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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8 (수)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엔비디아, ‘베라 CPU’ 꺼냈다…GPU 넘어 AI 인프라 주도권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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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전틱 AI 확산에

    CPU·오케스트레이션·데이터 이동 부상

    “보조칩이던 CPU가 주연으로”

    엔비디아, AI 서버 판 다시 짠다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엔비디아가 에이전틱 AI와 강화학습에 특화한 새 프로세서 ‘베라 CPU’를 공개하며, GPU 중심이던 AI 인프라 경쟁 구도를 CPU와 네트워킹까지 아우르는 전면전으로 끌어올렸다. AI 시장의 무게중심이 대규모 모델 학습에서 실제 추론과 에이전트 운영으로 이동하는 흐름에 맞춰, 엔비디아가 ‘AI 인프라 전체’를 다시 정의하겠다는 신호를 던진 것이다.

    엔비디아는 17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6에서 세계 최초의 에이전틱 AI·강화학습 전용 프로세서 ‘엔비디아 베라 CPU’를 공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베라는 기존 랙 스케일 CPU 대비 2배 높은 효율과 최대 50% 빠른 성능을 제공한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단순한 CPU 신제품 공개가 아니다. AI 서비스의 병목이 이제 모델 학습 자체보다, 추론 과정에서의 데이터 이동과 작업 조율, 다중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엔비디아가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데 있다.

    이데일리

    에이전틱 AI와 강화학습에 특화한 새 프로세서 베라 CPU. 사진=엔비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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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AI 인프라 투자는 GPU 클러스터 확대에 집중돼 왔다. 하지만 최근 시장은 다르다. 코딩 어시스턴트, 기업용 AI 에이전트, 소비자 서비스형 AI처럼 실제 현장에서 수많은 요청을 실시간 처리해야 하는 환경이 커지면서, 단순 연산 성능만으로는 경쟁력이 완성되지 않는다. 어떤 작업을 먼저 처리하고, 어떤 데이터를 어디로 넘기며, 시스템 전체를 얼마나 지연 없이 연결하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 구간에서 CPU의 역할은 다시 커진다. GPU가 대규모 병렬 연산을 맡는다면, CPU는 에이전트의 작업 흐름을 조율하고 데이터와 도구 실행을 연결하는 오케스트레이션의 중심축이 된다. 엔비디아가 베라 CPU를 “에이전틱 AI 시대의 새로운 등급의 CPU”라고 규정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인텔리전스가 에이전틱 형태로 발전해 추론과 행동이 가능해지면서 그 작업을 오케스트레이션하는 시스템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제 CPU는 단순한 지원 역할을 넘어 모델을 직접 구동하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베라를 단일 칩이 아니라 AI 팩토리용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256개의 수랭식 베라 CPU로 구성된 전용 랙은 2만2500개 이상의 동시 CPU 환경을 최대 성능으로 지원하도록 설계됐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는 에이전틱 AI 도구와 인스턴스를 단일 랙에서 대규모로 배포·확장할 수 있는 구조다.

    GPU와의 연결 구조도 강조했다. 베라는 NV링크-C2C 인터커넥트를 기반으로 엔비디아 GPU와 결합되며, CPU와 GPU 사이에서 1.8TB/s의 일관된 대역폭을 제공한다고 엔비디아는 밝혔다. PCIe Gen6보다 7배 높은 수준의 데이터 공유 성능을 통해, AI 워크로드에서 병목이 자주 발생하는 CPU-GPU 간 연결 문제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사양도 에이전틱 AI 환경에 맞춰 설계됐다. 베라는 엔비디아가 자체 설계한 올림푸스 코어 88개를 탑재했고, LPDDR5X 기반 메모리 서브시스템으로 최대 1.2TB/s의 대역폭을 지원한다. 회사 측은 일반 범용 CPU 대비 메모리 대역폭은 2배, 전력 소비는 절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반응도 예사롭지 않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알리바바, 메타,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 코어위브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가 베라 도입을 추진 중이다. 델 테크놀로지스, HPE, 레노버, 슈퍼마이크로, 에이수스, 폭스콘, 기가바이트 등 글로벌 제조사들도 베라 기반 서버 설계에 나섰다. CPU 단품 공개를 넘어 생태계 전반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결국 엔비디아가 더 이상 ‘GPU 회사’에 머물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에이전틱 AI 시대의 경쟁은 가장 강력한 GPU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추론 워크로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수많은 에이전트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결하며, 데이터센터 전체를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운영하느냐가 승부처가 되고 있다.

    베라 CPU 공개는 그 변화에 대한 엔비디아의 답이다. 학습용 GPU 절대강자라는 현재 위상 위에, CPU·네트워킹·메모리·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풀스택 AI 인프라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AI 시장의 다음 전장은 칩 하나의 속도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조율 능력이라는 점을 엔비디아가 이번 GTC에서 분명히 드러냈다.

    베라 CPU는 현재 양산 단계에 들어갔으며, 올해 하반기부터 파트너사를 통해 공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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