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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7 (화)

    [현장의 시각] 새 규제만 안 만들어도 ‘규제 개혁’ 절반은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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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비즈



    이전 정권과 마찬가지로 이재명 정부도 규제 개혁을 국정 핵심 과제로 내걸었다. 정부는 ‘2026년 경제성장 전략’ 15대 과제 가운데 하나로 규제 개혁을 꼽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규제합리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설 만큼 개혁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기업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규제합리화위원회 이병태 부위원장의 과거 발언 논란 속에 공동 부위원장인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자격 논란은 상대적으로 묻히는 분위기다. 박 전 의원은 대표적인 강성 재벌 개혁론자로 꼽힌다. 이 대통령이 비명횡사(비이재명계 공천 불이익)의 대표 인물로 꼽히던 박 전 의원을 중용한 점에서 정치적 상징성은 있겠으나 규제 개혁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박 전 의원은 ‘삼성그룹 해체법’으로 불리던 보험업법 개정안(일명 삼성생명법)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정부의 규제 개혁에 기대감이 크지 않은 데는 과거 정부의 실패 경험도 작용한다. 이명박 정부의 ‘전봇대’, 박근혜 정부의 ‘손톱 밑 가시’, 문재인 정부의 ‘붉은 깃발’, 윤석열 정부의 ‘신발 속 돌멩이’ 등 역대 대통령은 모두 임기 초 규제 혁파를 외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규제 개혁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통령은 없다.

    기업을 악(惡)으로 믿는 일부를 제외하곤 ‘혁신을 위한 규제 개혁’의 대의에 반대하는 국민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각론으로 들어가면 규제 개혁의 동력을 잃기 일쑤다.

    ‘최악의 부동산 규제’로 꼽히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도 임차인(세입자) 권리 강화를 위해 필요한 규제라고 문재인 정부는 믿었다.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은 법안 처리를 강행했고, 법 시행 반년 만에 서울 전셋값이 10% 폭등하는 결과를 낳았다. 오히려 세입자를 궁지로 내몬 것이다.

    이후 정권을 잡은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임대차 2법 폐지를 별렀지만, 끝내 손대지 못했다. 이해관계가 얽히고 시장 구조가 그 규제를 전제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손대기가 어려워진다. 규제란 이런 속성을 갖는다.

    규제 개혁 성공의 첫걸음은 새로운 규제를 최소화하겠다는 선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규제를 아무리 개선해도 새로운 규제가 쌓이면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다. 가상 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처럼 새로운 산업에 규제부터 하겠다는 발상은 옳지 않다. 정부가 규제로 시장과 싸우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는 착각을 과감히 버리는 것이 규제 개혁의 시발점이다.

    정부가 매년 새로운 규제를 얼마나 만들었는지, 기존 규제를 얼마나 줄였는지를 공개적으로 평가받는 시스템을 만들어 말이 아니라 숫자로 증명되는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재명 정부의 규제 개혁도 실패한 정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기업들은 여전히 돌멩이가 든 신발을 신고 엉거주춤 걷다가 자신 앞을 막아선 거대한 전봇대를 보고 백기를 들고 있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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