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복숭아꽃이 피었다
편지는 아직 쓰지도 못했는데
답장이 먼저 도착했다
할 수 없이 봄을 앓는다
면역력이 생기지 않아 봄은 또 아름답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아지랑이가
철든 말로 희망은 늘 답장이 먼저란다
마음속 ( )를 이렇게 풀어보라고
노랑나비가 날갯짓 처방전을 낸다
사방에 여린 선생님들의 말씀 가득한 봄날
가벼워진 귀로 소리 신발 한켤레를 만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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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에도, 이 환한 봄날에도 우리는 마음속에 저마다의 ( )를 품고 있다. 어떤 단어로도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것. 무거운 것. 겨우내 붙잡고 끙끙댔지만 결국 풀지 못한 문제. 부치지 못한 편지. “편지는 아직 쓰지도 못했는데” 불쑥 답장이 도착한다면 어떨까. ‘희망’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면서, 위로하듯이 봄이 찾아든다면. 살뜰한 답장의 모양으로 도착한 봄의 힘을 빌려 시 속 사람은 ( )를 조금쯤 비워내고 슬쩍 가벼워져 본다.
봄과 함께 온 파릇파릇 “여린 선생님들의 말씀”에 귀 기울여 본다. 그렇게 그는 “소리 신발 한켤레”를 만들어 신고서 거리를 걷고 또 걷게 될지 모르겠다. 봄의 ‘처방전’을 넉넉히 얻어 엉클어진 마음의 자리를 추스르게 될지도.
또 봄. 또다시 봄이 오고 마치 처음처럼 이 봄은 아름답다. 봄을 좋아한다는 것. 속수무책으로 꽃과 나비에 눈을, 귀를 빼앗긴다는 것. 더없는 약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박소란 시인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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