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에 조금씩 봄바람이 불고 훈풍이 돌고 있지만 유독 청년들만은 아직 한겨울의 냉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코로나19로 채용시장에 한파가 몰아치던 시기를 방불케 한다. 특히 청년층 고용이 갈수록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올해 2월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7.7%로 전년 동월 7.0%보다 0.7%포인트 상승하며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2월 10.1%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체 고용 지표는 개선 흐름을 보였지만 유독 청년층만 역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전망은 더욱 어둡고 아련하다. 미국의 관세 폭탄에 설상가상(雪上加霜) 중동발 '유가 쇼크'까지 덮쳐 당분간 고용난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3월 18일 발표한 '2026년 2월 고용동향' 보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인구 4,594만 2,000명 가운데 2026년 2월 15세 이상 전체 취업자 수는 2,841만 3,000명으로 전년 동월 2,817만 9,000명 대비 23만 4,000명(0.8%) 증가하였고, 고용률은 61.8%로 전년 동월 61.7% 대비 0.1%포인트 상승하였다. 신규 취업자 증가 폭은 3개월 만에 20만 명대를 회복했는데, 겉으로는 나쁘지 않아 보이는 지표다. 그러나 청년 사정은 전혀 다르다. 전체 고용률(69.2%)은 상승했으나 청년 고용률은 22개월째 하락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60세 이상 고령 취업자는 669만 8,000명으로 1년 전 641만 1,000명보다 28만 7,000명 넘게 늘었지만,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341만 1,000명으로 1년 전 355만 7,000명보다 14만 6,000명이나 줄었다. 청년층의 경우 인구 감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15∼29세 청년층의 실업자는 28만 6,000명으로 1년 전 26만 9,000명보다 1년 전보다 1만 7,000명이나 늘어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7.7%로 2021년 2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청년 고용시장에 좀처럼 온기가 돌지 않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산업별 취업자를 들여다보면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 분야 취업자 수가 137만 3,000명으로 1년 전 147만 8,000명보다 10만 5,000명이나 감소(-7.1%↓)가 확연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쉬었음' 청년은 48만 5,000명으로 집계됐다. 무엇보다 미취업 청년 한 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6,000만 원이고, 장기화(長期化)하는 경우 1인당 평생 10억 원 이상의 부담을 국가에 끼친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청년 실업은 개인 차원을 넘어 미래의 세수 감소와 연금 체계 위험을 가속화(加速化)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5일 한국경제인협회(백원우 연구위원)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김성아 연구위원)이 공동 연구를 통해 발표한 '청년 은둔화의 결정 요인 및 사회경제적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이들 생산성 손실분과 각종 복지 지출을 합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1인당 연 983만 원, 총 5조 3천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아 생기는 생산성 비용(947만 2,000원)이 가장 많았다. 고용보험(실업급여·구직 촉진 수당), 기초생활보장(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 등의 정책 비용(35만 8,000원)도 발생했다. 보고서는 청년들이 은둔 상태에 빠진 가장 큰 이유로 '취업난'을 지목했다. 미취업 상태가 청년층의 은둔 위험을 높이는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같은 청년 고용 위기의 근본 배경은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 아래 대기업의 정규직 해고가 웬만해선 불가능한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청년 신규 채용을 가로막는 실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양극화"라며 "고용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일자리의 질을 높이려면 고용 유연성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가 가진 자원이 한정적인데 한쪽에서는 감당하지 못할 만큼 (자원을) 가져가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기회를 누리지도 못하고 방치된다."라며 "이러면 그 사회가 가진 기회가 효율적으로 안 쓰인다."라고 했다. 일자리·임금의 양극화 현상을 지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특히"기업 입장에서 한번 정규직을 뽑아 놓으면 불황에 대응이 안 되니 다시는 안 뽑는다."란 대목은 고용 유연성을 주문한 이유일 것이다. 정규직 고용을 꺼리는 기업이 신규 채용을 하더라도 즉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만을 선호하고,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일자리를 대체하는 풍토도 따지고 보면 경직적인 구조가 낳은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업종별로 들여다보면 제조업에서 취업자가 1만 6,000명 줄었다. 2024년 7월 이후 20개월 연속 감소 추세다. 건설업도 4만 명 줄어 22개월 연속 뒷걸음질을 쳤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그동안 꾸준히 늘던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분야 일자리가 1년 새 10만 개 넘게 줄었다는 점이다. 정보통신 분야도 4만 200개 감소했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최대 감소라고 한다. 당국은 "일시적인지, 인공지능(AI)의 영향으로 구조적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지만, AI가 코딩을 대체하면서 IT(Information technology │ 정보 기술)업계에서 신입 개발자 채용을 줄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신입 회계사나 변호사가 맡던 기초 자료 조사 등도 최근 AI로 급격히 대체되고 있다. 이제 기술이 인간 능력을 보조하는 단계를 넘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한편 경북대 전자공학과 서보광 교수는 지난 3월 13일 충남 공주의 한 문화센터에서 한국과학저널리즘포럼 주관의 'AI 시대, 인간의 길을 묻다'란 세미나에서 'AI 시대, 풍요와 결핍' 주제 강연에서 "인류 문명의 역사는 생명의 탄생에서 시작해 뇌의 진화를 거쳤고, 인간은 기술을 통해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라며 "AI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문명의 구조적 변화"라고 강조했다. 서보광 교수는 AI 시대의 핵심 변화를 '지능의 가치 변화'에서 찾았다. 