    2023년 극단 창단하고 '부캐' 활동

    4·3사건 피해 오사카 건너간 해녀

    굴곡진 삶 다루며 '이산 아픔' 위로

    역사·사회 문제 계속해서 다룰 것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배우 활동할 때보다 몇 배 더 바빠졌지만, 작품 구상하는 것도, 어떤 배우가 역할에 잘 어울릴지 고민하는 것도, 작품의 균형을 맞춰가는 것도 다 즐겁고 재밌어요.”

    이데일리

    극단 58번 국도 나옥희 연출. (사진=김태형 기자)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만난 나옥희(50) 극단 58번국도 연출은 “일본 희곡 번역 작업을 하다 어느새 연극 연출까지 하게 됐다”며 “나도 모르는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나옥희’는 배우 고수희의 연출가로서 활동명이다. 일종의 부캐다. 고수희는 1999년 연극 ‘청춘예찬’으로 처음 무대에 오른 뒤 연극·드라마·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했다. 2023년 극단 58번국도를 창단하고 ‘나옥희’라는 이름의 연출가로 활동 중인 그는 첫 창작극 ‘해녀 연심’을 선보인다.

    극단 창단 후 첫 창작극

    지난 14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해녀 연심’은 제주 4·3 사건을 피해 오사카로 출가 물질(제주 해녀들이 제주도 밖으로 나가서 하는 작업)을 떠났다가 타국에서 살아가는 한 모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굴곡진 세월에도 무너지지 않고 살아온 재일교포의 애환을 풀어낸 작품이다. 연극 ‘해무’, ‘미궁의 설계자’의 김민정 작가가 쓴 희곡을 나 연출이 무대화했다.

    나 연출은 “제주 해녀들의 항일운동 다큐멘터리를 보고 관심이 생겨 자료를 찾던 중 출가 물질하는 해녀 이야기를 알게 됐다”며 “출가 물질을 나간 해녀들의 발자취를 찾다가 그들이 남긴 재일교포 2·3세의 이야기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4·3사건과 디아스포라(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동체), 여성 서사 등 무거운 주제인 만큼 나 연출은 김 작가와 함께 자료 조사에 공을 들였다. 부산, 제주, 일본 오사카를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수집했다. 나 연출은 “일본 요양원에서 만난 재일교포 2세 할머니들이 ‘고향의 봄’을 부르며 울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너영나영’이라는 제주 민요를 제주 출신 재일교포의 후손들도 다 알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어서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작품에 삽입했다”고 부연했다.

    나 연출은 관객이 작품을 통해 역사는 거창한 것이 아니며 우리 모두의 삶이라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 부모의 삶이 근현대사이며, 내 주변 인물을 이해하려고 하다 보면 역사에 다다른다”면서 “‘해녀 연심’을 본 관객들이 오늘도 어딘가에선 이산(離散)의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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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해녀 연심’ 연습 장면 (사진=극단 58번국도)


    “베트남·러시아도 교류하고파”

    ‘배우’ 고수희가 ‘연출가’ 나옥희로 변신한 배경엔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으로 잘 알려진 재일교포 정의신 연출가와의 만남이 있다. 이 작품에 출연했던 그는 재일교포에 대한 관심이 생겨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고, 이후 일본의 동시대 연극을 국내에 올리고 싶은 마음에 극단 58번국도를 창단했다.

    차기작은 1942년 일제의 무리한 채굴 요구로 탄광이 무너져 조선인 136명 등 총 183명이 사망한 ‘조세이 탄광’ 사건을 다룬 ‘갱구’다. 일본 극단 온천드래곤과 공동 창작으로 지난해부터 준비해왔다. 나 연출이 일본 측에 먼저 작품을 제의했으며, 오는 6월 일본과 한국 공연을 연이어 선보일 예정이다. 나 연출은 “양국 극단이 같이 고민하며 역사적 사건을 동시대 시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연출은 연극을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정의했다. 연극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달라져도 누군가 어떠한 기억을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역사와 사회문제를 다루는 게 우리 극단의 지향점”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창작극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며 “역사적으로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베트남, 고려인 이주 역사가 있는 러시아 등 다른 국가의 극단과도 교류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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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58번국도 나옥희 연출. (사진=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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