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안이 실제로 시행된다면 이는 단순한 전시 해상 통제 조치가 아니라 글로벌 원유 결제 질서와 공급망 구조를 건드리는 사건이 된다.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호르무즈 해협 통제와 원유 결제 통화 문제까지 결합된 국제질서의 문제로 번지게 되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가스 수송의 핵심 통로이고, 중국은 이 통로를 통해 원유를 대규모로 들여오는 최대 수요국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통과 허용'이 곧 '위안화 결제 조건부 통행권'으로 바뀌는 순간 에너지, 외환, 지정학 리스크가 하나의 문제로 결합된다.
초대형 변수로 떠오른 중동 리스크가 점점 더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불러올 여파를 AI 도구를 통해 예측해 보고자 한다.
◆ 통화에 따른 차별화,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이중화다.
이란이 일부 유조선의 호르무즈 통과를 위안화 결제 조건과 연동할 경우, 해협 통과 자체가 시장 원리에 따른 자유로운 물류가 아니라 결제 통화와 정치적 정렬에 따라 차등 배분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중국행 화물은 상대적으로 통과 우선권을 얻고, 달러 결제권에 묶인 다른 수입국은 운임 상승, 우회 조달, 재고 확대 압박을 더 크게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국제 유가의 변동성도 더 커질 수 있다. JP모건은 다음 주말까지 원유 공급 감소량이 하루 1200만 배럴에 근접할 수 있다고 예측했고, RBC 캐피털은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국제 유가가 2008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147달러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즉, '모두가 못 지나가는 봉쇄'보다 '누군가는 지나가고 누군가는 못 지나가는 선별 통행'이 시장에는 더 큰 가격 왜곡을 만들 수 있다는 평가다.
◆ 위안화 국제화 & 달러 강세 '이중 흐름'
환율 측면에서는 위안화 국제화에 상징적이면서도 실제적인 가속 효과가 생길 수 있다.
글로벌 원유 거래는 여전히 달러 중심이지만, 제재 대상 원유를 중심으로 루블화나 위안화 결제가 이미 일부 확산돼 왔고, 이번 조치가 현실화하면 위안화가 단순한 양자 간 결제 수단을 넘어 지정학적 위기 속 '통행 가능한 결제 통화'로 격상될 수 있다. 이는 위안화의 에너지 결제 수요를 늘려 역외 위안화 유동성과 위안화 표시 무역금융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다만 위안화 강세를 일방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전쟁과 공급 충격이 심해질수록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져 달러가 다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고, 중국 역시 에너지 수입 단가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를 동시에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달러 강세와 위안화 결제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중 흐름'이 전개될 수 있으며, 이는 위안화 환율에는 방향성보다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AI 이미지 = 배상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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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경제에는 긍정이자 부담 '양날의 칼'
중국 경제에는 기회이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위안화 결제를 통해 원유 조달 안정성을 높이고, 미국 중심 금융제재망 바깥에서 자국 통화 영향력을 넓힐 수 있다. 중국 당국의 위안화 국제화 기조를 한층 더 가속화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호르무즈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중국도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 둔화, 해상 물류 차질의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은 호르무즈를 통해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고, 국제 유가 급등은 제조업 원가, 운송비, 화학 원재료 가격, 소비자 물가에 연쇄적으로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중국 경기 회복이 아직 완전히 견고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원자재발 비용 상승은 내수 회복과 기업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제약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이 이미 전쟁 발발 이후에도 이란산 원유를 계속 들여오고 있고, 대규모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어 다른 국가보다 공급 충격을 흡수할 완충력이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만큼 고유가 장기화는 제조업 수익성과 내수 회복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사안은 중국에 '위안화 국제화의 실험장'이면서 동시에 '고유가 스트레스 테스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 '페트로달러' 체제 지각변동 불러오나
더 큰 차원에서 보면, 이번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이는 '페트로달러 체제(국제원유 거래에서 미국 달러로만 거래하는 체제)의 즉각적 붕괴'라기보다 예외 조항의 제도화에 가깝다.
달러 체제가 단번에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제재국·전쟁지역·우회무역을 중심으로 위안화 기반 에너지 거래가 축적되면 국제 원자재 시장은 달러 단일 결제망에서 달러-위안화 병행 체제로 조금씩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이 이란과 호르무즈 안전 통과를 별도로 협의해온 정황까지 감안하면, 이번 사안은 단발성 전시 대응이 아니라 중국이 공급망 안전보장과 통화 국제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pxx1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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