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 주제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
최고은 '메르디앙'·노혜리 '베어링' 선보여
한강 미술작품 '퓨너럴' 전시
5월 6일 베니스서 공식 개막식
그로부터 30년, 국제화의 성과를 쌓아온 한국 사회는 다시 근원적인 질문 앞에 서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민주주의와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흔들리며, ‘해방 이후’에 대한 물음은 다시 현재의 문제가 됐다. 우리가 그토록 갈구했던 ‘해방 이후’는 지금 어떤 모습인가.
19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2026년 베니스비엔날레 제61회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 간담회에 참석한 최빛나 한국관 예술감독(왼쪽부터), 최고은 작가, 노혜리 작가(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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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이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를 주제로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는 1945년 해방부터 1948년 정부 수립 이전까지의 과도기인 ‘해방공간’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바라보려는 시도다.
최빛나 예술감독이 한국관 전시를 총괄하고, 미술 작가 최고은·노혜리가 대표 작가로 참여한다. 여기에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 작가 겸 가수 이랑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펠로우(fellows)’로 참여해 전시의 의미를 확장한다.
19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최빛나 예술감독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국가주의의 경계를 넘어 포용과 연대의 공동체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며 “‘해방공간’을 과거의 사건이 아닌, 새로운 주권과 공동체를 모색하는 현재의 문제로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최고은 작가의 ‘메르디앙’(사진=아르코). |
‘요새와 둥지’로 구현된 한국관
한국관은 국가 간 경계와 긴장을 상징하는 ‘요새’이자, 새로운 생명을 품고 머무르는 ‘둥지’라는 상반된 감각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구성된다.
최고은은 지리학적 자오선의 개념인 ‘메르디앙(Meridian)’을 선보인다. 작가는 수도 설비용 동파이프를 활용해 건물의 내부와 외부를 가로지르는 조각을 설치하고, 닫혀 있던 공간을 확장하며 새로운 동선을 만들어낸다. 경계와 방어의 감각을 드러내는 동시에 외부로 확장되는 통로를 통해 ‘요새’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다. 최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우리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혜리는 ‘베어링(Bearing)’을 통해 또 다른 방식의 공간을 구현한다. ‘베어링’은 지탱하고 방향을 전환하는 장치를 뜻하는 동시에, 견디고 나아가는 상태를 의미한다. 작가는 반투명한 직물 오간자를 활용해 전시장 내부를 재구성하고 △애도 △기억 △전망 △생활 △기다림 △계획 △나눔 △수선 등 8개의 스테이션을 마련했다. 관람객은 이 공간을 이동하며 각기 다른 감각과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애도’ 스테이션에서는 한강 작가의 미술 설치작품 ‘Funeral’(장례식·2018)을 만나볼 수 있다.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모티브가 된 꿈속 장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하얀 눈밭 위에 놓인 타버린 숯 같은 검은 조각들은 제주 4·3 사건의 희생자들을 상징한다.
노혜리 작가의 ‘베어링’(사진=아르코). |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관과 일본관이 자르디니 내 아시아 국가관 간 최초로 협력에 나선다. 양측은 아트바젤 홍콩 주간 공동 조찬(3월 24일)과 베니스 현지 공동 개막 만찬(5월 6일) 등을 통해 교류를 이어간다.
1895년 시작된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영향력 있는 국제 미술 행사로 꼽힌다. 올해 전시는 5월 9일부터 11월 22일까지 약 7개월간 베네치아 자르디니 공원과 아르세날레 등지에서 열린다. 한국관은 프리뷰 기간인 5월 6일 공식 개막식을 연다.
소설가 한강의 설치 작품(사진=아르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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