서보광 교수는 "인류의 주 무기가 지능이었는데 이제 AI가 인간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빨리 분석하고 판단한다."라며 "앞으로 논리와 계산 능력은 인간의 경쟁력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하고, "실리콘밸리에서도 고연봉 개발자들까지 직장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토론에 참석한 서울의 한 로펌 변호사는 "정년이 없는 직업이지만 은퇴를 고민 중"이라며 "AI로 인해 법률 서비스 영역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로펌에서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 새로운 인력이 AI보다 일을 더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AI 발(發) 노동시장 재편은 청년층에게 가장 먼저 타격을 주고 있다. AI가 보고서 초안 작성, 자료 정리 등 신입·저연차들이 맡던 업무부터 대체하면서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 신입 직원들이 일을 배워 경험과 지식을 쌓아가는 인재 양성의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장차 국가 전체적으로도 숙련 인력 확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AI 발 고용 충격이 예정된 우울한 시나리오인 것만은 결단코 아니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완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대응하고 준비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AI 혁신으로 생기는 신규 산업과 일자리를 적극 발굴하고 개발하며, 인재 양성과 교육 시스템을 정비해야만 한다. 기업들은 고급 인력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투자 차원에서라도 꾸준히 신규 채용에 나서야 한다. 기업들이 청년 채용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고용 유연성 확보에도 힘을 쏟아야만 할 것이다.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을 늘린다지만 이 정도론 어림도 없다. 300인 이상 사업체의 일자리는 전체 고용의 10% 남짓에 불과하다. 그나마 기업의 신규 일자리도 경력자들로 채워지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5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 S1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기업이 회복을 넘어 성장으로 갈 수 있도록 중기부가 앞장서겠다."라며 벤처기업의 활성화와 중소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포함한 성장 전략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성숙 장관은 "금융권·국민 등의 벤처투자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할 것"이라며 "중기부는 모태펀드 출자 예산을 두 배 이상 확대하고 존속 기한을 연장하는 등 벤처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청년 창업가 1,000개 사, 팁스(TIPS │ 민관 협력 창업지원 프로그램) 선정기업 1,200개 사 등 유망 창업기업을 매년 6,000개 사 이상 육성해 '모두의 창업' 시대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2026년 2월 고용동향'에서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취업자가 무려 10만 5,000명(7.1%) 이나 줄어든 것은 보편화한 AI 활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부는 그간 기업의 청년 인턴 채용을 지원하고, AI 교육과 직업훈련을 확대하는 등 대책을 시행했으나 경직된 노동시장에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중소 제조업의 AI 전환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과 AI 강국 도약이라는 두 토끼를 잡아야만 한다. 청년 실업은 한국 사회 불행과 고통의 근원이자 뿌리다. 사회에 진입하려는 당사자에게 좌절을 주고 부모 등 가족에도 우환(憂患)이다. 한국 사회 최대 현안인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도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고, 국가적으로 특단의 출구를 찾아야만 한다. 고용이 늘어나야 소비가 살아나고, 소비가 다시 경기 회복을 이끌 수도 있는 선순환구조가 급선무(急先務)다. 정부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대비한 '전쟁 추경'에 '청년 창업'과 '일자리 지원'을 포함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모색하길 바란다.
선진국들은 청년 실업을 국가적 과제로 삼아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미국은 전통적인 도제 교육 방식(스승-제자 현장 훈련)을 디지털 및 IT 기술 분야에 적용한 인재 양성 모델인 '디지털 도제 제도(Digital Apprenticeship)'를 통해 실무와 채용을 직접 연결해 '배우며 번다.'라는 원칙 아래 IT 숙련 과정을 강화하고 있다. EU는 장기 미취업 청년의 조기 발굴 및 사회 진출을 돕기 위해 교육, 훈련, 취업 지원을 4개월 이내에 집중적으로 제공하고 실직 후 4개 월내에 국가가 일자리나 교육을 의무적으로 책임지는 '청년 보장제(Youth Guarantee)'를 실시한다. 일본 역시 '리스킬링(Reskilling) 5개년 계획'으로 AI 교육 수강료의 80%를 지원하는 등 기술 전환기의 청년 보호에 재정을 우선 투입한다. 우리도 AI 산업 전환에 따른 청년 맞춤형 대책이 시급하다. 교육 사업과 함께 AI 활용 능력을 갖춘 청년 채용 시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고, 신입사원이 AI와 협업하며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인턴십 제도도 확대해야 한다. 급속히 진행되는 20대 청년층 일자리 증발을 방치(放置)하고 방관(傍觀)하며 방기(放棄)하면 사회에 폭탄이 된다.
무엇보다 하루빨리 노동 개혁을 통해 구조적인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야만 하는데도, 대타협을 위한 사회적 대화는 지난 3월 18일에서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첫 본회의를 열고 닻을 올렸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로 중단된 지 무려 15개월 만에 사회적 대화를 재개한 건 반기고 환영할 일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첫 의제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일자리'로 결정됐다고 한다. 급속한 저출생·고령화로 청년을 중심으로 고용위기가 만연한 현실이고 보면 시의적절한 의제로 평가된다. 경사노위가 잡은 첫 공론화 의제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일자리'로 알려졌는데,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세대 간 일자리 충돌이 청년 고용 위기의 본질이란 데 각별 유념하고 가시적(可視的)인 성과 거양(擧揚)을 기대하고 분투와 분발을 촉구한다. 그간 노·사가 협력해 인력 재배치나 직무 전환 등 현장에서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을 도입한 예도 찾아보기 드물다. 노동 개혁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고질적인 이중구조 문제를 조속히 해소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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