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새 역사 쓴 스무살 김윤지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를 따낸 김윤지가 15일 이탈리아 테세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따낸 메달 5개를 펼쳐놓고 있다./대한장애인체육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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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스마일리(smiley)’란 별명도 생겼지만, 스무 살 김윤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윤지 속에 호랑이가 한 마리 있다”고 말한다. 승부욕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 마지막 날인 15일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를 주렁주렁 걸고 이탈리아 테세로 기자회견장에 나온 그는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승부욕이 강했다”며 “잘하고 싶고, 잘 해내고 싶고, 한 번 뱉은 말은 지키고 싶다. 할 수 있을 때 끝까지 후회 없이 하자는 게 내 좌우명”이라고 했다.
처음 나선 패럴림픽에서 김윤지는 한국 장애인 스포츠의 새 역사를 썼다. 선천적 척수 장애(이분척추증)가 있는 그는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 스키 두 종목에 출전해 다섯 차례 시상대에 올랐다. 동·하계 패럴림픽과 올림픽을 통틀어 한국 선수 단일 대회 최다 메달 기록(5개)이다. 그는 “경쟁력을 갖춰 국제 대회에서 대한민국을 빛내고 보여줄 수 있는 선수가 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이번 대회 6개 세부 종목에 출전한 김윤지는 결승선을 통과할 때마다 결과와 관계없이 환하게 웃었다. 그는 “항상 이길 수만은 없고 항상 웃을 수만은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부진한 경기도 배우는 게 있고 나중에 도움이 된다”며 “저만큼 다른 선수들도 경기를 위해 노력하고 집중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메달을 따도 그 순간만큼은 함께 기뻐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윤지는 세 살 때 재활을 위해 수영을 시작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선수 생활을 했다. 스키는 중1 때 장애인 체육 캠프에서 처음 접했고 이후 동계와 하계 종목을 병행하며 동·하계 전국장애인체전 MVP(최우수선수)를 휩쓸었다. 그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체육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며 “재능이 있는데도 펼치지 못하고 접는 친구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이번 패럴림픽에서 한국 노르딕 스키도 국제 경쟁력이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며 “새롭게 장애인 체육을 알게 되거나 매력을 느낀 분들이 있다면 후회 없이 도전해보라고 응원하고 싶다”고 했다.
김윤지는 지난해 한국체대 특수체육교육과에 입학해 훈련을 병행하면서도 첫 학기 우수한 학업 성적을 거뒀다. 2학기부터 휴학하고 패럴림픽 준비에 전념해 왔다. 그는 “훈련 과정에서 잘하고 싶은 게 있는데 마음대로 잘 안 될 때 가장 힘들었다”며 “결국 해내야 하는 건 나 자신이기 때문에 ‘그래도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계속 훈련에 임했다”고 말했다. 김윤지는 “순위권에 가까워졌을 때 다른 베테랑 선수들에 비해 여유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경험을 키워나가면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대회 기간 내내 김윤지는 경기장을 찾은 가족의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그는 “밖에서는 많이 웃고 다니지만 집에선 짜증도 많이 부리는데 항상 지지해 주는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했다. “무릎 수술을 하셨는데도 재활 운동을 꾸준히 해서 경기를 보러 와주신 할머니께 금메달을 보여드릴 수 있어 기뻐요. 누나를 멋있다고 생각해 주는 착한 남동생과 군대에 있는 오빠도 고맙구요.”
패럴림픽을 준비하면서 저염식으로 식단 관리를 해온 그는 “(한국 돌아가면) 짭짤한 음식 마음껏 먹고 늦은 오후까지 푹 잔 다음에 가족·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테세로=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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